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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9월 18일 목요일 오후 서초동의 어느 빌딩.

 

15층 회의실에서 업무 회의로 한참 떠들다 보니 남쪽 하늘이 너무나 아름답다

 

회의 끝나고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뒤 폰으로 한 장 찍어 보았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눈으로 보는 그 색감과 감정과 구도와는 무언가 많이 다르다

 

보통은 그렇다면, 원하는 느낌이 표현되도록 폰카 세팅을 만져서 맞출텐데

 

사진에 별 지식이 없는 Nightwid. 스마트폰의 그림판을 열어서 (갤럭시노트2의 S노트 App)

 

눈대중으로 하늘색을 맞추고 눈으로 보았던 하늘색을 표현해 본다

 

투명한 하늘 앞에 보이는 본사 건물도 한 장 올려 주고...

 

두 개의 탑을 가로지르는 뭉게구름 한 덩이가 포인트!

 

140918_1.jpg

 

 

 

어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다

 

매일매일 그날 본 천체와 하늘 풍경을 스마트폰 그림판으로 간단히 그려보

 

푸른 하늘을 감상한 목요일 저녁,

 

사무실 내 책상 모니터 가장자리에 눈부신 오렌지색이 보인다

 

이건 영락없는 일몰의 징조.

 

폰을 들고 15층 사무실 창고에 들어갔다

 

이 창고는 서향으로 되어 있어서 우리 사무실 층에서 유일하게 일몰을 볼 수 있는 곳.

 

심호흡하며 폰으로 빌딩숲 위로 지는 태양과 형형색색의 하늘색을 찍었는데

 

이거 뭐야.. 눈으로 보는 것과 폰사진의 색은 너무나 다르다

 

전반적으로 눈보다 폰사진이 훨씬 어둡게 나오고 색의 계조도 단순하게 느껴진다

 

퇴근길에 지하철 안에 서서 폰사진을 참고하여 석양의 하늘빛을 떠올리며 한 장.

 

140918_2.jpg

 

어짜피 부드러운 그라데이션을 폰 그림판으로 구현하지 못한다면

 

이렇게 거칠게 표현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빌딩 숲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그냥 맘대로 그려봤는데

 

울 원장님은 갈대숲 그린거냐고.. ;;;

 

털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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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금) 서초동 어느 빌딩

 

이틀 연짱으로 푸른 하늘이다

 

이정도면 내일 스타파티에 확실히 비 오겠는데.. ㅡ,ㅡ

 

저녁 6시반, 나는 오늘도 같은 시각 사무실 창고에서 일몰을 본다

 

회사에서 나보다 일몰의 순간을 많이 본 사람은 아마 없을거야..

 

(지평선이나 수평선이 아니라 빌딩숲 일몰이라 아쉽긴 하지만..)

 

항상 하늘에 떠 있을 것 같은 태양이지만,

 

지상의 지형지물과 같이 보일 때만 느낄 수 있는 (상대적인) 엄청난 속도감을

 

아마 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할 수조차 없으리라.

 

그 이글이글 타오르는 붉은 공. 빌딩 사이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는

 

그 불타는 공만 그려보자..

 

140919.jpg

 

빌딩을 손가락으로 쓱쓱 그렸더니 건물보단 애리조나 사막의 선인장이 되어버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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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토) 홍천 괘석리

 

기대하지 않았던 하늘.

 

저녁 8시부터 극적으로 하늘이 열렸다

 

오늘은 뭘 그릴까?

 

평소에 예뻐해주지 못했던 바다염소.. 그래, 오늘 너네들 이름을 불러주마

 

평소에 쳐다도 보지 않던 75번, 30번, 72번, 79번.....

 

 

[김춘수, 꽃(1952)]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14092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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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일) 홍천 괘석리

 

 

새벽 1시, 컵라면 한 그릇 먹고 나오니 산 위에는 오리온이 벌써 떠올랐다

 

서쪽에는 아직 백조가 은하수를 머금고 살아 있는데..

 

백조와 오리온을 번갈아 보니 덥다가 춥다가..

 

14092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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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월) 은평뉴타운

 

오늘 아침도 눈부시게 맑은 날이다

 

목금토일월.. 무려 5일을 연속으로 푸르고 검은 하늘을 본 적이 있었던가

 

6시도 안 된 새벽 출근길에 미친놈처럼 하늘을 휘저어 보며 걷고 있으니

 

얇은 그믐달이 보인다

 

하늘이 너무 밝아서 지구조는 보이지 않는다

 

폰카로 아무리 찍어봐도 눈으로 보는 크기와 디테일은 표현 불가능.

