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온갖 종류의 빌딩 전시장인 강남역 인근에 잡초만 무성한 빈 땅이 하나 있다
(아침에 피트니스에 가려면 꼭 지나가야 한다)
여름에는 거의 정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성한 곳이었는데
겨울이 깊어가는 어느날 아침, 달을 보며 걷다보니
억세고 질긴, 각자 다른 색의 이파리를 가진 앙상한 나무 하나만 남아있었다
아 이걸 어떻게 그리지? 하면서도
터치펜으로 집요하게 그 잎을 하나씩 그린다
샤프과 암등을 들고 아이피스 안의 별들을
쥐잡듯이 하나씩 하나씩 종이에 옮기는 마음으로..
[ 서초 스포츠 센터,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근데 그럴거면 그냥 좋은 카메라로 찍는게 낫지 않나?
#2.
초딩 2학년 딸래미는 롯데월드의 '햇님달님' 이라는,
아빠와 함께 탈 수 있는 놀이기구를 참 좋아한다
(어린이용 자이로드롭 같은 거임)
타고 타고 또 타고..
나는 무서워 죽겠는데.. 혼자 타라고 해도 끝까지 아빠를 잡아끈다
'아빠랑 같이 안 타면 맛이 안나'
아마도 놀이기구 자체의 재미보다 아빠가 무서워하고 소리 지르는게 더 재미있는듯.
안시관측 스케치도, 나무 그리기 노가다도
그저 그 어떤 '맛'을 느끼고 싶을 뿐인지도 모른다
P.S 어제 (일요일) 롯데월드에 딸님과 둘이 놀러갔는데,
아빠는 이제 햇님달님 하나도 안 무섭다고 호기를 부렸더니
자기도 이제 햇님달님 재미없다며 결국 한 번도 타지 않았다
예별이는 아빠랑 그저 놀고 싶은 것이었나보다..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