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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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설 연휴 첫날. 날씨가 좋다


설은 언제나 그믐이니 관측의 적기이지만,


어디를 가야 귀성 인파를 피할 수 있을까?


홍천 or 수피령 고민하다가


춘천 고속도로보다 고향집(?) 가는 길이 될 확률이 적은 47번 국도를 택했다



반형준님이 수피령 관측지 어떻게 가냐고 문의했는데..


아 대체 이걸 뭐라 설명하나.. 별하늘지기에서 검색해서 찾으란 말밖에.. 미안~~~ ㅋㅋㅋ



설 연휴인데 다들 멀리 안가시는지.. 늦은 시간까지 속속 수피령 입장.


수피령 입구 쪽 자리는 거의 야간비행 차지가 되어 버렸다



우리의 고정 관측지가 무지 생각나는 시간..


어찌되었던 진도를 나가보자




1. M44와 친구들


이번 겨울의 끝곡. 44번..


드디어 기나긴 산개의 터널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산개성단을 스케치하는 것은 조금 특별한 느낌이라고 할까?


단순히 비례와 밝기에 맞추어 보이는 그대로 점을 찍는 단순 노동의 최고봉이지만


'제대로'만 찍어 놓으면 내가 찍은 그 점들에 막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생동감이 가장 잘 살아나는 대상이다



결국, 그 별들의 위치를 잡느라 1시간 반을, 또 그 안에서 숨어있는 NGC급 은하 6개를 찾느라


또 1시간 반을 보내고 말았다


44번과 은하 6개를 3시간만에 완성했으면 남는 장사가 아닐까?


M44_160216.JPG




2. T에서 왼쪽으로


시린 겨울 산개와 작별하고 따뜻한 봄 은하들을 맞이한다


지난달에 T Triple까지는 완성했고..


(오리온자리 말고) T에서 왼쪽으로.. 메시에 마라톤 순서에 맞게 88 91 90 89로 간다


머리 잘 돌아가는 대학생 시절에 처녀자리 대상 번호와 순서, 호핑 루트를 모두 외워 놓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이제 와서 언제 다시 배우나.. ㅎㅎㅎ



M88_91_90_89_160217.JPG



M88번의 나선팔은 불가능.


하지만 M91번의 막대와 나선팔은 고작 20분의 관측에도 속살을 살짝 보여준다


M90번은 남쪽 방향으로 나선팔이 더 진한 부분을 느껴볼 수 있다.


그 밑으로는 흐릿한 은하 4569번이 큰 눈을 번득이고 있다


M89번은 그 자체는 심심한 타원은하지만 주변에 부하들이 많다.


4550 4551 두개만 보고 나왔지만 좀 더 집중해서 보면 먼지 같은 애들을 더 찾을 수 있을듯..



(구글에서 검색한 사진들과 동일 크기 비교)

사진과 비교.JPG




3. 이 구역의 대장은 누구?


M87에는 오래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미국 아줌마가 24인치로 타원은하의 Jet을 알현하였다는..


6시간이 넘게 집중해서 점을 찍고 형체를 그리고 있으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아무리 눈을 부릎떠도 Jet은 보이지 않는다


여긴 미국의 건조한 사막이 아니니까, 24인치가 못 되어서


그리고 내가 Barbara의 눈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


파티마의 기적이 아무때나 발현되는 것은 아니겠지 ㅎ


어쨋든.. 그 애는 오늘도 처녀 은하단의 중심에서


홀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렇다고 과히 아름답다 하긴 어려울 듯)


M87_160217.JPG




4. 아가씨는 T를 좋아해


아직 처녀 은하단 완주가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하늘이 밝아오려 한다


다음 달에는 또 다음 달의 처녀가 뜨겠지.


파인더로 두번째 T를 잡고 정해진 순서대로 58로 향한다


M58_160217.JPG



58번을 마무리 하기도 전에


아이피스 시야에서 별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58번을 초치기로 마무리하고서


관측 의자에 앉아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으니.. 어느새 완전히 날이 밝았다


야간비행 매수팔보다 많은 인원이 수피령에 출동했는데


내 관측에 집중하느라 대화도 거의 나누지 못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김민회님 혼자 남아 계신다


내가 갖지 못한 마음, 별로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는 목표를 실천하는 민회님.


나도 언젠가는 (아마도 세상을 더 살면?)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겨울의 끝자락에 만나는 봄.. 역시 은하는 따뜻하다


겨울과 봄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무섭도록 시리고 청명한 44번마저 은하들을 품고 있으니 말이야...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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