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번째 개기일식 - 5년간의 준비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1071
2. 정해진 대로, 계획한 대로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8431
3. 일식을 맞이하는 방법
4. 광야의 거대한 기적
5. 이국적인, 가장 미국적인
6. 모든 개기일식은 서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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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전날은 항상 바쁘고 긴장된다. 몸도 마음도.
정확히 하루 뒤에 일식을 어디에 볼 것인지를
찍어놓은 곳을 모두 답사해 보며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식의 성패는 사실 그 전날 이미 대부분은 직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팀원들끼리 관측지에 대한 의견이 잘 맞지 않을 경우,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그리고 처한 상황에 따라서 원하는 후보지가 달라질 수 있다.
관측에 성공하면 모든 것이 좋게 좋게 무마되겠지만,
실패하면?
우리는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각각의 경우의 수를 모두 감안해서 관측 후보지 열몇개를 정해 놓고
더욱 열심히 답사를 하고
더욱 신중히 의견을 모았다
아침의 일기예보는 더더욱 혼란스럽다
HAZY.
한달여간 계속된, 미 서부의 꺼지지 않는 거대한 산불이 그 원인이다.
그 서부 초원 지대에 위치한 우리의 목적지 Madras도 그 연기를 비껴나갈 수는 없었다
출발 전 답사 준비.
원정 전에 구글 위성 사진을 뒤지며 찾아 놓은 십여 군데의 관측 후보지가 목적지다.
출발!
Oregon의 상징인 울창한 삼림을 지나니, 풍경은 금세 황량해진다
첫번째 답사지.
위성사진으론 몰랐지만 가 보니 Road Closed.. 답사가 필요한 이유다
깨알 같은 손글씨 홍보 (마드라스 가기 전의 마을, 우리의 1순위 후보지 Warm Springs)
두번째 답사지
세번째
네번째. Warm Springs 초등학교 운동장..
구글 지도 상으로는 가장 적당한 곳이었는데
여기는 이미 인가자 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운동장 펜스에 걸려 있는 일식 관측 주의사항을 보니..
Baily’s Beads와 Diamond ring을 일식 안경을 쓰고 봐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너무 어두워서 못볼텐데…
그 무섭다는 미국 경찰 아저씨.
동네 소개도 해주시고 친절한 형님이었음.. 전 여친이 한국인이었다고 한국에서 왔다니 환영해주심
여섯번째 장소.
하늘은 맑은데.. 산불의 영향인지 시야가 모두 뿌옇다
오히려 식심인 마드라스에 들어오니 뿌연 기운이 약해졌다
근데 인구 6천명의 시골에 웬 여객기? 아마도 일식 전세기일 것이다.
마드라스 도심에 근접하니 거대한 캠핑장이 나타난다
이게 자기 밭에다가 줄 그어놓고 Camping ground로 팔았다는 거긴가보네
그런데, 그 캠핑장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난민촌도 이런 난민촌이 없을 것이다
모든 캠핑장은 fully booked.. 미국판 봉이 김선달들 돈 많이 벌었겠네..
여덟번째,
겨우 하나 남아있는 캠핑장.. 꽤 비싸다.
잠실 야구장을 배회하며 20분 남은 포스트시즌 암표 사는 느낌이랄까
아홉번째, 마드라스 시내의 공원
어디가나 일식 광고와 노점. 농촌마을 전체가 (평생 다시 오지 않을 대목인) 개기일식에 들썩이고 있었다
맥도날드 종업원들도 일식 티셔츠를 입고 일식 안경을 팔고 있다
기념품들의 품질은 미제 치고는 좀 많이 조악했다
No Light엔 Bud Light! 진리의 말씀이네
그 와중에도 마드라스 방향으로는 전례 없었을 차량 행렬이 이어진다
열번째. 마드라스 변두리
명확한 결론 없이 마드라스를 떠나려고 하는데, 급조한 Campsite 광고판이 보인다
그나마도 사람들이 잘 보기 어려운 코너에 걸려있는 현수막..
이 정도의 홍보 센스라면 장사를 잘 하진 못했을테니
혹시나 자리가 남아 있을까?
혹시…. 마드라스 어느 귀퉁이의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 보니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런 곳.
황량하고 광활한 평야가 짠! 하고 나타났다
절대로 완판되지 않을만큼 넓고, 길도 찾기 어려운 캠핑장(농지)이었다
결정!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는 길에 샛길로 돌고 돌아서
계획대로, 열두번째..
일본 별쟁이들 300명이 투숙한다는 오지의 resort를 마지막으로 답사 완료
완벽한 관측지를 찾고서 운전대를 건네 받아서 신나게 엑셀을 밟으며 집에 가는데
언젠가부터 뒤에서 경찰차가 소리없이 경광등만 번쩍이면서 따라온다
어 저기.. 혹시 저를 따라오시는 건가요?
긴가민가 하면서 갓길에 차를 대니
곧 경찰 아저씨가 다가왔다
미국의 교통위반 벌금이 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깜빡 잊고 운전면허증도, 여권도 안 가지고 왔다
흠 신원 불상자(?)로 간주되면 가중 처벌을 받으려나…
혹시 어디 구금이라도 되면 내일 일식은 볼 수 있을까?
그런데 1년 전(2016년 8월) 개기일식 준비 세미나에서 들었던 내용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경찰에게 무언가 걸리면 최대한 영어 못하는 척을 해야 한다는….
긴장하고 겁먹은 표정으로 간단한 첫 질문부터 Sorry?를 연발하니
더욱 쉽고 천천히, 인자한 얼굴로 한참 설명을 해 주신다
경찰이 따라온 이유는 시속 40km 구간인 동네 어귀에서 50km가 넘게 운전했다는 것.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절대 안그럴께요 네네 한번만 봐주세요….
결국은.. 우리의 비굴 연기가 잘 통했는지
신분증 검사도 하지 않고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안전운전 하라고 친절히 local 교통법규까지 설명해 주시고 퇴장.
휴.. 다행이다. 정말로
답사 다녀온 아빠를 종일 기다려준 딸님과 숙소(콘도)의 수영장에서 한참 놀고서
집으로 돌아오니 임상균님이 와 계셨다
우연히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방을 잡으셔서
내일도 같은 곳으로 동행하실 예정이다
막간을 이용해 별보기의 즐거움 저자 싸인회 ㅎㅎ;;;;
(전해 주신 귀한 김도 잘 먹었습니다)
개기일식 전야제.
장비도 점검하고 (나는 비록 맨눈 뿐이지만)
일식 보며 먹을 식량도 챙기고 (조예별님 제조)
드디어 내일 아침이다.
우리는,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최선이라 생각하는 장소를 정했다
그 곳에서 실제로 멋진 일식을 맞이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젠 하늘의 뜻에 달렸지만
보지 못한다고 해도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이미 합당한 만큼의 노력을 했으니
그래도 볼 수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없겠지…
Nightwid 無雲
1. 5년간의 준비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1071
2. 정해진 대로, 계획한 대로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8431
3. 일식을 맞이하는 방법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8617
4. 광야의 거대한 기적
5. 이국적인, 가장 미국적인
6. 모든 개기일식은 서로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