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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얼마 전 상현달 인근에, 부산의 이현호님과 카톡을 했었다

 

크기변환_관측언제.jpg


내 현재 상태는 위와 같은 상황..

기록적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져도

회사일 등 벌려놓은 일들에 바빠서 애써 하늘을 외면하고 있다



금요일 밤, 서울의 파란 하늘을 뒤로 하고 광주에 도착하니

거기엔 구름만 가득.. 대한민국이 꽤 넓구나 ㅡ_ㅡㅋ

별 대신 술병만 관측하고 취침 ㅎ

토요일 오전에 두 시간 동안 별 보는 얘기를 떠들고

http://cafe.naver.com/skyguide/116209 

 

광주송정에서 KTX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보니

하늘은 중부지방 들어서면서부터 All clear!

한솔님이 이미 벗고개 번개를 공지하신 상황..

달은 자정이면 뜰테니 초저녁에 가서 빡시게 보고 와야 하는데

차는 원장님이 쓰고 계시고, 용산역 KTX 도착시간 자체가 오후 5시 반으로 늦고

어제 밤새 술병 관측하느라 잠도 부족한 상황인데..

기차에서 내려서 하늘을 보니 모든 핑계가 사라진다 ㅎ

부모님 댁에 가서 차를 빌려서 다시 우리집까지 와서 망경을 싣고 출발!

벗고개에 도착하니 10시 반..

벗고개 터널 입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차 댈 곳도 없어서 터널 안에다 차를 세웠다

터널을 걸어 나오니 하늘에는 깨알같은 별들이 총총!

그래 이 맛이지.. ㅎ


서둘러 광축을 잡고 별을 보니

미러 냉각이 안 되어서 별이 탱탱 불은게

달 뜰 때나 되어야 냉각 끝날 판이다 ㅡ.ㅡ

그 날 벗고개에는 내가 제일 늦게 왔고,

이한솔님, 박상구님, 김재곤님, 김철규님, 류창모님, 초보씨님 등 약 20분 이상이 계셨던 듯.

참, 새로이 15" UC를 들이신 이원세님도 뵈었다  (나비 쓰시면 안 됩니다 ㅎ)


한 바퀴 인사를 돌고 나서, 시간도 얼마 없는데

냉각이 되건 말건 스케치를 시작했다

참, 급하게 조립하다가 암막도 안 씌웠다 ;;;

오늘의 대상은 M34.

Algol 근처의 밝고 큰 산개성단.. 물론 정성을 들여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ㅎ

라흐마니노프 2번을 틀어놓고 점찍기 시작!

34번은 특징적이고 인상깊은 기하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내가 왜 20년간 이렇게 얘를 홀대했을까..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보이는 별들의 범위가 워낙 넓어서 비례 맞춰서 점을 다 찍으려니 시간이 많이 걸리네..

약 70% 완성 상황에서 아직 뜨지도 않은 달이 너무 밝아서

34번 스케치 완성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동쪽 산등성이에 목성이 올라왔길래 목성 함 보고 있으려니 여러 분이 내 망경 뒤로 줄을..

아니 공관도 아니고 선수들이 왜 목성 보려고 줄을?

알고 보니 달 뜰 때가 되어 다들 장비를 정리하시고

아직 돌아가는 망경이 주위에 하나도 없었던 것.. ㅎ

뜻하지 않게 여러 분들의 성원 아래 Ethos 8mm first light을 거행하게 되었다 ㅋ;;;

하지만 목성은 아직 고도가 낮아서 대단한 상은 보여주지 못했다


떠오르는 목성과 달을 뒤로 하고 한 분, 두 분 출발하시고

1시 이후에는 벗고개 터널 아래에 나와 초보씨님 등 몇 분 남지 않았다

참, 초보씨님께서 흰색 0.5mm 샤프심을 나눔해 주셨다

이 귀한 것을! ㅠㅠ

하얀색 샤프심 찾으려고 몇 년 전에

해외 사이트까지 뒤지다 결국 구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서울의) 동쪽에서 만난 귀인에게서 득템할 줄이야.. ㅎ

초보씨님 잘 쓰겠심다.. ^-^



기왕 늦은 거, 올 때부터 목적은 달과 목성이었다

달 고도 올라올 때까지 목성부터 함 그려보자.. 하고 줄무늬 세고 있는데

왜 그렇게 졸리는 것인지 ;;;

찰필 들고 몇 번 졸다가 차에 들어가서 잠깐 쉬기로.. 했는데

깨어보니 새벽 3시. 한 시간이나 지났다 ㅡ_ㅡㅋ

화들짝 놀라서 밖에 나와보니 책상에는

초보씨님이 놓고 가신 것으로 추정되는 캔커피 하나만 덩그러니 ㅎ

인산인해를 이루던 벗고개는 순식간에 적막함에 휩싸였다

성도에는 이미 서리가 앉았는데 미러는 다행히도 무사하다

이 날은 급히 출발하다가 천정 관측용 돕 발판도 못 가지고 갔는데

조금만 더 늦게 일어났으면 목성의 고도가 너무 높아져서

눈 뜨고 목성을 놓칠 뻔 ㅎ

에토스를 꺼내서 다시 목성을 보니 오마이갓!

