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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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한 달에 두 번 관측을 나간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찾아보았다

 

2009년 여름.. 무리하게 주중 관측을 나갔다가

 

졸린 눈을 부릎뜨고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새벽에 집에 돌아오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원장님 출근 이후 잠시 쉰다고 침대에 누웠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서

 

회사에 출근을 못한 대형 사고를 친 이후로

 

한달에 관측 카드 한 장, 이월 없는 카드 한 장으로 원장님과 약속을 하고서

 

그 뒤로는 한달 두탕(?)의 기억이 없다

 

그리고.. 작년 10월부터 7개월간 망원경 없이도 크게 아쉽지 않게 별생활을 하다 보니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 이런 불경스러운 생각에 이를 지경이 되었다

 

그러다가 5월 16일 조경철천문대에서 EQ에 올린 농구선수 전용(웬만하면 센터) 망원경으로

 

밤새도록 쉼없이 관측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높다 높아.. 무겁고 커서 운반하기도 조작하기도 힘들다

 

빨리 메시에 110개 다 그리고 망경을 바꿔야겠다!

 

 

원장님께도 결의를 전하고 1주일 뒤 토요일, 다시 길을 나섰다

 

장형석님도 김재곤님도 가족들하고 놀러가서 보신다 하고..

 

오늘의 동행은 박진우님 한명 뿐.


어디로 갈까 카톡으로 물었더니 수피령 어떻냐고 답이 온다

 

(서울 북부에 살고 있는 나를 배려한 진우씨의 세심함이 아니었을까?)

 

수피령.. 수피령. 한솔형님을 처음 만난 곳이지!

 

2010년 2월 6일, 기억에 남을 정도로 추웠던 날

 

그 곳에서 어설픈 솜씨로 오리온과 M3을 보고 그렸었다

 

(당시 4시간이 걸려서 오리온을 그렸었지만, 오리온과 33 두 개는 꼭 다시 그릴 것이다)


그리고 우연히 내 바로 옆자리에서 관측하던 한솔님을 처음 만났다

 

(위치를 기억하기 위해 메시에들을 다시 복습하고 있다는 그 말씀대로,

 시험공부 하듯이 엄청시리 열심히 대상들을 찾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뒤로 한 번도 수피령을 찾지 않았다

 

우리에겐 춘천고속도로가 생겼으니까..


5년 만에 그 곳에 가려니 어떻게 입구를 찾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별하늘지기에서 한참을 검색하고 출발.

 

47번 국도를 타고 오르고 오르다보니 조경철 천문대 근처를 지나서도 한참을 더 올라간다

 

기상 레이더 불빛만 아니었으면 더 갈 필요도 없는건데..

 

아~~ 아쉽다

 

 

열심히 달려서 밤 10시쯤, 달이 지기 전에 관측지 도착.

 

예전과 같이 안쪽에는 사진파가, 입구쪽에 안시파가 위치해 있다

 

안시쟁이 자리에는 진우씨와 간만에 만난 토성님,

 

처음 뵌 달어면님, 그리고 또 처음 뵌 분(아이디가 기억나지 않네요 죄송합니다)과 나까지 총 5명,

 

안쪽 자리에도 가 보니 2015 천체사진공모전 대상에 빛나는 장승혁님께서

 

2016년 2연패를 위한 준비를 하고 계셨다

 

(2015년 대상을 받은 오리온도 수피령에서 만든 작품)

 

 

오늘은 무엇을 볼까...

 

지난주에 완성 못한 사냥개 은하 연작부터 완성해보자

 

M106으로 망경을 향한다

 

106.JPG 

 

아니 106의 나선팔이 이렇게나 잘 보였었나..

 

밝은 핵을 사이에 두고 대칭형을 이루는 수려한 곡선의 막대가 강렬하게 남성적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요즘 스페인어 공부를 하며 대체 명사에 남성 여성 구분을 왜 할까 짜증이 났는데

 밤하늘 대상들도 성별 구분이 가능할 듯)

 

언젠가 한 20년 후 다른 방법으로 다시 106을 마주할 때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지.

 

106 인터뷰.JPG

※ 위 목소리는 음성 변조 되었으니 알아서 음성지원 하시면 되겠습니다

 

 

지난주 광덕산에서부터 처녀자리가 많이 보고 싶었는데

 

벌써 봄의 끝자락이라, 달이 지자마자 벌써 처녀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다

 

아니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봄철 하늘에서 가장 반가운 별무리인 T존을 잡아놓고

 

100번부터 시작!

 

 

나는 100번을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관측기록이 하나 있다

 

자 우선 윤정한 형님의 관측기부터 보시고..

 

http://blog.naver.com/adhara/31631810

 

피자 도우는 어떻게 생겼을까?

 

100.JPG


피자판.. 피자판..

 

나선팔의 끝자락이 나름 밝아서 그 디테일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건 피자 도우보다는 확실히 나선은하 맞는디..

 

뭐 나는 태기산에서 10인치로 본 건 아니니깐 ^^*

 

100 인터뷰.JPG


 

바로 이어서 98번.

 

길고 긴 98번을 비례 맞춰서 크기를 잡다 보니

 

헤일로 안의 얼룩들이 눈에 들어온다


98.JPG

 

나선팔과 암흑대가 불균일하게 믹스되어

 

아름다운 측면은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멍하니 감상할 여유도 없이 바로 T존 3형제의 막내, 99번으로 향한다

 

100 98 99

 

백 구팔 구구

 

입에 착착 붙는 그 순서.

 

왠지 99 98 100으로 가면 처녀자리를 보는 맛이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99번의 구도를 잡고 있는데

 

고도가 너무 낮아져서 더 이상 의미있는 관측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다음달에 또 이어서 하지 뭐!


