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관측 스케치 입문 - (9) 별이 있는 풍경 #2 - 아크릴 그림
Written by 야간비행 조강욱
2011.7.25
7번째 연재글에서는 별 풍경을 그리는 방법 중 파스텔 그림에 대해서 다루었는데,
선생님의 권유로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보게 되었다.
아크릴 물감의 장점은 무엇보다 깊은 색감에 있다.
파스텔이나 수채화와 다른 불투명의 색감.. 같은 노력으로 더 효과적인 그림을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보존성이다.
아무리 잘 보관한다 해도 연필로, 파스텔로 그린 그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훼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림을 코팅해 둘 수도 없고..
유화나 아크릴로 그린 그림은 그 보존력이 상대적으로 매우 우수하다.
미술관에 파스텔, 연필로 그린 그림이 왜 많지 않을까.. 그럴 수밖에 없는 것.. ㅎㅎ;;;
□ 재료 소개
▶ 붓
붓. 중고딩 다닐때 그렇게 싫어하던 그림붓과 다시 만났다 (DIY 리모델링 하느라고 페인트붓은 그동안 종종 만져봤다 ㅡ,ㅡ;;)
오른쪽에 파란색과 검은색 붓대를 가진 붓들은 우리 원장님의 협찬을 받아서
어린이집 애기들용 붓을 갈취.. ㅎㅎ
왼쪽에 투명한 붓대를 가진 작은 붓 다섯개는 '세필'이라고 해서 보통 쓰는 붓보다 크기가 작다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13.JPG)
세필 클로즈업..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14.JPG)
그 크기를 비교하고자 0.7mm 샤프랑 같이 찍었다
큰 붓으로 배경색을 칠한 이후 사물의 묘사나 별을 찍는 것은 모두 이 세필들의 몫.
이전 그림에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서 영감을 얻어 구상성단 별찍기를 한 붓은 세필 5종 세트 중에서도 가장 가는 붓.
붓촉의 폭이 0.5mm 정도 되는 것 같다..
위 5종 세트의 가격이 무려 1만원!
하지만 써보니 1만원의 값어치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아무리 오래 사용해도 빨아서 말려 놓으면 다시 새것처럼 탱탱하게 하나로 뻣는 붓촉..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던 막붓(?)의 자유분방함과는 다른.. 안정성과 견고함이라고 할까 ㅋ
붓을 고를 때는, 그림의 용도에 맞추어 적절한 크기의 붓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얼마나 복원력이 좋은 붓촉을 선택하는가가 제일 큰 포인트일 것이다.
▶ 아크릴 물감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15.JPG)
아크릴 물감이 유화 물감과 틀린 점은 마르는 시간이 아주 빠르다는 것이다.
마르는데 2~3일이 걸리는 유화 물감은, 한 번 바탕을 깔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려면 며칠이 걸리고, 거기에 덧칠을 하려면 또 며칠..
반면에 아크릴 물감은 단 15분이면 충분하다
화방에 가보면 여러가지 종류의 아크릴 물감을 만날 수 있는데
어짜피 색을 섞어서 사용하고, 그리고 별하늘은 칙칙한 색만 주로 쓰므로
그리 많은 색을 살 필요도 없을 것 같고 딱 24색 정도면 입문 단계에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도가 될 것이다
나는 24색 중 가장 저렴한 (2만원) 제품으로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아크릴 물감을 쓰다 보니 컬러 이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16.JPG)
그냥 오렌지, 그냥 블루가 아니라 퍼머넌트 오렌지, 브릴리언트 블루란다
영원한 오렌지색은 어떤 것일까?
▶ 캔버스
유화 / 아크릴 그림에 입문하는데 심리적으로 큰 진입 장벽이 있다면.. 바로 종이가 아니라 캔버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17.JPG)
나는 교보문고에서 캔버스라는 것을 처음 만져보고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내가 무슨 화가라고 이런 거창한 작업까지 해야 하나... ㅡ,ㅡ;;;
뭔가 대단한 것을 그려야 할 것 같은 부담감. 그리고 생각보다 꽤 나가는 무게감과 부피.
