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새로운 댓글

조강욱

 

.. 제발..

짙은 남색으로 어두워져 가는 하늘에 전방위적으로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내가 보는 일기예보 앱 세가지는 이 순간에도 모두 밤새 맑음인데..


지난달에도 마찬가지였다.

맑음 예보와 회색빛 하늘의 심각한 불일치 속에

짐 싸면 맑아질까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뜻하지 않은 강제 차박을 했었다

 

2번 연속 꽝이 난 게 언제였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으나 결국 생각해 내지 못했다

그런 공포스러운 일은 아예 생각을 말아야겠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시상과 투명도는 그야말로 공포스러울 정도인데

보이는 하늘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고,

결국 기억도 나지 않는 충격적인 2회 연속 꽝을 받아들여야 했다.

 

한 달에 한 번 가는 관측에서 충분히 별빛을 받지 못하면 금단증상이 나를 괴롭힌다.

나는 별을 보기 위해 사는걸까? 아니면 살기 위해 별을 보는 걸까?

보름에는 다시 여지없이 맑아서 석양빛을 보며 겨우 허기를 달래고

https://nightwid.com/2022/02/15/animation-into-the-pink/

 

다시 그믐을 기다린다

 

그 와중에 뉴질랜드 내에서 지방 소도시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별보기에 이은 두 번째 취미인 비행기라도 타면 이 금단증상이 조금은 나아지려나..

아침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서 공항으로..

이렇게 빨리 출장지에 갈 필요는 없긴 했는데, 이른 아침과 밤 늦게만 탈 수 있는

에어 뉴질랜드의 제일 작은 비행기, Q300을 타보고 싶은 사심으로다가..

20220224_064533.jpg

 

너는 애가 이렇게 귀여우면 어쩌자는 거니..

  

비행기가 작다보니 동체 출입구도 낮아서 키 170이 겨우 넘는 나도

탈때마다 머리로 비행기 강도 테스트를 하는데

키 큰 백인 형님들은 이거 어떻게 타려나

 

기내 캐리어도 머리 위 짐칸에 들어가지 않아서 발 밑으로..

반전이 있다면, 좌석 피치는 의외로 A380보다도 넓은 것 같다

20220225_194100.jpg

 

뉴질랜드 최대의 호수, Taupo Lake

20220224_073239.jpg

 

자느라 랜딩 터치다운을 놓치고 난 허망한 표정

20220224_080014.jpg

 

  

이틀간의 출장을 마치고 오클랜드 집으로 복귀.

바쁘게 돌아다니며 업무를 마치고 공항 가기 전에 네이피어 항구가 보이는 높은 언덕에 올랐다

출장지 Naipier는 내가 가 본 뉴질랜드 도시들 중에 가장 살고 싶은, 여러모로 멋진 동네였다.

20220225_175620.jpg

 

헤딩 방지를 위한 빨간색 쿠션이 보인다.

20220225_193441.jpg

 

글라스 콕핏과는 거리가 먼 레트로 감성! 출발 직전까지 조종실도 활짝..

20220225_193810.jpg

 

이건 분명히 장난감 비행기인 줄 알았는데..

구름 위로 Climb을 하네??

20220225_195013.jpg

 20220225_195114.jpg

 20220225_195306.jpg

 

이 와중에 관측 숙제 하나 해 보자..

오랜 도전 과제인 Green Flash를 한 번 보려고 눈뽕도 감수하고 구름 위의 일몰을 두눈 번쩍 뜨고 살폈는데

녹색 기운은 하늘 위의 완벽한 조건에서 봐도 육안으로는 불가능했다.

20220225_201327.jpg

 

뱅기 창문 때문에 투명도가 떨어진 거라면.. 다음번엔 창문 열고 한 번?

  

오클랜드 공항 착륙 직전, 택지개발 지구가 보인다.

아직 집도 짓지 않았는데 가로등만 촘촘히 미리 심어 놓았다. 에잉

20220225_203839.jpg

 

다음날, 출장의 여독을 풀 겨를도 없이 별 보러 출동. 집에서 두시간 반 거리의 Raglan 인근이다

20220226_184628.jpg

 20220226_184632.jpg

  

내가 소속된 동호회인 Auckland Astronomical Society에는 캠핑 하며 관측을 하는 소모임(?)이 있는데

코로나로 한동안 없었던 모임이 간만에.. Ruapuke Motor Camp 캠핑장에서 있었다


도착해 보니.. 갑자기 왠 비누방울 놀이?? 잘못 찾아온 줄.

20220226_191848.jpg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진파다

20220226_201937.jpg

 

뉴질랜드에서 딥스카이 안시관측을 깊이있게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관측 스케치를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더더욱..

별 보러 같이 갈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이다

 

집에서 9시간 거리의 작은 도시에 NSOG 3권의 공동 저자가 살고 있다고 하니

회사 출장을 핑계로(?) 저자 사인도 받을 겸 조만간 한 번 만나봐야겠다.

 

뱅기 타고 안락하게 출장 다녀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여독은 무시하기 힘들다.

어느덧 4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나이 때문일 것이다

20220227_062249.jpg

 

지난번 불의의 꽝을 맞았을 때 그리다 만 LMC 21번째 영역으로 향했다 (붉은색 네모)

Current Status.JPG

 

이걸 대체 언제 다 그리나

Skyview.jpg

 

지금까지 마젤란 내의 20개 영역을 그림으로 남겼는데

대부분은 몇 시간씩 걸리는 큰 도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빨라질 것이라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은 더 늘어나고

그리는 대상은 더 희미하고 어려운 것만 남고

걸리는 시간은 반비례해서 더 늘어난다.

 

이럴때 내가 주로 쓰는 방법이 있다.

그냥 앞만 보면서 미련하게 정면 돌파를 하는 것이다

 

Countless Light Islands - NGC 2050 2055 Region (#21)

Br NGC2050 2055_ori_220226.jpg

 

얼핏 보면 마치 M24의 별들과도 닮았고, 커다란 성단처럼도 생겼으나

이것도 M24와 마찬가지로 큰 성단이 아니라 Asterism일 뿐이다.

 

(원본 링크)

https://nightwid.com/2022/02/26/21-ngc-2050-2055-region-countless-light-islands/

 

시야 바로 동남쪽으로는 타란튤라 성운이 있고,

동쪽으로 같은 시야에는 타란튤라에서 가장 가까운 성운인 2074가 보여서 같이 그려보았다

이 별무리 안에는 작지만 공식적인(?) NGC 성단인 20552050이 있지만

Reference가 없이는 이걸 왜 따로 성단이라고 분류했을까 추측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튼, 5시간의 사투 끝에 거대한 LMC의 작은 한 영역을 그림으로 남겼다

 

작년부터 스케치 도구로 쓰고 있는 Rotring Isograph가 잘 나오지 않아서

집에 와서 전용 도구로 펜 청소를 했는데.. 그래도 개선이 되지 않아서

백업으로 사 놓은 새 제품을 써보니 너무너무 잘 나온다.

 

랜슬롯 님이 선물로 주신 Isograph1년여간 수많은 점을 찍었는데..

이 아이도 수명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녕. 수고했어

20220302_231926.jpg

 

 

Nightwid 無雲

 



돌아가기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