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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코로나로 연기되었던 뉴질랜드 오클랜드 지역 스타파티가 이번엔 엉뚱한 일로 취소가 되었다
정부기관에서 해충 방역을 한다고 해당 공원의 출입을 금지했다는.. 스타파티 1주일 전에!
한국에도 황당한 일은 많지만 이곳의 황당함은 결이 조금 다르다

여튼 별보기를 두 달을 굶었는데 어디라도 가야지..
마침 월요일까지 휴일인 Long Weekend에
하늘같은 마님께서 2박 관측을 윤허해 주셔서
낮에 머물 곳을 생각하여 외딴곳의 캠핑장으로 향했다

Uretiti Beach Campsite.
오클랜드에서 두 시간 거리지만 목적지까지 100%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관계로 아주아주 쾌적하게..
(이 곳의 일반적인 관측지들은 도착 전까지 20분 정도는 비포장 흙먼지를 뒤집어써야 한다)

기대와는 다르게 연휴를 맞아 깡촌의 캠핑장은 인산인해.
전기도 안 들어오고 시설은 화장실밖에 없는 오지에 다들 뭐하러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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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반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망경을 조립하고 잠시 강제로 취침하고 나니
어느새 박명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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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 텐트의 불빛이 보이긴 하지만 캠핑장으로 스스로 들어왔으면 감수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하늘에는 오랜만에 촘촘한 별들.

별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겠지만, 내 눈에까지 와 닿은 것은 오래간만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유유히 두둥실 떠 있는 마젤란을 보니 야속하기까지 하다.
아! 왜 이렇게 힘든 취미를 선택해가지고..
그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도 별 보는 취미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6월과 7월 관측에서는 마젤란에도 스케치에도 회의가 생겨서 대충 놀다 오고,
8월과 9월 두 달 연속 꽝을 당하고 나니
마젤란도 스케치도 너무나 그립다
좀 굶어봐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은 언제나 진리인 것 같다

어느 때보다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마젤란으로 망원경을 향했다
어렵지만 마젤란 완주를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곳, 대마젤란 북쪽 지역이다

LMC24.jpg
(사진의 붉은색 네모가 오늘의 관측 지역)

인상적인 성운 N55의 서쪽 바로 옆에는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대상 세 개가 모여있다.
LMC24 closeup.jpg

10등급의 길쭉한 구상성단 NGC1978, 성운과 성단의 복합체 같은 NGC1948, 그리고 어둡지만 인상적인 모양의 N49.

NGC1978.jpg
NGC1978, 조강욱 그림

NGC1948.jpg
NGC1948, 조강욱 그림

N49.jpg
N49, 조강욱 그림

N49는 당연히 성운인 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게성운과 같은 초신성 잔해였다
N49 Nasa.jpg
(사진 출처: NASA, X-Ray 사진)

16만 광년 떨어진 다른 은하의 초신성 잔해를 볼 수 있다니.. 이게 가능한 일일까?

쏟아지는 잠과, 퍼붓는 이슬 속에서 간신히 그림 한 장. 
(사실은 다음날 컨디션 좋을 때 두 시간을 더 보아서 완성했다)
NGC1978 1948 N49.jpg
(검은색 캔버스지에 Isograph와 파스텔)


낮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서인지 관측하다 쉬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20221023_054518.jpg

내일도 맑을테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 1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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