관측기 & 관측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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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1. 원정 준비 - 고생길이 훤한데 왜 설렐까?
2. 가도 가도 아직도 가는 중 - 퍼스에 갈 수는 있을까?
3. 드디어 아웃백을 향하여 - 첫판부터 몸살이면 어떡하니?




서호주 원정 2일차 – 2023년 4월15일, 서호주 퍼스 근처 어딘가


어젯밤에 퍼스에서 235km를 달려서 Jurien Bay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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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는 동안에도 김동훈님은 숙소 뒷마당에서 새벽까지 사진 시동을 거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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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서 머문 이유는 오늘 숙소이자 관측지인 Hamelim Pool까지 멀리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 오후에 호주에 입국한 이후로 여유있게 퍼스에서 하루 쉬었다면 
오늘 740km 8시간 운전을 했어야 했다
하루종일 교대로 운전하고 차에서 불편하게 하루를 보내면
컨디션이 떨어져서 밤샘 관측을 하기 어렵게 된다

여튼 쥬리엔 베이부터 해멀린 풀까지 가볍게(?) 500km 운전하고 밤에 별도 잘 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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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묵었던 숙소. 다음주에 여기 또 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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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동네 토.. 아니 캥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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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 근처에는 숲도 울창하고 나무도 키가 컸는데,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나무들이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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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3명 릴레이로 운전을 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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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얼마 안 가서 Green Head를 지났다. 
9년 전, 목적지 없이 서호주를 떠돌다 하룻밤 별을 보던 곳이다.
(관측기록 :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141418)

그때는 회사에서 남반구 해외파견을 못 나가서 불만이 가득했는데
이제는 아예 회사를 때려치고 남반구에 이민 와서 살고 있다.
해외파견에 주재원까지 연장해봤자 길어야 5~6년 남반구에 있다 오는 건데
지금은 내가 원하면 평생을 남반구에 있어도 문제 없으니
큰 그림으로는 더 잘된 일인 듯? ㅎㅎ

그린헤드 안녕. 전에 하룻밤 재워줘서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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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이 보이는 어느 고속도로 졸음쉼터에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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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은 태평양 대서양에 비해 가볼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일지
더욱 아득하고 거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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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지망생 김동훈님. 고프로를 가지고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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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퍼스에서는 구름 사이로 별이 보였었는데..
북쪽으로 좀 올라오니 구름이 모두 사라지고 파란 하늘과 드넓은 들판만 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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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루트의 마지막 도시이자 서호주 제2의 도시, Geralton에서 장도 보고 식사도 해결해보자.
서호주의 두 번째 큰 도시라 해봤자 인구 4만명도 안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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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Woolworths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다. 
한국으로 치면 이마트와 GS 슈퍼마켓의 중간 크기 정도. 
뉴질랜드에선 Countdown이라고 이름만 바꾸어서 똑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네 마트 온 듯 안 헤매고 익숙하게 주워 담으니 두 형님이 감탄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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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주 한복판에서 만난 양파링과 신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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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앞 스시집에서 간단히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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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는 스시집을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도 그럴까 싶어서 찾아 보았으나 한국 직원은 찾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스시가 고급 음식으로 여겨지는 편이지만 
 여기서는 김밥지옥 정도의 대중적인 건강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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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동 루트의 마지막 대형 잡화점, 온갖 중국산 저렴이들을 판매하는 K Mart에 들렀다
짐 무게 때문에 한국에서 못 가져온 텐트, 관측용 의자와 두꺼운 패딩 자켓을 득템했다
쓰고 놔두고 와도 아깝지 않을 아이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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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고르는 소믈리에 박선생
뉴질랜드도 호주도 맥주보단 와인이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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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GIANT Leap이라니..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의 지직거리는 음성이 들리는 듯 하다
일식날 마시면 딱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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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기 전에 기름도 가득.
여기부터는 본격(?) 오지 여행이라 주유소 보이면 일단 기름부터 넣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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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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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회사에서 연구개발을 오랫동안 하고 있지만 운전은 좋아하지 않는 연구원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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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회사에 오랫동안 다녔지만 전자제품에는 큰 관심 없는 마케터..였던 나의 과거가 떠오른다

경험상 호주에서 보이는 저 멀리 지평선 위의 구름은 1시간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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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시간도 채 가지 않아 거짓말처럼 날이 모두 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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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이동하여 오늘의 목적지, 해멀린 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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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공격으로 눈은 못 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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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지나서도 한참 달려서 목적지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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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elin Pool Station Stay라고 하는 오지에 위치한 숙소다.
서호주 북부에는 Station Stay들이 종종 보이는데, 
Station이라는 말 자체가 Farm보다 훨씬 큰 대규모 농장을 지칭하는 말이라
팜 스테이도 아니고 스테이션 스테이 정도면 
우리가 원하는 안락한(?) 숙소 문 앞 아웃백 관측이 가능할 것이다

원정 멤버 중 유일하게 취사 기능이 있는 박대영님이 밥을 하시고 
(나는 별보기 기능, 출퇴근 기능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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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구워서 반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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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벌써 해가 저물고 비너스 벨트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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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오늘 내일 이틀밤 별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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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서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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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일찍 지니 다들 마음이 급하다.
공동 주방에서 간단히 만든 밥과 고기를 대충 뱃속에 쓸어담고 관측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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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맑고 식사하던 사람들도 모두 방으로 들어가고 
숙소 앞마당에는 우리 셋만 남았다.

