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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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1. 5번째 개기일식 - 5년간의 준비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1071
2. 정해진 대로, 계획한 대로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8431 
3. 일식을 맞이하는 방법 
4. 광야의 거대한 기적
5. 이국적인, 가장 미국적인
6. 모든 개기일식은 서로 다르다


======================== 20 August 2017 ========================

일식 전날은 항상 바쁘고 긴장된다. 몸도 마음도.
정확히 하루 뒤에 일식을 어디에 볼 것인지를 
찍어놓은 곳을 모두 답사해 보며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식의 성패는 사실 그 전날 이미 대부분은 직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팀원들끼리 관측지에 대한 의견이 잘 맞지 않을 경우,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그리고 처한 상황에 따라서 원하는 후보지가 달라질 수 있다.
관측에 성공하면 모든 것이 좋게 좋게 무마되겠지만, 
실패하면?

우리는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각각의 경우의 수를 모두 감안해서 관측 후보지 열몇개를 정해 놓고 
더욱 열심히 답사를 하고
더욱 신중히 의견을 모았다

아침의 일기예보는 더더욱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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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Y.
한달여간 계속된, 미 서부의 꺼지지 않는 거대한 산불이 그 원인이다.
그 서부 초원 지대에 위치한 우리의 목적지 Madras도 그 연기를 비껴나갈 수는 없었다

출발 전 답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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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전에 구글 위성 사진을 뒤지며 찾아 놓은 십여 군데의 관측 후보지가 목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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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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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gon의 상징인 울창한 삼림을 지나니, 풍경은 금세 황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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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답사지.
위성사진으론 몰랐지만 가 보니 Road Closed.. 답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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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같은 손글씨 홍보 (마드라스 가기 전의 마을, 우리의 1순위 후보지 Warm Sp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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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답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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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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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Warm Springs 초등학교 운동장..
구글 지도 상으로는 가장 적당한 곳이었는데
여기는 이미 인가자 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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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펜스에 걸려 있는 일식 관측 주의사항을 보니..
Baily’s Beads와 Diamond ring을 일식 안경을 쓰고 봐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너무 어두워서 못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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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섭다는 미국 경찰 아저씨.
동네 소개도 해주시고 친절한 형님이었음.. 전 여친이 한국인이었다고 한국에서 왔다니 환영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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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장소. 
하늘은 맑은데.. 산불의 영향인지 시야가 모두 뿌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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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식심인 마드라스에 들어오니 뿌연 기운이 약해졌다
근데 인구 6천명의 시골에 웬 여객기? 아마도 일식 전세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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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라스 도심에 근접하니 거대한 캠핑장이 나타난다
이게 자기 밭에다가 줄 그어놓고 Camping ground로 팔았다는 거긴가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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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캠핑장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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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촌도 이런 난민촌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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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캠핑장은 fully booked.. 미국판 봉이 김선달들 돈 많이 벌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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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번째, 
겨우 하나 남아있는 캠핑장.. 꽤 비싸다. 
잠실 야구장을 배회하며 20분 남은 포스트시즌 암표 사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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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마드라스 시내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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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나 일식 광고와 노점. 농촌마을 전체가 (평생 다시 오지 않을 대목인) 개기일식에 들썩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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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종업원들도 일식 티셔츠를 입고 일식 안경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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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들의 품질은 미제 치고는 좀 많이 조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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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Light엔 Bud Light! 진리의 말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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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마드라스 방향으로는 전례 없었을 차량 행렬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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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째. 마드라스 변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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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결론 없이 마드라스를 떠나려고 하는데, 급조한 Campsite 광고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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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도 사람들이 잘 보기 어려운 코너에 걸려있는 현수막..
이 정도의 홍보 센스라면 장사를 잘 하진 못했을테니 
혹시나 자리가 남아 있을까?
혹시…. 마드라스 어느 귀퉁이의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 보니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런 곳. 
황량하고 광활한 평야가 짠! 하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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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완판되지 않을만큼 넓고, 길도 찾기 어려운 캠핑장(농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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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는 길에 샛길로 돌고 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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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열두번째..
일본 별쟁이들 300명이 투숙한다는 오지의 resort를 마지막으로 답사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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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관측지를 찾고서 운전대를 건네 받아서 신나게 엑셀을 밟으며 집에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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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뒤에서 경찰차가 소리없이 경광등만 번쩍이면서 따라온다
어 저기.. 혹시 저를 따라오시는 건가요?
긴가민가 하면서 갓길에 차를 대니
곧 경찰 아저씨가 다가왔다

미국의 교통위반 벌금이 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깜빡 잊고 운전면허증도, 여권도 안 가지고 왔다
흠 신원 불상자(?)로 간주되면 가중 처벌을 받으려나… 
혹시 어디 구금이라도 되면 내일 일식은 볼 수 있을까?

그런데 1년 전(2016년 8월) 개기일식 준비 세미나에서 들었던 내용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경찰에게 무언가 걸리면 최대한 영어 못하는 척을 해야 한다는….

긴장하고 겁먹은 표정으로 간단한 첫 질문부터 Sorry?를 연발하니
더욱 쉽고 천천히, 인자한 얼굴로 한참 설명을 해 주신다
경찰이 따라온 이유는 시속 40km 구간인 동네 어귀에서 50km가 넘게 운전했다는 것.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절대 안그럴께요 네네 한번만 봐주세요….
결국은.. 우리의 비굴 연기가 잘 통했는지 
신분증 검사도 하지 않고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안전운전 하라고 친절히 local 교통법규까지 설명해 주시고 퇴장.
휴.. 다행이다. 정말로


답사 다녀온 아빠를 종일 기다려준 딸님과 숙소(콘도)의 수영장에서 한참 놀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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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니 임상균님이 와 계셨다
우연히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방을 잡으셔서 
내일도 같은 곳으로 동행하실 예정이다
막간을 이용해 별보기의 즐거움 저자 싸인회 ㅎㅎ;;;;
(전해 주신 귀한 김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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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일식 전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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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도 점검하고 (나는 비록 맨눈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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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보며 먹을 식량도 챙기고 (조예별님 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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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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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최선이라 생각하는 장소를 정했다 
그 곳에서 실제로 멋진 일식을 맞이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젠 하늘의 뜻에 달렸지만
보지 못한다고 해도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이미 합당한 만큼의 노력을 했으니
그래도 볼 수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없겠지…



                       Nightwid 無雲




1. 5년간의 준비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1071
2. 정해진 대로, 계획한 대로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8431 
3. 일식을 맞이하는 방법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8617
4. 광야의 거대한 기적
5. 이국적인, 가장 미국적인
6. 모든 개기일식은 서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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