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새로운 댓글

정화경

이번 월령엔 좋은 날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관측하기 좋은 주말에도 날이 맑았던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상하게 이번 달은 주말 일정이 많이 생겨 주말이 아닌 지난 20일에 겨우 짬을 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번 달엔 한 번 밖에 나가질 못했네요. 작년에는 대부분 한 달에 한 번 나갔었는데, 지난 달 연달아 3번을 다녀오니 계속 나가고 싶습니다. 이틀 연속 나갈까 아내에게 슬쩍 말해보니 이상한 사람 보듯 보네요...ㅋ

요번 월령을 기다리면서 망원경을 살짝 손보았습니다. 플렉스 돕의 좌우 회전이 뻑뻑한 듯 하여 예전에 사놓았던 호마이카 링을 가대에 붙여 본 건데요. 혹시나 뭔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쉽게 작업할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막상 붙이고 보니 너무 쉽게 작업이 끝났습니다. 

KakaoTalk_20230301_004541322.jpg

붙이고 나서 다시 조립 후 움직임을 살펴보니 조금 나아진 것도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이전과 큰 차이가 안나는 듯 했습니다. 혹여나 실수해 더 나빠지진 않을까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다행스런 결과지만 그래도 수고를 들여 한 일인데 별 차이가 없다고 느껴지는 게 좀 아쉬웠습니다. 자세한 느낌은 실제 관측하면서 봐야겠다 생각하며 관측을 나섰습니다.

요번 관측은 들풀님, 뽀에릭님, 소낙비님, 클라투님, 최승곤님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달에 이어 좋은 기회를 얻었네요. 관측 초반에는 M51을 잠깐 보고 핵만 두 개 덩그러니 보인다 했더니 그럴 리가 없다며 들풀님과 뽀에릭님께서 잠시 망원경을 점검해주셨습니다. 문제는 포커서의 유격 때문이었는데 그간 xw 7mm로 볼 때마다 느꼈던 초점 문제와 연관이 있었습니다. 한 대상을 보고 다른 대상을 도입하면 초점이 계속 어긋나 있고 상도 뭔가 또렷하지 않았는데, 포커서 아래 볼트를 좀 조여주니 상도 잘 잡히고 초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xw 7mm 로 대상을 보기가 좀 그래서 쉽게 손이 가질 않았는데, 이젠 거리낌없이 고배율 관측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1. M98
이번에 관측할 목표로 처녀자리 은하단과 그 주변에 있는 메시에 대상을 정했습니다. 제일 첫번째로 보려던 게 M98이었는데...별이 많이 보이질 않아 호핑도 쉽지 않고, 어렵사리 찾은 위치에는 은하가 없네요. 이게 대상 자체의 어두움 때문인 건가, 고도가 낮아서 그런 건가 감이 오질 않던 찰나에 들풀님께서 고도가 낮아 그런 거라며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두 시간 가량 지나 자정 넘어 다시 보니 호핑도 수월하고 그렇게 안보여 속썩이던 은하의 모습이 짠~하고 나타났습니다. 메시에 대상 중 가장 희미한 대상 중 하나라는 설명답게 매우 어둡다 느꼈습니다. 은하 핵도 주변시로 보아야 좀 구분이 잘 되는 느낌.

2. M82

KakaoTalk_20230221_132826917.jpg

M98이 고도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들풀님이 추천해주신 M81과 M82 중 M82를 좀 더 자세히 뜯어봤습니다. 입문 초기에 별 감흥없이 보고 지나갔던 대상인데 171배로 찬찬히 뜯어보니 그 때 놓쳤던 디테일들이 10인치 거울을 통해서도 잘 나타납니다. 사진으로 볼 땐 은하 가운데를 가르는 암흑대가 길쭉히 뻗은 은하의 위쪽 3분의 1지점에서 선명하게 보입니다. 9년 전에는 초신성도 볼 수 있었다는데 얼마나 멋진 장면이었을지 상상해봅니다.

3. M100
M98과 달리 좀 더 밝은 모습입니다. 핵은 직시로 흐릿하게 보이고, 나선팔의 면적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나선팔의 세세한 모습은 오래 두고 봐도 잘 보이질 않습니다.

4. M85
171배에서도 바로 옆에 위치한 NGC 4394와 한 화각에 들어와 잘 보입니다. 핵은 물론이거니와 우하단으로 살짝 치우쳐 보이는 나선팔과 헤일로의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은하 내부에서 5시 쯤에 위치해 있는 별이 어두운 은하와 대비되어 뭔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NGC 4394는 어둡지만 핵은 잘 구분되네요. 다만 나선팔 구분은 역시 힘듭니다.

