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정월 보름달은 만월인 데
시민공원 주차장엔 빈 곳이 많습니다.
소리내어 반포대교를 넘어 가던 차량들은
설마 쥐불놀이 하러 간 건 아니겠지요?
서둘러, 동작대교 위로 금성과 화성
그리고 천왕성 모두 셋을 보고,
둘은 매점에서 라면과 계란을 굽습니다.
오늘 본 것은 세개인 데 차린 것은
둘이라 맥주 하나를 사서 셋을 만듭니다.
빈 속에 술이 길을 내니 취기가 오르고,
문밖으론 정월 삼한의 바람이 셉니다.
본디 담배를 배우지 못한 둘이라
오가는 말들이 구수하지 않습니다.
하나는 `두 선녀에게 바칠
망원경을 짜느라 큰 공부중이라`말하고,
다른 하나는 `네가 말 시킨 덕에 잠수교를 지나쳐
이태원을 돌아 늦었노라` 고 투덜댑니다.
오늘은 이 둘만 있습니다.
새빛 둥둥섬 까페엔 빈 의자가 여기저깁니다.
모두들 정월대보름 떡 돌리러 간 건 아니겠지요.
새빛 둥둥섬 까페엔 둘이 앉음 넷이 됩니다.
그중 둘은 한강에 비치는 연인들의 그림잡니다.
`아홉시가 넘음 주차비 안 받겠지!` 기대 반
둘은 주차장을 나섭니다.
제길 헐! 서울은 공짜가 없습니다.
하나는 분당으로
또 다른 하나는 평촌으로
오늘보다 아름다운 내일을 만들려 반포대교를
넘습니다.
이제 `새빛 둥둥섬`엔 미처 챙겨 오지 못한
오늘을 기억하는 그리움만 남겨둡니다.
--2015년 매수팔
장소: 잠수교 옆댕이 새빛 둥둥섬
참가자: 김남희, 김민회,쌍안경 하나 그리고 세찬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