이런 목성 처음이야.. ㅠㅠ

내가 잠든 한 시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상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정되어 있었다

내가 고배율을 선호하지 않았던 이유.. 시야각 문제도 에토스를 쓰면서 말끔히 해결.

한참을 스케치하고 다시 아이피스를 들여다봐도 목성은 아직도 지나가고 있다는.. ㅎ

하지만 내가 잠든 한 시간 동안에도 목성은 쉬지 않고 자전하여

아까 그리던 목성과는 전혀 다른 아이가 되어 있었다.. ㅎ

아쉽지만 첨부터 다시! ㅠㅠ

목성 줄무늬 농담을 열심히 그리고 있자니 목성의 디테일이 막 보이기 시작한다

커다란 검은 점은 보다 보니 점점 선명해져서 대적반이 되었고,

대적반 왼쪽의 알아보기 힘든 밝은 형태는

SEB를 횡단하는 festoon이 되었다 (맞는 용어인지 잘 모르겠음 ㅡ,ㅡ)

 

Jupiter_fix.jpg

아! 스케치의 놀라운 힘이란.. ㅎ



그래도 같은 날 같은 시각에 구미에서 목성을 관측하고 남긴 이혁기님 사진을 보니

이혁기님_목성.png

(사진 사용에 대해 사전 양해를 구했습니다)


내가 놓친 구조가 너무나 많다

역시 안시 관측의 또 하나의 진리,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ㅠㅠ

여튼 15분간 빡시게 목성을 그리고 나서

오늘의 끝 곡, 달 관측으로..



에토스 8로 본 달은 정말.. 오마이갓2 !!!

아.. 이걸 어떻게 그려.. ㅠㅠ

종이에 샤프로 그리는 것보다 분명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애써 확신하며

나중의 작업을 위해 하현달의 주요 포인트 4개 지역을 구도만 잡아 보았다

 

크로키.jpg

이 역시 이혁기님이 동시간에 촬영한 사진을 가지고 비교해 보면..

(달 윗부분)

이혁기_달위.jpg

 

(달 아랫부분)

이혁기_달아래.jpg


달사진의 달인 이혁기님 사진보다도 더 잘 보이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해???

이걸 연필 노가다로 표현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은데..

달의 결정적 순간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새벽으로 갈수록 시상은 더더욱 안정되어 간다

이리 저리 눈알 굴려 terminator를 관측하다가

광활하고 맨질맨질한 Plato를 자세히 보니

도전대상 정도로 생각했던 Plato의 craterits 들이 보인다!

 

Plato_Craterlet2.jpg

(출처 : 구글 검색)

보인다기 보다는 몇 개 '느낄 수 있는' 정도?

이건 하늘빨이니 구경빨이니 아님 에토스빨이니~~~ ㅎㅎㅎ

중앙부의 가장 큰 애, Plato A가 역시 가장 쉽게 보이고

Plato C도 약간의 노력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Plato 안에 관측 가능한 애기 크레이터가 세개 있다 했는데 나머지는 어디 있을까..

결국 찾지 못했다 ㅠㅠ

집에 와서 자료를 찾아보니 B(2.09km)와 C(2.22km)는 거의 같은 밝기..

\

정확한 위치만 알았다면 못 볼 이유가 없었던 것. 또한 C와 D를 분리하여 볼 수도 있었을텐데..

 

 

Plato_Craterlet.jpg  

(출처 : 구글 검색)

 


'아는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새삼 다시 느낀다 ㅎ


달까지 다 보고, 달빛에 훤해진 하늘을 지켜보니 오리온이 빛나고 있다

철수하기 전에 구경이나 해보자고 트라페지움에 망경을 들이대니

E, F별이 너무나 맥없이 쉽게 보인다

 

trapeziun.jpg

(윤정한 作, 트라페지움 세부 성도)



이게 머야? 얘들 원래 이랬나?

혹시나 하여 G, H도 찾아보았으나 조용히 철수를 시작할 수 밖에.. ㅎ

이번 관측에서 눈길을 준 4개의 대상,

34번, 목성, 달, 트라페지움 모두 나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관측을 끝내지는 못했지만) 34번의 기하학적인 스타체인,

달과 목성의 놀라움,

E F의 허무함까지..

혹시 너무 관측을 안 해서 내가 과거의 관측 경험을 다 까먹은 걸까? ㅎㅎㅎ


집에 돌아와서 정신을 차리고 스타파티 소식을 검색하니

이현호님께서 올해의 천문인상을 수상하셨다 한다

소식을 인지하자 마자 바로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가 긴 답을 받았다 ㅎㅎㅎ

크기변환_쏘세요.jpg

 

 

ㅋㅋㅋ

 

아무리 입으로 열심히 아는 지식을 떠들어도,

 

아무리 월드베스트 명기를 가지고 있어도

 

별보는 사람에게는 하늘 아래서 이슬 맞으며 관측을 실행하는 것이 최고의 善이자 진리이다

 

앞으로는 멀리 나갈 여건이 안 된다면

 

집 앞에서 목성이라도 더 자주 보면서

 

관측의 기적을 느껴 봐야겠다...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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