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생각만 하던 일들을 좀 더 해봐야겠다
신년이 돌아오면 의식처럼 만드는 연간 계획을 또다시 세웠다
작년에 못했던 것들을 제대로 하는 것으로..
수산물 수준의 기억력을 가진터라
올해 세운 계획을 까먹기 전에 (또는 애써 외면하기 전에)
별보기의 즐거움을 출간했던 출판사에 연락했다
올해는 책 두 권을 같이 내겠다고
첫번째는 메시에 관측에 대한 책.
2016년 한국을 떠나기 전에 이미 출판사와 컨셉을 잡아 놓았는데
아직도 그냥 공상 수준으로 머물러 있어서
무작정 원고 시안 몇 페이지를 만들어서 출판사에 보냈다
두번째는 “***에게 가장 물어보고 싶은 질문 33”의 별쟁이편.
(“천문학자에게 가장 물어보고 싶은 질문 33”은 저녁바람 님이 집필하심)
출판사에서 원하는 것은 일반 대중에게 읽힐 수 있는 “33가지 질문” 시리즈겠지만
나는 물론 별쟁이들이 들고 다닐 책을 원한다
두 권을 같이 한다면 출판사도 만족하고 나도 재미를 유지할 수 있겠지.
퇴근하고 집에서 컴퓨터 앞에서 별일을 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또 달이 기울었다
근데 주말 예보가 좋지 않다
금요일이 좋을것 같은데.. 이걸 어떡하나
금요일 일하고 배터리 방전된 채로 관측지에 가면 또 뻔히 잠만 자다 올텐데..
금요일에 별을 보려면 대낮에 침대에 누워서 자고 가야 한다
목요일 오후, 미친척 회사에 금요일 오후 반차를 신청했다
“왜?”
“하늘이 맑아서요”
중요한 업무가 많은데..
더 중요한 일을 해야지..
마음이 무겁다
금요일 오전,
예보가 바뀌어서 토요일도 맑아질 것 같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금요일 오후 반차를 취소했다
“왜?”
“내일도 맑아서요”
하늘이 나를 도와줄 때도 있네..
토요일, 낮에 억지로 침대에 누워 몇시간 눈을 붙이고
저녁을 먹고
항상 가는 관측지로 길을 떠났다
비포장 시골길을 한참 달려서 관측지인 외딴 해변 주차장까지 가는 길에
사방으로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밝을 때 오니 못보던 것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