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한줄기 빛이 달 가장자리를 타고 흐르며 반짝이는 다이아와 링의 형태를 만들고
검은 배경이 붉은 색으로 바뀌었을 뿐 개기일식과 거의 흡사한 모습이 되었다
게다가 이 반지는 1~2분도 아니고 꽤 오랫동안 색을 바꿔가며 천천히 지속되었다
육안으로 보며 폰으로 그림을 그리는 틈틈히 망원경으로 관측해 보니
그 디테일이 너무나 다르다. 색도 훨씬 선명하고
월식의 진행도 (그저 느낌일 뿐이겠지만) 육안 관측보다
진도가 더 빠르게(?)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폰 어댑터도 있는데.. 사진도 같이 찍어 볼까?
그림으로 하나하나 다 생짜로 그리는 노가다보다 훨씬 쉽고 멋있게 나올텐데.
욕심이 생겨서 폰을 연결해서 찍어 보려다가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 겨우 참았다.
20분에 한 장씩 그림만 그리는 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해서 허덕이고 있는데
이것까지 하려고 하다가는
관측 스케치도 완성도가 떨어지고 어설픈 폰사진만 잔뜩 남아서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될 것 같다
2009년 처음 중국 항저우에서 개기일식을 접했을때
그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싶어서 디카로 무작정 담아 보려다가
다이아몬드 링의 중요한 순간을 육안으로도 정확히 보지 못하고
제대로 된 사진도 건지지 못한 기억이 생각나서
정성껏 세팅해 놓은 스마트폰 어댑터를 그냥 떼어 버렸다
헛된 욕심이 생기지 않도록..
사진이야 내가 어설픈 이미지들 남기지 않더라도
전세계에서 수많은 고수들이 엄청난 사진을 보여줄테니 말이다
식심인 10시3분을 넘어서 시간이 한참이 흘렀는데 빛나는 달의 면적은 거의 변화가 없고
블러드문의 색깔도 미세하게 자태를 바꿔가며 40여분 가까이 지속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