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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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5월 30일 금요일. 맑은 금요일 저녁...

3월 30일이 마지막 관측이었으니 딱 두 달 되었다

간만에 야근도 없고

달도 없고 구름도 없는 삼위일체가 이루어졌다

마나님께 결재를 받고 허겁지겁 퇴근하여 관측지에 도착하니..

그래도 이미 밤 11시다 ㅎ


최고의 하늘이 펼쳐질 것이라고 부푼 기대를 가지고 왔는데 이게 웬걸.

하늘에는 북두칠성 정도가 겨우 얼굴을 내밀고 있을 뿐....

아.. 이걸 어떡하지 이 먼 곳까지 왔는데....

하늘에는 흐릿하고 넓은 구름이 흘러가고

땅에서는 이름모를 괴 생명체(?)가 연신 음산한 휘파람 소리를 낸다

휘익 휙  휘익 휙   어찌 그리 시계추처럼 정교하게 괴이한 소리를 반복할 수 있을까....

혼자 왔다면 아마 그 길로 집에 갔을 것이다

(지난 벗고개 홀로 번개 이후 갑자기 겁이 많아졌다)

얼마나 완벽한 하늘이었는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망경을 세팅하며 날이 맑기를 기다린다

주인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문제를 한솔형님께서 지적해주신 덕분에

남희형님 공방에서 내 오래된 망원경은 또 새롭게 태어났다 ㅎ

아래 사진은 방망이 깎는... 아니 사경홀더 깎는 장인

 20140524_152429.jpg

박상구님도 마침 망경 수술차 수원 공방에.. ㅎㅎㅎ

 20140524_155624.jpg

 

아픈 망원경 치료를 위해 집도 중이신 톱질 김남희 선생

 

20140524_153012.jpg



여튼, 그래서 그런가.. 천천히 하려고 했는데 광축도 너무 금방 맞췄다

별이 보이지 않고 마음이 급하지 않으니 오늘따라 파인더도 한 방에 딱 맞는다 ㅡ,ㅡ;;;

적당한 고도의 대상 '아무'거나 한 번 잡아보고 나니

더 이상 망경을 돌릴 의욕이 나지 않는다

그냥 의자에 털퍽 앉아 있는데 남희형님과 윤호씨는 그래도 잼있다고 뭔가 계속 열심히 찾고 있다

뭘 그리 보고 있는지 궁금하기 전에

연이은 야근의 피로가 이제야 밀려오는지 잠이 솔솔 온다

한 30분을 의자에서 졸다가 추워서 그랬는지 번쩍 눈을 떴다

'그 자세로 잘도 자네~~' 이건 남희형님 말씀 ㅋ

아직도 남희님은 PN을, 윤호씨는 NSOG 뽀개기에 여념이 없다

아직도 하늘은 별로 차도가 없는데.. ㅎ;;;

이 멀리까지 왔는데 왜 이렇게 망경에 손 대기가 싫을까?

규칙적으로 휘파람을 불고 있는 새 소리를 계속 듣고 있자니 또 잠이 온다

날도 더 추워져서 차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잠을 자기 시작한다

분명히 30분 뒤, 1시간 뒤에 알람을 맞춰 놓았는데 들리지 않는다 ㅡ,ㅡㅋ

한참 뒤, 새벽 2시 쯤에.. 남희형님이 차 문을 열고 흔들어 깨운다

날이 좋아졌다고 하셨었나.. 잠결에 들어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ㅎㅎㅎ

하늘을 보니 아까 자정 즈음보다는 조금 좋아졌다

그래, 뭐라도 하나 봐야지..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손이 눈이 따라가질 않네.. ㅎ;;;;

그 와중에도 여전히 남희님은 PN, 윤호씨는 NSOG를 바쁘게 보고 있다.

파인더로 이리저리 떠돌며 방황하다가

윤호씨가 5번을 관측하는 것을 보고

뱀주인자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박상구님과 또 여러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뱀주인자리는 그 면적 대비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상당히 저평가된 동네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애들도 찾을 수 없고..

나 또한 메시에마라톤 할 때 10 12 14 107 9 쓱 둘러보는 거 외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우선 남희형님의 특허품, '뱀주인이 담궈 준 와인 한 잔' 을 음미하고..

(출처 : http://www.nightflight.or.kr/xe/33036)

 


뭐라도 하나 실적은 남기고 가야 할텐데..

뿌연 하늘 속에 겨우 M10번을 찾아서 보니

'어? 이거 나름 괜찮은데??'

항상 비슷한 놈 정도로 생각했던 12번도 14번도 모두 특색을 가지고 있다

'모든 구상성단은 Unique하다'

내가 만든 멘트인데도 까먹고 있었다.. ㅎ;;;;

종이를 작게 나누어 한 장에 4개씩,

10 12 14 9
107  72 30 28
4 80 62 19 정도로

연작을 만들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내 주장을 스스로 증명도 할 겸.. ㅎㅎㅎ

(근데 NGC 구상들은 그게 그거일지도 모르겠다)

위에서 M5는 어디 갔을까?

그 애는 훌륭하신 분이니 단독샷을 드려야지.. ^^;;;

어찌 범인 아니 범GC들과 겸상을 하리오..

11시에 관측지에 도착해서 새벽 3시까지

오랜 시간의 방황 끝에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M10을 보며 점을 찍고 있는데

한 30분쯤 지났나..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ㅠ_ㅠ

저기요.. 전 이제 시작인데..

그리다 말았지만, M10은 성단 표면의 밝은 별들로

마치 가오리 또는 화살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76% 완성한 M10 스케치)

140_20140610_055308.jpg

담 관측부터는 10번 마무리부터 계속 구상성단 연작을 늘려 나가야지.

며칠 전에 ASOD에서 멋진 구상 스케치를 하나 발견했는데..

검은 종이에 젤리펜과 파스텔로 만든 것이다

 

http://www.asod.info/?p=12441



나는 그 동안 구상만은 흰 종이에 점 찍기로 표현했었는데

이 정도면 구상도 검은 종이를 사용해도 될 것 같다

자주 나가기를 해야 흰종이든 검은종이든 써 보지 이거.. ㅎ



- 4줄 요약 (장형석님꺼 표절임.. ㅋ;;)

1. 두 달 만에 관측을 나갔음
2. 생각보다 하늘이 별로라 깜놀
3. 밤새 방황하다 박명 30분 전에 정신차림
4. 구상성단 연작을 완성해 보자!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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