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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01년 1회 대회부터 10여년간 천문인마을에서 열린 메시에 마라톤에 선수로 참여하다가

(세월의 흐름에 따른) 여러가지 사정으로..

2012년부터 그 메시에마라톤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맡아서 하게 되었다


다리를 움직여 달리는 마라톤은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으나

메시에 마라톤은.. 확실히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오랫동안 마라톤 D-Day를 기다리고 준비하면서 설레는 마음,

그리고 정신적·육체적 어려움을 극복하며 맞이하는 새벽의 강렬한 클라이막스는

별동네에선 마라톤 외에는 느껴보기 어려운 기쁨이 아닐까 싶다


올해의 마라톤에 대해서는 여러 분이 올려 주셨으니 생략.

내 마라톤에 대해서만 얘기해 보자면..

나는 몇년 전부터 공상만 해보았던, 스케치 마라톤을 처음 실행해 보았다

(누가 예전에 해 보았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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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순위권으로 천문인마을에 도착하여

대회 진행보다 먼저 내 관측부터 챙긴다. 난 선수니까

서둘러 망원경을 조립하고.. 근데 110개 대상의 스케치 용지는 어떻게 하지???


몇년 전부터 구상하던 건데.. 이런건 이미 집에서 준비해 왔어야 하는거 아닌가 ㅡ,ㅡㅋ

야전에서 급하게 젤리펜을 자에 대고 모자이크를 만든다

관측순서 잊어먹을까봐 깨알같이 번호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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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꽝이 될지 모른다는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저녁 6시 출구조사의 푸른 하늘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개회식을 초고속으로 진행하고 마라톤 시작.


개표 결과.. 완전 꽝은 아니나 망원경보단 소주잔을 기울여야 마땅한 날임이 확실하다

마라톤을 하기에는 최고 난이도의 하늘..;;;;

(아무것도 안 보이면 속편히 술이라도 마시지)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린다


74 77 31 32 110 33 순서고 뭐고 상관 없이 눈에 보이는 것부터 닥치는대로 찾아나간다

그래 이런 것도 마라톤의 의외성이라 할 수 있겠지

대상을 잡고, 대략의 위치를 기억하여 작은 매트릭스 모눈에 한꺼번에 쏟아 넣는다

마치 눈알로 탁본을 뜨듯이, 머리로 무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알로 관측하고 망막 어딘가에 그 별들을 저장하고 다시 꺼내서 종이에 옮기고..

평소에 즐겨 하던 과도한 디테일의 스케치보다 100배 빠른 스피드와 1/100의 정교함으로

종이에 점과 구름을 찍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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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자리에서는 메시에와 NGC를 넘나드는 고범규님의 놀라운 쌍안경 호핑이

잠시 숨 고를 겨를도 없이 실시간으로 이어진다


9시가 되어가니 구름은 점점 더 많아지고

옆자리 고범규님의 조언대로

정확한 호핑으로 자리 잡고 잠복 근무를 하면서

그 위치에 구름이 옅어지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아무것도 없는 진회색의 아이피스를 하염없이 보고 있으면

하늘에서 천사가 강림하듯

눈부신 별들이 구름 속에서 환하게 밝아졌다 사라진다


아! 이것 참 예쁘네..

그냥 맑은 하늘에서 찬란히 빛나는 것과는 또다른 매력이다


날씨는 10시를 넘어서며 더 안좋아져서 카페테리아에서 잣막걸리를 흡입하다가

도저히 호핑이 불가능한 하늘이 되어서 11시엔 대회를 잠시 중단하고 이한솔님의 안시관측 특강을 진행했다

20년간 아무 의문 없이 기계적으로 해왔던 주변시에

그런 큰 원리가 숨어 있었다니..

별 말고도 세상일은 모두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가치를 느낄 수 있나보다

12시가 넘어서 대회를 재개..하려 하는데

이젠 더더욱 어려운 하늘..

스케치는 더 이어가지 못하고 모자이크 한장으로 만족해야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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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잔을 앞에 두고 밤새 다른 마라톤을 했으니

손해본 장사는 아닌것 같다 ㅎ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눈까지 살짝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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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계된 기록지를 보니 올해도 1개 차이로 1~2위가 결정..

거기에 2등은 올해도 동일하다 ㅎ;;;;


1위는 임광배님이 51개로 타이틀을 탈환해 가심.

(디펜딩 챔피언인 박진우님은 사업이 바빠서 불참)


1위보다 더 많이 찾은 2위는 고범규님. (50개)

메시에만으로선 모자라서 그 하늘 아래에서 NGC 포함 80개 관측.. ;;;

근데 메시에만으로는 딱 한개, 작년처럼 딱 한개가 모자랐다


3위는 마라톤 뛰랴 강의하랴 바빴던 이한솔님 (46개)

그 구름 속에서 74 77은 어떻게 찾으셨나요 ^^;;



4위 김재곤 (28개)

5위 반형준 (26개)

6위 조강욱 (21개)

7위 이정남 (18개, 12")

8위 정성일 (18개, 16")

9위 정성훈 (17개)

- 이상 기록지 제출인원 전원 -




별을 보는 데에 순위와 경쟁이 큰 의미는 없겠지만

별보기의 유일한 기록경기인 메시에 마라톤의 전통을 위해 연도별 우승자를 정리해 본다

대한민국 메시에 마라톤의 역사와 전통을 위하여.. ^^*


☆ 역대 메시에 마라톤 우승자 명예의 전당

2001년  1회 대구 첨성대 변재규 유충목 43개
2002년  2회 대전 NGC 1팀 98개 (NGC 2팀과 1개 차이)
2003년  3회 중미산천문대팀 이용해 허현오 (결과미상)
2004년  4회 세종대 천문동호회 허현오 (결과미상)
2005년  5회 야간비행 조강욱 100개
2006년  6회 우천 취소
2007년  7회 야간비행 조강욱, 별만세 25개 (공동우승)
2008년  8회 야간비행 조강욱 89개 (5인치 반사 최소구경 우승)
2009년  9회 별사랑 구훈, 이범준 외 89개 (별사랑 1,2팀 공동우승)
2010년 10회 야간비행 김남희 36개
2011년 11회 야간비행 이한솔 73개
2012년 12회 야간비행 이한솔 49개
2013년 13회 별하늘지기 임광배 53개
2014년 14회 우천 취소
2015년 15회 야간비행 박진우 104개 (천문인마을 역대 최고기록, 2위 고범규 103개)
2016년 16회 야간비행 임광배 51개 (2위 또 고범규 50개 또 한개 차이)




P.S. 항상 메시에마라톤의 시작 전과 종료 후에 방문하는 그 곳.. 
     올해도 변함없이 토요일 점심과 일요일 아침을 해결!!

(우리나라 최고의 돕소니안 망경 장인과, 그의 고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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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우승자를 모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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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에 전원 기록지 스캔하여 올립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원본 돌려 드리겠습니다~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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