5. M99
처녀자리 은하단 중 밝은 편이라 하여 보기 전 기대를 좀 하였지만 생각보다 어둡다 느껴 조금 실망하였습니다. 우측으로 쏠린 듯한 헤일로와 핵이 선명하게 보이지가 않네요. 바로 전에 본 M85와 더 대비가 되어 실망감이 배가 되는 느낌입니다.

6. 마카리안 체인
시간이 어느덧 3시가 넘어가면서 철수 예정 시각이 다가오자 조금은 급한 마음으로 마카리안 체인을 보았습니다. 들풀님께서 조강욱님의 처녀자리 은하단 공략법을 소개해 주신 덕분에 호핑도 수월하게 하였으며, 차례차례 이어지는 은하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길게 늘어서 있어 망원경을 살짝만 움직여도 금방 찾아볼 수 있는 은하들의 모습이 신기합니다. 다만 세세하게 뜯어보지는 못했고 다음 관측 때 다시 제대로 봐야겠다 생각하였습니다. 

7. M53
오랜만에 찾아 본 구상성단입니다. 171배에서 꽤 분해가 되어보였습니다. 그간 찾아 본 구상성단 스케치가 원과 조금 거리가 있는 모습이 많았는데 M53을 뜯어보니 왜 그런지 알 것도 같습니다. 제가 느낀 M53은 전체적으로는 딱정벌레 몸통이 생각나는 넓적한 타원의 형태에 불가사리 마냥 뻗어나가는 스타체인이 꽤나 인상깊은 대상이었습니다. 어둡다 느끼던 은하와 대비되니 더 밝게 느껴집니다.

8. M3​
M53과 마찬가지로 171배로 보았는데 절로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M13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별들이 분해되어 보입니다. 그저 멋있다라는 말만 속으로 연신 내뱉었습니다. 그리고 M3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암흑대를 찾아보려 요리조리 눈을 굴려봤는데...본 것 같긴 한데 맞는 위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른쪽에 있는 걸로 느꼈는데 다른 스케치를 찾아보니 모두 좌상단에 암흑대가 있네요. 다시 한 번 천천히 봐야 할 듯 합니다. 스케치도 하고 싶었으나 시간의 압박에 이번에는 눈에만 담고 오기로 했습니다.

클라투님 쌍안경으로도 M46, NGC 2261 등 몇 개의 대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쌍안이 주는 편안함과 입체감은 정말 신세계더군요. 밤하늘에 풍덩 빠진 듯한 느낌이 절로 드는 경험이었습니다. 

들풀님과 관측 중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은하 밝기에 대한 질문을 드렸었습니다. 거창한 건 아니고 몇몇 은하를 제외하고 오늘 본 은하 대부분이 어둡다 느꼈다, 맞는 거냐고 여쭤보니 밝은 거라고, 메시에 천체인데! 라는 답을 주시네요. 개개인이 느끼는 밝기에 대한 정의는 다를 수 있고, 비교적 명확히 숫자로 정의되는 겉보기 등급도 있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메시에 천체이니 만큼 어두우니 더 볼 거 없다, 다른 거 보자 라는 생각보다 좀 더 천천히 음미하며 뜯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충 보고 아, 어둡네 하고 넘어간 은하들이 몇몇 있기에 달리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듯 합니다.

아, 그리고 망원경에 붙인 호마이카 링은 의외로 제 역할을 잘 해준 듯 합니다. 실제로 관측하면서 호핑할 때, 스케치하면서 움직이는 대상 추적할 때 확실히 예전보다 움직임이 개선되었음을 느꼈습니다. 특히 스케치하느라 대상을 다시 중앙에 도입할 때 뻑뻑해 힘을 주면 한 번에 많이 움직여 여러번 조정을 했어야 했는데, 장착 후엔 비교적 부드럽게 움직여 힘이 덜 들어갑니다. 기존에 달려있는 것보다 좀 더 큰 테프론도 사놓았는데 이건 상황봐서 교체할지 말지 정해봐야겠어요.

이제 날이 슬슬 풀리는 듯 하네요. 메시에 마라톤도 있는 만큼 3월엔 좀 더 따뜻한 날씨 속에서 관측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돌아가기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