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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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관측기가 밀려있다

 

이건 행복한 고민일까?

 

최소한 나한테는.. ㅎ (그만큼 자주 관측을 나갔다는 반증이니까)

 

그리고 이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다음 월령이 다가왔는데 아직도 이전 월령 관측기가 두 개나 남아있다..

 

 

 

내가 별나라 한가운데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흥망을 지켜보며

 

만 20년동안 천체관측이란 활동의 열정을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언컨대, 단 한번도 빼먹지 않고 관측 기록을 남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랜시간 함께 한 동료들의 공통점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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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술한잔 하고 돌아오는 퇴근길,

 

홀린듯이 스마트폰을 꺼내어 보름 전의 기억을 되새긴다..

 

 

 

지겹게 이어지던 장마가 끝나가던 8월 어느 금요일..

 

한솔님의 전화 한 통.

 

내 망경은 아직 천문인마을에 있는데.. 어떻게 할까.

 

1초도 안 되어 생각나는 답은 명확하다

 

정기양 샘께 빌려놓은 8인치를 들고 가야지.. ㅎ

 

한데 심신이 너무 피곤하여.. 도저히 운전해서 관측지까지 갈 자신이 없다.

 

짐도 가벼운 핑계로 한솔형님께 염치 불구하고 태워달라고 부탁을.. ^^;;

 


 

아마도 내 차를 구입한 이후

 

다른 분의 차를 얻어타고 관측을 간 것은 아마도 처음일 것 같다..

 

그래도 무슨 짓을 해도 별은 봐야겠기에.. ;;;;

 


 

밤 9시가 다 된 시각에 압구정동에서 한솔님을 만나서 같이 벗고개로 출발.

 

도착하니 이미 달은 지고 하늘에는 옅은 은하수가..

 


 

노래를 부르며 8인치 반사를 조립하고 있는데

 

파인더 대용품인 red dot pointer가 동작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전 관측에서 전원 끄는 것을 잊어버렸나보다.. ㅠㅠ

 

벗고개 일행들에게 수소문해 보아도 2032 수은전지를 가져온 사람은 없다

 

에이 뭐 없으면 없는대로 하는거지 뭐라도 잡히겠지

 

파인더도 없는 망경을 휘두르는데

 

이게 웬걸. 파인더 없는 망경으로는 Albireo조차 찾을 수가 없다

 


 

한 30분여를 삽질하다 열받아서 포기하고

 

남희님이 가져온 낚시의자에 앉아서 화를 삭히고 있다가

 

혹시나 하고 한솔님께 물어보니

 

본인에게 필요도 없는 2032 수은 전지는 왜 가지고 다니실까? ㅎ

 

여튼 극적으로 파인더를 구동하고 관측 시작..

 


 

난 아무것도 준비해간 것 없이

 

남희형님 탁자랑 아이피스를 내 장비 쓰듯이.. ㅎ;;;;

 

8인치로 할 수 있는 일 중에 굳이 15인치가 필요 없는 가치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남희형님이 금방 그 답을 내놓는다

 

40번과 73번.

 

그래 바로 그거야!!!

 

지난 천문인마을 힐링캠프에서 못다 이룬 이중성 관측을 실컷 해봐야지.

 

우선 천문인마을에서 그리다 만 알비레오부터.

 

흰색 젤리펜으로 영역을 표시하고 색연필로 화룡점정!

 

Albireo_130815.jpg


 

다음은 메시에 갯수도 늘릴 겸 40번을 하려 하는데

 

이미 서산 밑으로.. ㅠㅠ

 

그럼 백민호님이 추천해주신 백조자리 델타별을 볼까?

 

 

[벗고개 가는 차 안에서의 대화 내용]

 

11.jpg
 

 

근데.... 이거 진짜 이중성 맞아?

 

난 아무리 봐도 별 한 개밖에 안 보이는데.. ㅠ_ㅠ

 

결국 내공 부족으로 멘붕 상태를 맞이하고 포기! ㅋㅋㅋ

 


 

준비없는 관측의 한계..

 

이중성은 생전 본 적이 없어서 뭘 봐야 할지도 모른다.

 

잠시 하늘이 구름에 가린 틈에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안드로메다자리 Almach가 괜찮다는 정보들이...

 

 

 

어떻게 보일까 찾아보니 이 아이는..

 

Albireo와 깜놀할 정도로 닮아 있다

 

Almach_130815.jpg  

 

 

아! 별이란 정말..

 

더 깊은 즐거움을 위해 배워야 할 건 많고

 

삶은 너무나 짧고.... ㅎㅎㅎ

 

 

 

이중성 연작을 위해 휴가기간에 천문인마을에서 4등분해 놓았던 스케치북의 마지막 1/4 페이지가 남았다

 

40번은 물건너 갔지만 73번은 나뭇가지 사이로 아직 살아있네~~!!!

 


 

망경 위치까지 옮겨가면서 등배 파인더로 성도 찾아가며 힘들게 73번 도착.

 

그 썰렁한 Y자.. 얘가 이렇게 썰렁했나... 참고자료를 확인해도 별배치는 확실하게 맞다

 

M73_130815.jpg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40번은 좀 뿌연게 약간 성운기의 냄새가 날 것도 같지만

 

73번은 그런 것도 별로 없다  (스케치에 표현한대로 조금 있기는 있음)

 

 

 

여튼 어떻게든 오늘 관측의 목표를 달성하였다

 

정기양샘 망경으로

 

한솔님 차를 얻어타고 2032 수은전지도 하나 얻고

 

남희님 암등과 아이피스와 탁자를 빌려쓰면서.. ㅎㅎ

 

 

 

안그래도 피곤한 상태였는데

 

관측 목표를 달성하니 막 졸음이 몰려온다

 

남희형님이 준비해 오신 도날드 의자에 앉아서 잠시 눈을 붙였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흔들어 깨운다 (아마 한솔형님인듯)

 

이제 날씨가 흐려져서 집에 가야 한다고..

 

레이번에서의 호주 원정관측 첫날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ㅋㅋ;;;;

 


 

내가 새벽 2시쯤 이중성 관측 마치고 의자에 잠시 앉았는데

 

시간을 보니 벌써 새벽 4시가 넘었다

 

헐~ 대박~~ 무려 두 시간을 은하수 아래에서 코를 골고 있었나보다.. ㅎㅎㅎㅎ

 


 

바로 장비를 접고,

 

양평 편의점에서 김남희님, 이한솔님, 김민회님, 박상구님과 라면 한그릇씩 해치우고 집으로 출발!

 

한솔형님 차를 타고 떠들면서 오니 집에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아서 참 좋네.. ㅋ;;

 

서울에 도착하니 이미 버스가 다니는 시간 ㄷㄷ;;;;

 

 

 

어떻게든 이번 월령에, 천문인마을에서 못다한 연작을 완성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고

 

binary_1308.jpg

 

 

또 아무 준비도 없이 좋은 사람들에게 빈대 붙어서 민폐 끼치는 것도 나름 재미 있었다는.. ㅎ

 

그리고..

 

언젠가부터 날만 좋으면 그 많은 별들 놔두고 밤새 꿀잠을 주무시는 싟형님이 이해가 안 되었었는데

 

이젠 내가 그 경지에 이르렀다는.. ㅠ_ㅠ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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