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새로운 댓글

조강욱

 

~~~~ …..

하늘이 좋다

뉴질랜드에 산다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별을 보러 가지는 않는다

여기 별들은 한국 별들처럼 (광해 때문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우선 벌려놓은 생존을 위한 일들부터 처리하려면

맨날 놀며서 하늘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별을 보기 위해 사는 것이지만 살기 위해서는 우선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

 

! 하늘이 너무 예쁘다.

뉴질랜드의 겨울, 7~8월은 항상 하늘이 흐리다

밤이 되면 꼭 비가 한바탕 쏟아진다

그러니 이렇게 맑은 날은 더 반갑다

한 달에 한번쯤 이런 날에도 나가지 못하면 여기 사는 의미를 찾을 수 없겠지

 

오클랜드 천문동호회 회원들은 그리 멀리 관측을 나가지 않는다

악착같이 강원도 오지를 찾아다니는 우리들의 간절함과는 조금 온도차가 있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서 20분만 나가면 홍천급 하늘의 동호회 고정 관측지가 있는데

굳이 한시간 걸려서 SQM 21.7 이상 되는 곳에 자주 가지 않는 것이다

 

느긋하게 현실을 즐기는 그들의 Life style에도 들어맞는 논리라

가끔은 그들의 생각이 부럽기도 하다

별을 보러 몇 번 갔던 Pakiri beach는 이제 네비 없이도 갈만큼 익숙해졌다

일몰 시간에 맞추어 비치 주차장에 도착.

거친 파도소리,

그리고 점점 갯수를 더해가는 별들.

 

은하수가 마치 화선지에 수묵담채를 그려놓은 듯하다

하늘을 온틍 가로지르는 거대한 은하수는 호주에서도 몇 번 봤었지만

수묵 담채는 아니었다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은 이 기쁨을, 이 즐거움을 알까?

모두 깨워서 보여주고 싶다

 

전갈 꼬리 인근의, 파이프 성운을 뒷다리로 쓰는 거대한 말은 너무나 선명하게 하늘을 날고 있다.

Ferrari.JPG


사실 뉴질랜드에서는 말보다는 국조인 키위새 모양을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Kiwi.JPG

 

오메가 센타우리(현지 발음으로는 센토어ㄹ러스, 전혀 다르다)를 그리기 위해

효율성을 높여 보고자 집에서 밑그림도 그려왔다

하지만, 하룻밤 점을 찍어서 완성될 만한 성단이 아니다.

지평선 가까이까지 5139의 빛이 바랄 때까지 한참을 점을 찍다 보니

추위와 졸음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관측도 점찍기도 집중력 없이는 할 수가 없다

 

관측 의자에 불편하게 앉아서 두어 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불편하면 빨리 깰 줄 알고,,)

이미 5139는 사라지고

다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그래도 뭐 하나는 남기고 가야지.

 

Akernar부터 에리다누스를 따라 내려가니

1365가 볼만큼 떠올라 있었다

 

이른 새벽의 외딴 해변에서

한시간여 시간을 투자해서 거대한 막대나선을 담아본다.

 

[ NGC 1365, 검은 종이에 파스텔과 젤리펜, 뉴질랜드에서 조강욱 (2017) ]

2000_NGC 1365_300717_Ori.jpg

 

그리면서도, 그려놓고도 고민이 많다

이게 최선입니까?

더 보일게 없나요?

멋진 사진으로 많이 감상했던 대상들에게서만 보이는 부작용이다

이 세상 최고의 막대나선을 보고 나서도 말이다

1365 pic.jpg

 

 

얼마나 많은 대상과 구조를 보아야 만족이 될까?

언제까지가 될지 잘 모르겠지만

내게 주어진, 내가 만든 기회를 소중히, 오랫동안 즐길 것이다.

 

 

 

 

                            Nightwid 無雲

돌아가기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