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첫 날 일요일 밤, 날씨가 좋다
윤호씨는 벗고개에 간다 하는데..
월요일 폭풍 업무를 생각하면 감당할 자신이 없다
집 앞에서 목성'이나' 볼까?
혼자말을 하다가 스스로 깜짝 놀란다
목성을 그렇게 심심풀이 땅콩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을거 같은데..
더럽고 치사한데 농사'나' 지을까?
커피숍'이나' 차릴까?
정도의 개념 부족한 얘기가 아닐까 한다.. ㅎ
여튼, 따라온다는 예별이를 겨우 달래고 (그래도 겨울이라)
집 근처, 은평뉴타운 생태공원 뒷길에 장비를 펼쳤다
집 바로 앞 놀이터에서 보면 딱 좋은데..
주변에 아파트가 너무 많아서 괜한 오해를 살 우려가 있어서
부득이 사정거리에 주택이 없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에서 관측한다 해도 광축 파인더 정렬 다 해줘야 하고 냉각도 시켜야 하니
이동 시간만 줄어들 뿐 준비의 번거로움은 똑같다 ㅎ
집에 병화형님께 빌려온 Megrez 80도 있는데..
80mm로는 내 갈증을 채울 방법이 없다 ㅠㅠ
그 대상이 달과 목성이라 해도.. 역시 구경이 깡패인가보다
어짜피 책임도 못 질 경통..
천벌 받기 전에 형님께 다시 돌려드려야지..
얼마 전에 유호열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출처 : http://cafe.naver.com/skyguide/117810, Find Enjoy Love - 안시관측의 즐거움을 찾는 분들께)
이 말씀을 들으니 난 집에 감금(?) 되어 있는 메그레즈부터 생각이 난다 ㅠㅠ
여튼 칼광축을 맞추고 냉각을 기다리고 있으니
순찰 돌던 경찰차가 내 앞에서 차를 세우고
머하냐고 물어본다
으슥한 뒷길에 대포같이 생긴 걸 펼쳐놓고 서성대는 아저씨를 못 본 척 지나가면
그건 근무 태만일듯 ;;
(가로등 불빛을 피해 버스 뒤에서 엄폐중인 진삽이. 무지무지 수상해 보인다 ㅎㅎ)
관내 백성임을 확인시켜 드리고
한 시간 뒤에 오셔서 목성 보시라고 보내드렸다.. ㅎ
액세서리 박스 정리하고 광축 맞추기 복습하는 동안
암막에는 서리가 앉고 어느새 냉각이 완료되었다
15분에 한 장씩 해서 딱 6장만 그려야지.. 했는데
이거 참 초보운전이다보니 어설프고 속도도 안 난다 ;;
시상도 완벽하지 않아서 어른거리다가
순간적으로 시상이 잡히면 선 하나 그리고
아이피스 김 서리면 또 한참 기다리고
경찰 아저씨 한 번 보여드리고
하다보니 목성 한 장에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 ㅡㅡ;;
이거 참..
그래도 목성 북극 쪽의 짙은 색의 지역에서
가는 줄무늬 3~4개를 더 찾았다는 데에 의의를 두련다 ㅎ
나에게 별보기를 가르쳐주셨던 80년대 학번 형님들의 가르침을 생각해보면
'목성 스케치는 무조건 15분 내로'
'행성 스케치 최소 200장은 해 봐야 행성 관측에 입문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걸 대체 어떻게 하라고요.. ㅎㅎㅎ
책장에서 10년 넘게 먼지만 뒤집어쓰던 행성관측 교과서를 다시 꺼내 들었다
200장이라.. 흠.. ㅠ_ㅠ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