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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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구


◆ 5억년을 달려온 빛

딸아이와의 관측이 주였기 때문에 혼자 한 관측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대상 하나만 달랑 보고 마무리 했습니다. ㅎㅎ

s_abell_2151.png 
[ Abell 2151,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헤라클레스 은하단 Abell 2151입니다. 5억 광년 떨어진 은하들이라는군요. 함께 자리했던 시안파 이주임님이 캄브리아기에 떠난 빛을 한번 보자며 지난 겨울부터 예약을 해놨던 녀석들입니다 ^^ 삼엽충이 하늘을 올려다 보던 시절의 과거를, 5억년을 달려온 빛을 보고있다고 생각하니 희미하기만 한 얼룩도 의미있게 느껴집니다.

8년전에 이미 올려주신 김경싟님의 관측기(http://www.nightflight.or.kr/xe/inform/30394) 덕분에 어렵지 않게 관측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대박이었다는 저녁 하늘에 비해 새벽 3시의 하늘은 좀…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게 느껴지더군요. 위 사진에 a~f까지 표시한 별들은 김경싟님이 관측기에 표시하신 것과 똑같이 표시한 것인데, 각각 두개로 보인다는 d와 f 별은 밝은 것 하나씩만 보이는 상태였습니다.

a,b,c로 표시한 삼각형 별 동쪽으로 6042가 둥근 얼룩으로 보이고, 6041은 조금 시간을 가지고 보고 있으니 약간 길어진 헤일로가 2개의 핵을 가진 것처럼 보여 6041B와 분리되어 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좀 더 어려웠지만 6040과 6040B도 나뉘어 보입니다. 6041 위쪽(서쪽)으로 보이는 작은 은하(IC1170)는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동쪽으로 내려가 13등급 별 옆에 붙어있는 6047의 흐릿한 얼룩을 확인하면 북쪽에 6045가 제법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6043도 좀 더 흐리지만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6045 동쪽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작은 은하(6045B)를 볼 수 있을까 했는데...ㅎㅎ 좀 더 좋은 하늘 상태일 때 다시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abell 426도 찔끔 보다 말았는데 abell 2151도 8개만 보고 말았네요. 이것도 다음번에 계속.. ㅎㅎ 숙제만 늘어납니다.



◆ 옆자리에 G1

우리가 구름을 몰고 간 거였다는군요. ㅎㅎ
오랜만에 간 인제.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 수도 있는 하늘이었지만 무작정 좋았습니다. 딸아이와 둘이 관측하러 나온게 3년만이거든요.

매일 야자에 시달리느라, 게다가 이날은 현장 체험학습이라던가 뭐라던가 종일 서울 시내를 헤집고 다니느라 무척 피곤했을겁니다. ‘피곤하지 않을 때 와야 하는데’ 하면서도 열심히 보려고 하는게 기특합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잘 수는 없다며 잠을 깨려고 깜깜한 마당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귀여웠네요 (잠깐 맡긴 아이피스를 서서 졸다 떨어뜨리기 전까지는요 ㅎ)

돌아오는 길에 어땠는지 물어보니 다음엔 별자리도 다 익히고 성도 보고 망원경으로 찾는 법도 배워 보겠다고 합니다. ㅎㅎ 여기서 중요한건 무얼 하겠다는 말 보다 ‘다음’이라는 단어인 것 같군요.

집에서는 둘째 아이가 이번에 가서 뭐뭐 봤냐며 물어보는데 표정을 보니 잘하면(잘못하면?) 다음엔 둘을 달고 관측지에 나타날지도 모르겠습니다 ^^;



<관측 장비>
망원경: 별고래 (17.5인치 돕소니언)
아이피스: 12mm(Nagler type4), 8mm(Eth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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