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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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오클랜드는 아직 3개월이 넘도록 록다운이지만

그래도 그 제한의 수위는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별을 보러 어딘가 멀리 나갈 수 있는 것인지 관련당국 규정을 여러번 읽어보았다

정부 발행 문서를 이렇게 정독을 해본 것은 한국에서조차 해본적 없었던듯..

어디에도 별 보러 가서 밤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는 규정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가려고 하니 주말은 구름이 잔뜩… 애매해게 월요일 밤이 좋을 것 같다

이미 3개월을 굶었는데 눈에 뵈는 것이 없다

장비를 모두 챙겨서 출근했다가,

퇴근과 함께 집이 아니라 관측지로 향했다

현재 뉴질랜드의 록다운은 광역 오클랜드만 해당하는 것이라서 (한국의 도나 미국의 주 같은 개념)

오클랜드와 Northland의 경계에 위치한 Te Arai로..

관측지에 거의 도달하니 주 경계를 가로지르는 도로마다 경찰의 경계가 삼엄하다.

실제로 경계를 넘어서 탈주(?)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슬기로운 오클랜드 수용소 생활이 되어야 하는데..ㅜ_ㅜ

경찰 검문 초소 바리케이드 바로 앞에서 우회전을 해서 샛길로 들어서려니

나는 원래 가려던 길로 가는 것임에도

경찰 형님이 야 너 잠깐 이리 좀 와볼래 할까봐 그냥 괜히 식은땀이 난다

뒤에 경찰차 안따라오나 몇 번을 확인하는 사이

비포장 길을 한참을 달려서 관측지인 해변가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 많던 서퍼도 낚시꾼도 아무도 없다.

거대한 파도소리와 쏟아지는 별들만이 나를 반긴다

3개월만에 만난 별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겁지겁 생각나는 대로 망원경을 돌리며 별빛 충전을 해 본다

새벽이 되어서야 볼 수 있었던 마젤란을 초저녁에 보니 시간의 흐름이 실감난다

소중한 시간. 명작 몇 개를 순례하고 대마젤란 18번째 대상으로 발길을 옮겼다

오늘의 대상은 마젤란 서쪽 끝에 위치한 성운성단 복합체, NGC 1770과 아이들이다

ngc1770-dss2r-800.jpg

(사진 출처 : TheSkyLive)

한참 스케치를 하고 있는데 차 한 대가 차 지붕 위에 써치라이트를 환하게 비추고 들어온다.

공공 주차장이다보니 경찰도 아니고 보안요원이 순찰을 나온 것이다

쫓겨날까봐 긴장했는데 목성 토성을 보여드리니 맘 놓고 보다 가라고..

또 무언가 일이 생기기 전에 집중해야지

3000_NGC1770_Br_211101.jpg

구도 잡고 점을 찍고 성운을 그리고 바쁘게 관측을 했는데
그 결과물은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시야 안에 보이는 희미한 무언가가 너무 많아서 그 아이들을 보이는 만큼 표현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게된다.


(NGC 1770, 이 아이가 주인공이지만 그 외에도 봐 줘야 할 멀리 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NGC1770_closeup_Br.jpg


어쨋든 내가 선택한 어려운 길, 끝까지 가봐야겠다

밤새 구름은 한 점 없고 SQM은 21.6이 나온다

바람도 불지 않고 이슬도 내리지 않는다.

록다운의 영향인지 밤이면 종종 등장하던 방해꾼(낚시꾼과 취객)들도 아무도 보이지 않고

파도소리와 별빛만이 시공간을 채우고 있지만..

몇 시간 뒤에 출근하려면 이쯤에서 접어야 할 듯.

새벽 2시반에 짐을 정리하고 철수하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너무 오랫만에 별빛을 충전해서 그런 것일까?

돌아오는 길 내내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 메시에 스케치를 했던 2009년의 그 날처럼.. 신나서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아니 회사로 복귀. 회사 주차장에서

차 뒷자리를 접어서 플랫 베드를 만들고

침낭 안에 들어가서 간만에 차박.

차 트렁크 유리 위로 어슴프레 밝아오는 하늘을 보며 잠이 들었다가

지체 높으신 와이프님의 모닝콜에 깜짝 놀라 일어나서 상쾌한 하루를 시작했다.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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