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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한국에 살 때는 고층건물과 아파트 숲에 가려 보기 어려웠던 비너스벨트(The Belt of Venus)를
여기서는 날만 맑으면 매일 볼 수 있다보니 새로운 욕심이 생겼다.
분 단위로 변화하는 그 변화무쌍한 색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타임랩스로 사진을 찍으면 훨씬 더 정교하게 나오겠지만
나는 눈으로 보는 그 색감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사실은 찍을 카메라도, 타임랩스를 찍을 기술도 없다)

달이 비너스벨트 중앙에 걸리는 보름 하루 전날, 
저녁 먹고 정리하다 보니 날씨가 맑아서 허둥지둥 집 앞 공원에 나갔다.

달은 이미 동쪽의 저 멀리 언덕 위로 떠올랐다
서쪽으로 해가 지고, 동쪽 하늘 색이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폰과 터치펜을 꺼내서,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능한 많이 하늘색의 변화를 스케치 앱으로 폰 화면에 담아 본다.
0820.png


지평선 쪽과 그 바로 위, 하늘 높은 곳의 색감이 서로 너무 달라서
그걸 다 맞추려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흐르면 또 색이 달라진다.
마음을 비우고 2~3분에 한 장씩 쉴 틈 없이 담아 보았다.


그 와중에 강아지와 함께 시찰을 나오신 마님 사진도 한 장!
20220215_202723.jpg


비너스 벨트 정 중앙에 걸린 보름에 가까운 달. 그 자체로 예술이다
Into the Pink 15 February 2022.png

마님께서 한마디.. "이렇게 예쁜데, 왜 아무도 관심이 없을까?"
석양의 공원에는, 강아지와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하늘을 보는 아름다움을 알게 된 것은 내 인생의 축복이 아닐까.


정신없이 그림들을 그리다 보니 어느새 석양빛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집에 와서 틈틈히 완성도를 높이고,
프리미어 프로를 돌려서 동영상을 만들어 보았다.

https://nightwid.com/2022/02/15/animation-into-the-pink (웹페이지 링크)

스틸컷 그림들을 풀로 잘 붙여서 부드럽게 연결되게 만들고
달 색의 변화와 움직임도 만지고, 정확한 시각에 가로등도 켜 보았다
음악은 요즘 연습중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마지막 아리아의 마지막 부분..
(골드베르크는 하늘과 참 잘 어울린다)

이 정도 노가다면 그림 가지고 동영상 풀칠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나저나 요즘 날씨가 좋지 않아서 밤에 별을 본지가 한참 되었다.
간식은 그만 먹고 밥 좀 먹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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