일반적인 캔버스는 아래와 같이 나무 '와꾸'에 천을 씌워서 만든다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18.JPG)
가격도 같은 크기의 스케치북은 한 권에 3천원인데, 얘는 캔버스 하나에 3천원이 넘는다 ㅋ
부피가 커서 보관도 어렵고 단가도 비싸고..
그래서 찾은 것이 캔버스 재질의 스케치북.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20.JPG)
실력을 키우는 것보다 장비 연구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내가 아주 싫어하는 일인데,
가만 보니 내가 그러고 있다 ㅡ,ㅡㅋㅋㅋ
위에 들었던 몇가지 이유를 생각하며 당위성을 찾고..
요즘은 이 유화용 스케치북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많이 편하다 ㅎㅎㅎ;;;
표면은 아래와 같이, 캔버스 천과 거의 같은 감촉을 가진다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21.JPG)
▶ 팔레트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19.JPG)
아크릴 물감용 팔레트는 일반적으로 보던 작은 칸이 많은 플라스틱 팔레트가 아니라
그냥 종이다 ㅡ_ㅡ
방수 재질의 종이에 물감들을 짜서 사용하고 다 쓰면 뜯어서 버리는..
워낙에 빨리 마르고 굳어버리는 아크릴 물감의 특성을 반영한 제품인 것 같다
□ 하늘색 만들기
파스텔 그림과 마찬가지로, 별과 사물을 표현하기 전에 배경 하늘색을 완벽하게 작업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
하늘색을 표현하는 데 사용할 칙칙한 색들을 먼저 꺼내 들었다
호주 하늘이라면 검은색 하나만이라도 충분하겠지만 ㅠ_ㅠ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의 하늘을 표현하기 위해서, 또 검은색 만으로는 심심하니까..
남색, 군청색, 고동색, 보라색 등 각종 칙칙한 애들 총출동!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23.JPG)
저물어가는 석양을 표현하기 위해 붉은색 계열도 찬조 출연~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24.JPG)
물감 뚜껑을 닫는 것을 깜박 잊고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면.. 몇 분 지나지 않아 물감은 딱딱한 돌덩이로 변신..
붓도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 뒤에는 무조건 물통 안에 담가 둬야 원하지 않은 변신을 방지할 수 있다
검은색에 남색을 섞어서 가장 어두운 동네를 표현할 색을 만들고..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25.JPG)
붓질 시작~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26.JPG)
첫번째 칠을 마치고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28.JPG)
앵그리버드 몇 판 하고 오니 이미 다 말라 있었다 (10분 경과)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29.JPG)
그림만 말랐는가.. 팔레트에 짜 놓았던 물감도 다 말랐다 ㅎㅎㅎ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32.JPG)
다시 한번 덧칠.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33.JPG)
위에서 얘기한 안좋은 붓의 전형. 사용하다 보면 끝이 갈라지고 복원력이 현저히 감소한다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34.JPG)
그림이 너무 칙칙하다 싶으면 흰색을 코딱지만큼 섞어서 살짝 부드럽게.. ㅋ;;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36.JPG)
화이트의 도움으로 조금 덜 칙칙한 저녁 박명 하늘 완성~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4137.JPG)
□ 별풍경 그리기
배경색을 모두 정리한 후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하려해도
제대로 된 관측지에 갔다면 나무와 망원경 말고는 그릴 것이 없다 ㅋ
연필로 밑그림을 살짝 그리고 세필로 나무 만들기 시작~!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1311600005/SDC12804.JPG)
이전 파스텔 그림을 다룰때 언급한대로 핫도그 나무나 부채 나무를 만들면 안된다.. ㅎㅎ
물감이 마르기를 기다리면서 상단의 달그림을 보며 자투리 시간에 연필 데생도 병행.. ;;;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2807.JPG)
먼저 굵은 가지를 그리고 거기에서 뻗어나온 작은 가지,
더 작은 가지를 순서대로 점점 더 가는 붓으로 표현한다
종이 팔레트에는 칙칙한 색만 한가득..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2805.JPG)
나뭇가지를 그릴때의 팁 한가지.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2809.JPG)
잔가지를 많이 그리는 것은 좋은데, 빨리 그린다고 허공에 떠 있는 가지를 그리면 금방 티가 난다
엄마 가지에서 나와서 점점 얇아지는 형상이 되어야 한다
증손자 정도 되는 가지를 그리려니, 붓은 점점 얇아지고 손은 점점 더 많이 간다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2810.JPG)
가지가 없는 을씨년스러운 나무를 그렸더니 귀신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ㅡ_ㅡㅋ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2812.JPG)
마지막으로 별 찍기..
