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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

올 가을 들어 처음 서리가 내렸습니다. 오늘도 전 구름바다 위에 있습니다. 구름과 안개 사이의 열린 공간에 있을 때 선택받은, 선택한 자의 우쭐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현재 바깥기온 영하 1도. 그러나 실내기온은 영상 23도입니다. 어제 오전 잠깐 보일러를 가동했을 뿐인데 만 하루가 지나서도 실내는 쾌적합니다. 60평 집이 6평 농막에 비해 5분의 1도 안되는 난방비로 겨울을 날 수 있을 거 같아 안도합니다. 사실 저는 잘 믿어지지 않습니다. 패시브하우스를 짓겠다고 법석을 떤 것도 아니고, 단지 라미네이트로그하우스의 매력에 빠졌고, 더블로그가 가능하다고 해서 그렇게 했을 뿐이니 말이죠.

하지만 정말 믿을 수 없는 건 지난 토요일 밤이죠. 저 마당에 망원경이 있을 때였죠.

처음으로 천왕성과 해왕성을 보았는데, 그게 제 직관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과 그걸 해석하는 뇌와 직관 사이에 틈이 아주 큽니다. 별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천체,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하지만 지구 둘레의 수만배 떨어진 곳에 있는 물체. 그건 직관과 상식을 거스릅니다. 밤하늘은 석기시대에 최적화한 뇌와 인식체계, 직관을 가진 우리에겐 과학의 힘을 빌려도 이해할 수 없는 신비로움으로 가득했습니다.


번거롭고 고단한 여정을 이어가는 야간비행회원님들 덕에 매달 즐거운 경험, 특별한 지적 자극을 받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더 먼 곳의 빛, 더 오래전의 빛을 찾아가는 여정에 따뜻한 차 한잔이라도 대접했어야 했는데..... 제가 워낙 그런 점에 서툴러서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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