어두워지는 박명의 끝자락에 캠핑카를 배경으로.. 
남반구라 오리온이 뒤집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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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김동훈 촬영)

자 이제 시작해 볼까..
그런데 갑자기 추위가 느껴진다. 아직 밤 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컨디션 떨어지면 안 되지. 
가져온 겨울옷을 모두 껴입고 다시 나왔는데도
몸살이 난 것처럼 추워서 몸이 자동으로 떨리고 머리마저 아프다

파인더로 마젤란 호핑 차트를 만들려고 장비를 준비하고 나왔는데
한 시간을 쭈그리고 앉아서 골골하다가
이렇게는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아서 숙소에서 우선 그냥 쉬기로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평소에도 안걸리는 몸살이 왠말인가.. 탄식을 하며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뜨니 자정이 넘었다.
이 아까운 시간을.. 
뭐라도 해 보려고 쑤시는 몸을 이끌고 나갔으나 
의자에 꾸부정히 앉아서 병든 닭처럼 졸고 있는 나를 발견.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새벽 3시, 인기척에 잠을 깼다.
박대영님이 관측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것이다.
“달 떴어”

몸을 움직여보니 몸살 기운은 사라진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
추스르고 다시 밖으로 나가니 고요하고 거대한 밤하늘이 나를 반긴다
에.. 물론 달이 뜨긴 했지만..

저녁 시간에 관측하려고 했던 마젤란은 이미 지평선을 스치고 있다.
마젤란이 지고 난 남쪽 하늘에는 남십자가 빛난다. 달빛으로 하늘이 밝기는 하지만 
폰사진 연습이라도 해봐야겠다.


갤럭시S22울트라를 볼헤드로 삼각대에 연결하고 
카메라 프로 모드에서 포커스를 수동 초점으로 잡고 적정 노출을 맞추고 
자동 반복 클릭 앱을 이용해 같은 영역을 20초 노출로 15장을 찍어 보았다
몇 장을 찍어야 합성이 되는지 몰라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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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조강욱 (갤럭시S22울트라 프로모드)

관측기록을 쓰면서 Sequator로 결과를 만들어보니..
별풍경 사진의 경우 2장 이상 스택을 하면 확실히 결과가 달라지는데 
그 이상은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15장 찍은게 아까워서 어쭙잖은 일주도 한 번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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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조강욱 (갤럭시S22울트라 프로모드)

뭐가 더 잘 나올까 궁금해서, 버튼만 하나 클릭하면 폰이 알아서 찍고 합성하고 보정해주는 
전자동(?) 천체모드(Expert Raw)로도 찍어 보았는데
이게 더 잘 나온건가.. 폰이 나보다 훨씬 잘 찍는듯. 노력이 민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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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조강욱 (갤럭시S22울트라 천체모드)


3배줌으로 에타카리나 영역도 담아보고..
남천 하늘에서 가장 화려하고 복잡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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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조강욱 (갤럭시S22울트라 천체체모드)


이번엔 은하수도 한 번? 
S22울트라는 광각(0.6배), 일반(1배), 망원(3배) 등 종류별로 카메라 렌즈가 따로 붙어있는데
광각 카메라(0.6x)는 은하수 찍기에는 좀 아닌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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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조강욱 (갤럭시S22울트라 프로모드)

똑같은 은하수를 찍어도 메인 카메라(1x)가 훨씬 더 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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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조강욱 (갤럭시S22울트라 프로모드)

은하수의 경우 무보정 - 2장 – 5장 – 10장 – 20장 – 30장 늘어날수록 결과물이 확실히 살아난다.


안시쟁이가 어설픈 사진 놀이를 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그 색을 담아보려 했으나 폰카로는 역부족이다.
어쩔 수 없지. 폰카 대신 다시 폰 그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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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조강욱 (작업중)


심동석님, 김철규님 조언을 듣고도 의아해하며 한겨울용 방한복을 챙겨갔는데..
뜨거운 황무지에서 이렇게까지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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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색 변화만 표현하려고 해도 그 사이에 하늘색은 또 바뀌어 있다.
몇 분 간격으로, 해가 떠오를 때까지 바뀌는 하늘색을 모두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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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하늘을 담은 천체 사진가들의 망원경. 첫날이라 두 분 모두 결과물보다는 세팅과 적응에 주력하셨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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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직전, 서쪽 하늘에 비너스 벨트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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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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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하늘에서도 억울하게 아파서 누워있다가 새벽에야 겨우 별을 보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빨리 회복했다

장비를 정리하는 김동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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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그냥 벌판인 줄 알았는데 해가 밝고 보니 건물 바로 앞이네??
살짝 민망하긴 하지만 여튼 숙소 1분 거리에서 쾌적한 관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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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이 바뀌는 모습을 10장이나 그려 놓았는데
나중에 완성하지 뭐.. 하고 있다가 집으로 돌아온지도 한참만에야
10장을 모두 이어붙여 보았다

그림 그리는 툴을 갤노트8에서 갤탭S7+로,
그림 어플도 무료인 ‘스케치북’에서 유료인 ‘클립스튜디오’로 교체했는데..
예전엔 어설프게 노가다로 했던 것들을 한 번의 터치로 가능하게 된 부분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기능이 너무 많아서 아직 헤메고 있기는 하지만..

그 날의 새벽에 보았던, 사진과는 또 다른 육안으로 보던 색들을 회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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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조강욱 (육안 관측 + 갤럭시S22울트라 + 클립 스튜디오)


3줄 요약
1. 드디어 아웃백 입성
2. 몸살로 거의 망함
3. 별은 못보고 대신 태양빛으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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