별을 제대로 찍기 위해서는 인내심과 집중력이 가장 중요할 듯.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DC12813.JPG)
가장 가는 붓에 하얀색 물감을 찍어서 붓촉을 정성스럽게 뾰족하게 세운 다음
작은 점 세개를 찍으면 붓촉이 다시 뭉툭해져서
위의 준비를 다시 해야 한다
인건비 안나오기로는 점묘법에 필적하는데,
그 효과 역시 점묘법 달그림과 견줄만하다
그리고 한가지 장점은, 아크릴은 불투명이라 망치더라도 위에 덧칠하여 어느정도 땜빵이 가능하다는 것 ㅋ
한 장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별빛 열리는 나무, 캔버스에 아크릴릭]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Star_Fruit_res.jpg)
(네이버 서핑하다가 찾은 별사진을 출력하여 보고 그렸는데, 원작자가 어떤 분인지 아무리 찾아도 못 찾겠습니다
허락 없이 사용하여 죄송합니다)
필드에서 이걸 그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겠고,
대충 사진을 찍어서 구도를 기억하고
가슴으로 기억한 색과 느낌을 집에 와서 그리는 수밖에 없다
별 생각 없이 맘에 드는 색을 섞어서 슥슥 그린 배경 하늘이,
들인 노력에 비해서는 색이 그럴듯하게 나온다.
다만 문제는 현장에서 말 그대로 '스케치'란 작업을 하기에는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
그리고 재능없는 손으로 붓질을 해야 한다는 것..
파스텔 그림을 그리면서, 재능의 부족은 연습과 실전감각으로 커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붓으로 그리는 그림은 커버가 잘 안될 것 같다.
싟형님의 형수님 말씀대로.. 못 그리면 못 그리는대로..
그냥 나름의 느낌과 노력으로 그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5줄 요약
1. 붓은 동네 문방구 말고 화방에서 사자
2. 단색으로 배경을 깔면 심심하다. 마음으로 기억한 나만의 색을 표현해보자
3. 핫도그 나무와 부채 나무 금지, 허당 나뭇가지도 NG
4. 물감 뚜껑 안 닫으면 조만간 눈물난다
5. 세필로 한개씩 별을 찍으면서 인격을 수양한다
요즘은 붓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러가지 대상들에 대하여 연구해보고 있다
[브란덴부르크협주곡 제5번 1악장 Allegro, 캔버스에 아크릴릭]
![](http://www.nightflight.or.kr/bbs/data/tmp3/Brandenburg_res.jpg)
http://www.nightflight.or.kr/xe/sketch/36345
처음 그려본 창작품..
음악을 듣고서 악상도 아닌 별상이 떠올랐다는 것이 스스로 신기하고 즐겁다.. ^^;;;
[Clavius 습작, 캔버스에 아크릴릭]
![](http://www.nightflight.or.kr/xe/files/attach/images/25495/328/036/44720a5997ec81a6aa8d61af933dd8ae.jpg)
http://www.nightflight.or.kr/xe/sketch/36328
ㅋㅋ 달 그림의 정답은 무엇일까?
연필? 샤프? 파스텔? 마우스? 클레이? 아크릴?
물론 정답 같은 건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ㅎㅎ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