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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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규

퍽 스트라이크.

네, First Light 마치는 소리입니다.
처녀관측을 마치고 난 소감은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입니다.

토요일 저녁 별아띠를 찾아갔습니다. 저보다 조금 늦게 진주 계시는 박영수님께서 오셔서 같이 관측을 하였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들국화님께서 안계시다는 것인데 대신 둘째 아들 중원이를 보았습니다. 인기가 많을 듯 합니다.
늦게 도착했지만 관측에 앞서 할 일이 아주 많이 있었습니다.
우선, 파인더 브라켓과 마운트를 어퍼케이지에 부착해야 했습니다. 이리저리 재보고 적당한 자리를 잡아 별아띠님께서 안성마춤으로 달아 주셨습니다. 어려운 난관이 있었지만 별아띠님의 얼굴처럼 ? 슬기롭게 헤쳐 나갔습니다.
저녁을 달게 먹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좀 춥다는 것을 빼면 하늘은 아주 쾌청하였고 시상도 좋았으며 투명도 또한 만족스러웠습니다. 망원경은 별아띠 주경 18", 제 14.5", 박영수 님의 9.25" 로 모두 명기라 할 만한 것들 입니다. 선배 명기 둘이서 신입에게 명기 교육을 시키는 듯 합니다.
시간이 많이 되어 광축은 포기하고 치마를 내리고(처녀관측인데 내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어둠 속으로 들어 갔습니다.

첫 관측 대상은 국민 별자리 오리온. 그 가운데서도 그 시각 한참 물오른 오리온 성운. 그런데 지금 기억이 안납니다. 죄송합니다.
이어서 NGC1788,2022, trapezium을 훑어 내린 뒤 큰곰자리 부근과 레오 트리오, 막 동산에 떠오른 M13등을 보았습니다.
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광축이 심하게 어긋나서 별들이 꼬리를 아홉개씩 달고 있다.----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0/20점)
2. 그런 와중에도 별상은 칼이었다.----말이 안되는 듯하나 모두가 동감한 부분으로 이름 값을 하려나 봅니다.(10/20)
3. 관측 대상의 이미지는 차후 칼광축 후 다시 올리겠습니다.(0/20)
4. 토성을 630배로 올려 본 결과 상이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상이 깨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앞뒤 안맞는 말은 광축이 어긋난 탓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미러나 렌즈 성능으로 인하여 상이 깨지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상이었습니다. 다음 관측후 보고 하겠
   습니다.(10/20)
5. 움직임은 명기답게 사뿐사뿐 하더군요. 토성 630배를 손으로 트래킹하면서 관측하였습니다. 명기가 주인을 잘 만나 입안에 혀
    처럼 고분고분 말을 잘 듣더군요.(20/20)
처녀관측(이 말이 first light보다 좋은데요?) 결과는 40/100점 입니다. 잃어버린 점수는 모두 제탓이군요. 그래도 알 수 없습니다. 제 그림자에 숨겨진 본색이 있다면 다음 관측때 발가벗겨 드리겠습니다.

셋이서 이러니 저러니 인생 아홉구비를 별 속에 녹이고 풀어내다 보니 추위도 잊은 채 밤이 깊어 갑니다. 진짜 추위를 잊었냐구요? 얼어죽지 않을만큼 되어 방에 들어와 차와 장비에 대해 논의하고 고치기를 서너차례 넘기니 오리온이 서산 마루에 누웠습니다. 하늘의 신을 지키는 수문장(목자)-The true shepherd of Anu; Orion-가 잠을 청하니 도리가 없습니다.
처녀관측의 밤은 무성한 이야기로 시작되어 못다한 이야기로 맺게 됩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박영수님께서는 일 때문에 바빠서 먼저 내려 가신 뒤였습니다. 스펀지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아이디어들 그리고 열정과 지식. 박영수님께는 알게 모르게 신세진게 많습니다.
식빵으로 아침을 가볍게 해결하고 별아띠님과 광축문제 해결에 나섰습니다. 우선 사경 나사에 맞는 인치 육각렌치를 구하려 downtown(원지)로 나갔으나 실패하고 city(진주)로 나가서야 구해왔습니다.
광축 맞추기, 첫 소감은 '광축에 미치다' 입니다.

공부해간 대로 사이트튜브를 통해사경의 상하좌우 외곽윤곽이 균일하게 보이게끔 하여 포커서 축과 사경을 정렬합니다.
레이저 콜리메이터(켄드릭)을 이용하여 포커서-사경 축이 주경을 향하는 지 점검합니다.
마지막으로 체사이어를 이용하여 주경을 포커서-사경 축과 일치 시키려 하였으나
첫번째 정렬을 마치고 레콜을 이용하여 축정렬을 하면 이상하게 사경이 틀어지기를 수차례 반복하네요.

이쯤되면 정말 막가자는 거지요?

도저히 기운 빠져서 저희도 정타임을 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책과 인터넷을 뒤져서 잘못된 부분을 찾으려 했지만 어느 부분이 잘못되어 있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러던 중 별아띠님께서 레콜 광축이 맞나? 아차.....역시 망원경이나 레콜이나 광축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레콜을 저껴두고 수동으로 처리합니다. 지금까지 허비한 시간의 10분의 1로 광축을 맞추었습니다.
이순간이 바로 '광축에 미치다' 입니다. 레콜은 밤에만 한정적으로 사용하는 기구임을 깨달았습니다. 구관이 명관!

이어서 별아띠님 광축을 손보기로 합니다. 사이트튜브로 들여다 본 순간 허걱, 사경이 3/4 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녹슬어서 돌아가지도 않는 나사와 볼트를 조이고 풀러 사경 정렬을 마칩니다. 말이 한 줄이지 눈물없이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 입니다.
나머지는 그럭저럭 순조로왔고 과거의 제로광축 망원경이 깔삼광축으로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별아띠님 왈, 저녁때가 기다려 지는데..

제로광축 망원경 두대를 90%광축 명기로 거듭나게 해주신 별아띠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내일도 쉰다면 하루 더 있다 가고 싶네요. 하늘은 왜이리도 파란지...떠나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시간은 벌써 저녁을 향해 달려 갑니다.

여기서 해명을 해야겠지요? 처음 말한 무한한 가능성이란 표현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제 상태가 바닥임을 깨달았다는 겁니다. 밑바닥이니 올라갈 일만 남은 거라 봅니다. 밑바닥? 자네 너무하는거 아냐? 잠부토가 뭐라 하네요.
퍽, 스트라이크? 이거는 자아발견의 깨달음을 얻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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