 

그믐달 옆집에 사는 아저씨가

 

뭐하는 놈인가 베란다 너머에서 쳐다본다 (본인은 옆집에 그믐달이 사는지도 모르겠지)

 

눈치 보여서 자리를 피하고..

 

결국 박석고개 버스정거장에 서서 버스 몇 대 보내면서 간략히 스케치 한 장.

 

출근하는 내내 사진과 스케치를 참조하여 그대로 재현해 보았다

 

조금 달라도 누가 뭐랄 사람은 없겠지만.. ㅎ

 

아파트 로고는 똑같이 그리려 하다가 이게 뭔짓인가 싶어서 간단하게만.. ;

 

14092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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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5(목) 서초동 어느 빌딩

 

5일 연짱 맑은 하늘 이후 한동안 흐린 날이 계속되어

 

'일일 별그림'은 며칠 쉬었다

 

저녁 무렵 남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모니터 엣지에 또 오렌지색 빛이 보인다

 

어.. 일몰이다!

 

오늘도 창고에서 석양의 순간을 맞이한다

 

일출의 오메가도 멋진 광경이지만,

 

나는 일몰의 순간을 훨씬 좋아한다

 

곧 별이 뜰테니 말이야..

 

 

태양과, 그 주위의 색들을 갤럭시노트2 기본앱인 S노트 팔레트로 맞춰보고 있으니

 

어느새 태양은 건물 사이로 쏙.

 

며칠새 일몰 위치는 왼쪽으로 한참 이동했네..

 

잊어버리기 전에 퇴근길 지하철에 서서 한참을 그려본다

 

(깨알같이 크레인 그리느라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함 ;;)

 

140925.jpg

 

분명히 같은 구름인데 태양을 가로지르는 부분의 색과 태양 좌우의 구름 색이 다르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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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토) 과학동아 천문대

 

용산 전자상가, 서울의 한복판에 있는 과학동아 천문대..

 

저녁에 구름이 많아서 달을 볼 수 있을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운 좋게 초승달이 구름 사이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내 주었다

 

달과 빌딩, 달과 서울. 어느 쪽이 더 어울릴까?

 

제목만 알고 있는 '달과 6펜스'란 소설은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진다

 

14092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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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일) 집 근처 병원

 

울집 어린이 피부과 진료 때문에 일요일 오후 딸래미 손 잡고 병원으로 출동.

 

이 날은 정오에 토성 엄폐가 있는 날이었으나

 

날씨가 좋지 못해서 우리 나라에서는 성공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토성은 고사하고 달조차도 찾은 사람이 없다)

 

나도 2002년 이후 12년만에 다시 볼까 기대했으나..

 

아침에 일어나서 창 밖의 회색빛 하늘을 보고 망경 꺼내지도 않았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이번 토성엄폐를 밤에 볼 수 있는 지역은 하와이 뿐.

 

월몰 직전에 토성 엄폐가 종료되는 극적인 일정이다

 

그렇다고 그걸 보러 하와이에 가는 것은 좀 아닌 것 같고

 

얼마 전에 거금 들여 구입한 스카이 사파리로 하와이를 세팅하고 찾아보

 

어 이미 토성엄폐가 진행중이네!

 

어플로 찍어본 토성의 위치에는 달만 덩그러니. 들어가는 순간을 봤어야 하는데..

 

(뭐 어짜피 시뮬레이션. 돌려보면 그만이긴 하지만.. 그건 맛이 안 나겠지)

 

예별이가 진료실에 들어가고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망경 관측과 비슷할 배율로 토성이 나올 예상 지점을 계속 스위핑하고 있으니

 

아주 조금은 관측하는 기분이 든다

 

시뮬레이션 조금 더 돌려보면 어디서 언제 나오는지 정확히 알 수 있지만

 

그러면 관측하는 기분이 안 나니까..

 

초조한 마음으로 손가락으로 계속 아이피스 대신 스마트폰 스위핑..

 

아 진짜 미친짓 맞는듯.

 

한참을 안절부절 하고 있으니 어느틈에 토성 고리 끝이 달의 밝은 면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아쉽게 그 순간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 이후 1분여간, 토성 본체와 고리가 모두 달을 빠져나올 때까지

 

숨도 참으며 넋을 놓고 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 세상 좋네.. ㅎㅎㅎ

 

140928.jpg  

 

 

집에서 개콘 보면서

 

9장 연작으로 기획한 '일일 별그림'의 마지막장 완성.

 

그것 참.. 별이 뭐길래.... ^_^*

 

 

 

[ 2014년 9월. 매일매일 별생각 (조강욱, 갤럭시노트2에 S펜과 손가락) ]

 

9장연작.jpg

 

 

  

 

 

 

왜 하냐건 웃지요 

 

즐거워.JPG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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