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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

잘 돌아들 가셨습니까?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이미 망원경은 다 치워졌고 몇 분은 가셨더군요. 인사도 못 했는데.

집이 방음이 잘돼서 밖이 소란스러워도 거의 알지 못합니다. 거기다 커텐까지 쳤으니. 아침에 일어나 망원경이 펼쳐진 마당의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그만 놓쳐버렸네요.


야간비행 정관이 두 번 제 집에서 있었습니다. 아침이면 지난 밤 분주했던 시간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고, 다시금 적막한 산마을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 신기하고 마치 꿈을 꾼 듯 합니다.  제가 뭘 준비하고 챙겨야할 것도 없으니 번거롭지 않아 좋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제 여친도.

금요일, 남희씨가 여고생 두 명을 데리고 왔습니다. 여고생들에게 2층 침대방을 내주고, 아침 밥을 챙겨주는 제 여친을 보고 이곳에 집짓기를 잘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기를. 청소년들에게 인생의 하룻밤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방을 내주고 따뜻한 한 끼를 차려주리라 생각하며 전화번호를 주었습니다.


16년전 자발적이건 운명적이건 인적이 끊어진 외딴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살기 시작하면서 사회부적응자인척 하고 있지만, 때론 그런 존재가 있어 사회임을, 그리고 누구나 조금씩은 그런 존재라는 걸 압니다.


별이 보고 싶을 때,  밝음을 향해 치닫고 있는 사회에선 잊혀진 존재인 별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 내가 사회에서 튕겨져나와 밤하늘의 이름없는 8등성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힐 때, 혼자서 혹은 맘맞는 벗과 운이덕으로 오십시오. 산마루 아래로 가라앉는 안개를 응시하는 것도, 별지기들이 싫어하는 구름을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여간해선 보기 어려운 대상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렌즈를 키우고, 좋은 날을 골라 먼 길을 달려오는 노력을 더해 마침내 본 것인지 아니면 머릿속의 이미지가 아이피스에 투영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그렇게 비로소 확인되는 대상이 비유컨데 사회에서 한 개인, 초라한 너/나일 것입니다. 그럴때 조용히 운이덕에 오셔서 아이피스를 통해 저 편에 있는 당신을 보십시오. 당신이 그럴 요량이시면 전 당신을 방해할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초저녁 음주로 소파에 쓰려져 잠 들었다 깨어 보니 오리온이 올라와 있습니다. 월요일 새벽, 출근해야하는 여친도 떠나고, 조금 있으면 별들도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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