4장 모자이크를 만들어야 하는데 처녀자리 T존은 태생적으로 3남매다

 

T존_1009899.jpg

 

 

그럼 나머지 한 대상은?

 

위치상으로나 인정상으로나 4216이 와야 하는데

 

메시에가 아닌 애를 그릴 수도 없고.. (이건 강박증)

 

88 91 90 89 87 58 59 60 49 61 104 중에 맘에 드는 애가 생기겠지!


여름밤은 짧다. 달까지 늦게 지는 바람에 더 짧아졌다

 

또 다른 메시에 밭, 궁수자리로 가자

 

아이피스를 8mm에서 13mm로 갈아 끼우고 점 찍을 준비를 한다

 

 

28번.. 학교 다닐 때 후배들 호핑 연습으로 시키던 대상이다. 22와 함께 말이지

 

28.JPG

 

13 옆의 92처럼.. 얘도 22번 옆에서 위치선정 잘못해서 이쁨도 못 받고 평생 고생.

 

 

아름다운 스타체인을 한참을 넋 놓고 찍고서

 

주전자 바닥에 깔려 있는 세 친구들을 보려 하니 이미 고도가 너무 낮다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55와 75를 담아본다

 

얘네들을 생각하면 항상 메시에마라톤이 떠오른다

 

새벽녘 박명 직전에 나의 체력과 인내심의 한계를 실험하던 그 애들..

 

궁수구상28_55_75.jpg

 

55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다

 

항상 288과 비슷하다고만 생각했는데,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는 inner star chain이 꽤나 인상적이다

 

55 인터뷰.JPG


 

55 관측을 마치고 75번으로 가기 전에

 

안구 정화를 위해 7번을 잡으려고 파인더를 보고 있는데

 

6번과 7번 사이에 거대한 원형 암흑성운이 보인다

 

깜짝.JPG

아이피스로 잡아보니 배경 하늘색보다 더 어두운,


정말로 거대한 'black' hole이 거기에 있다

 

웜홀스케치.png

 

 

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진우씨가 보고서는 한마디 거든다


"뭐 발견하신 것 같은데요"


혹시 이건.. 인터스텔라에서 보던 웜홀?

 

반해2.JPG

 

이걸 학계에 신고하면 내일은 아니겠지만 며칠 내로 9시 뉴스 헤드라인에 나올 거야


웜홀.JPG


 

수피령에 자주 관측하러 오시는 토성님은 한참을 보시더니..

 

수피령 남쪽 하늘을 지나가는 송전탑 전선의 동그란 부품이 보이는 것 같다고,,


엥 그런가...


뭐 최소한 에드먼즈 행성으로 가는 웜홀은 아니겠지.. ㅡㅡ;;



75번을 다 그리기 전에 하늘이 밝아오고 있다


오늘 관측 끝!


그리고 웜홀의 존재도 여명 속에 송전탑과 함께 서서히 드러났다

 

(구글에서 찾은 자료 사진, 저 동그란 것은 웜홀이 아니라 spacer 라고 부르는 송전선로 부품이다)

spacer.JPG 

※ 위 사진은 본 사건과 무관합니다


 

오늘도 EQ(Space Arrow)와의 조합으로 엄청난 생산성을 기록했다


그리다 만 99번을 0.5개로 치면 총 6.5개..


지난주 7개와 합하면 5월 월령에만 13.5개나 진도를 나갔다

 

이번 관측까지 관측하고 스케치를 남긴 메시에 대상은 총 67개,

 

남은2.JPG

 

(13개 중 그린걸 또 그린 것이 두 개나 된다)


그 전까지 6년동안 56개 그렸던 것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속도.


한 월령에 1년치 진도를 뺀 정도이니..


물론 그간 내가 너무 게으른 탓도 있지만


EQ와 관측의자를 쓰면서 집중력과 편의성이 높아진 것은 명백한 사실!


그런데 EQ 높이가 20cm라, 안 그래도 높은 내 망원경(접안부 190cm)에 올리면


정말로 거대한 NBA (센터) 선수용 망원경이 되어 버려서


50도 이상 올라가는 대상은 유효한 관측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빨리 다 그리고 망경 바꿔야지..

 

크고 낮고 가볍고 부드럽고 일체의 전자장치가 필요 없이 EQ와 혼연일체가 되어 줄 그런 망원경..

 

망경 뽐뿌가 내 관측을 자극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되고 있다

 

 

내가 여기저기서 떠들고 다니는 구경 책임제를 나는 잘 실천하고 있는 걸까..

 

나는 혼신의 노력으로 메시에 스케치를 마무리하는 것이 그 실천이라 믿고 있다

 

요즘.. 저기 멀리서 새로운 망경이.. 새로운 미러가 손짓하며 나를 부르고 있었는데..

 

그 손짓하던 아이가 내가 주저하던 사이 다른 분에게 가 버렸다

 

http://www.nightflight.or.kr/xe/160107


 

그래 그건 EQ 플랫폼에 올리기엔 너무 크고 길잖아

 

애써 위안하며..

 

오래전 순정만화 '아르미안의 네딸들'에서 나왔던

 

그 '운명의 상대'를 기다려 보련다

 

아르미안.JPG 

(고등학교때 친구들 무협지 볼 때 나 홀로.... 그때부터 취향은 남달랐나보다)

 

 

 

 

 

 

 

 

참, 돌아오는 길에 갓길에서 음료수와 과자 나눠주신 분 감사합니다! 

 

제가 성함도 여쭤보지 못했네요.. 과자 정말 맛있었어요 ^^*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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