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자연일기
  • 김경싟
    조회 수: 16771, 2013-04-09 00:19:11(201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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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진선Books)

     

     

     

    한가지 일을 40년을 했다.

    어떨까? 그 인생은.

     

    인생의 길은 심술궂게도

    빨리 다다르는 지름길이나 곧바로 갈 수 있는 반듯한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 입을 지나 항문으로 빠져나오는 그 길의 길 처럼

    인생은 그러는 거라고 이미 우리 몸에 낙인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다.

    “내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몇권을 쓰고도 남는다”고.

    그러나 모든 사람의 삶이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 수의사로 동물들과 함께 40년을 함께한 사람이 있다.

     

    만약 사람이 한 일에 댓가를 받고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의 일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살아왔다면

    그는 씨줄과 날줄로 짜여지는 인생의 베 위에 단지 씨줄 만의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동물들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일에 대한 즐거움이 있었고

    비록 직접 저자의 귀에 이야기해주는 동물은 없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애썼으며

    나아가 그들이 그들대로 살아가는 삶을 지지해주는 따뜻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주어지는 씨줄의 길 만이 아닌 자신이 만들어가는 날줄의 길을 추구함으로써

    자기의 삶을 멋진 비단으로 만들어왔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냥 가만 있어도 지나가는 1년 12개월의 시간 기록이

    살아 숨쉬는 자연의 이야기로 살아나고 있다.

     

     

     

    책의 제목은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이지만, 원제는 ‘오호츠크의 12개월’이다.

    4월부터 12월, 그리고 다시 3월까지의 1년의 달의 순서대로 기록되어 있으나

    단순히 1년만의 기록은 아니다.

    지금의 일, 과거의 일이 그 달에 맞게 재구성되어

    태어나고 번성하고 내실을 기하고 근신했다 다시 깨어나는 자연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4월의 첫장, 이 책의 맨 처음은 ‘고로쇠나무 찻집’으로 시작한다.

    찻집의 차 맛이 좋은 지 손님들이 많았다고 한다.

    북오색딱따구리, 동고비, 북방쇠박새, 직박구리, 박새, 오목눈이, 쇠딱따구리 등

    저자가 맛본 결과 빈말이라도 맛이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지만

    자연의 손님들은 짧은 2개월간 무료로 찻집을 맘껏 이용했다.

     

    싱그럽다.

    주위 모습에 대한 따뜻한 관찰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출발이다.

     

     

    저자가 40여년간 자연을 보고 그 속에서 살아오면서 느낀 점을, 2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먼저 ‘자연이라는 것은 우리 머리로 헤아릴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라는 것이다.

     

    책의 많은 부분에서 저자가 받은 그 느낌, 때론 충격을 읽어 볼 수 있다.

     

    어느날 모래 언덕의 그늘에 백목련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꽃이 아니라 400마리가 넘는 상제나비 무리였다.

    3년째에는 1만마리가 관측되었다.

    5년째에는 10만마리의 애벌레가 대발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전망대까지 설치한 저자.

    그러나 전망대는 쓸모없게 돼 버렸다.

    그 많던 나비 떼가 전멸한 것이다.

    부화 전에 모든 애벌레가 모두 죽어서 땅을 뒤덮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대발생이 갑작스럽게 멈춘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유전자 속에 새겨진 듯한 자연계의 율법 앞에 한동안 넋을 잃고 서 있었다’고.

     

     

    또하나는, '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스러움'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섣부른 인간의 개입은 생각지 못한 또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저자는 역설적으로 말한다.

    홋가이도 동부 시레토코의 자연이 사람을 접근시키지 않고 지금처럼 잘 보전된 데는

    곰과 모기의 공이 가장 크다고.

    스스로를 지키려는 자연의 저항력에 비하면 인간이 펼치는 자연보호 운동은 너무나 보잘 것 없게 느껴짐이 엿보인다.

     

    자연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행여나 너무나 번식이 많이되어 해가 되면 신비로운 통제를 거쳐

    자기 스스로 최선의 방법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자연의 혜택을,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요즘 에너지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라 全지구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全지구적인 ‘인간’의 문제이다.

    자연의 삶의 방식을 잊어버린 인간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구구절절한 한 인간의 삶의 이야기가 ‘이야기’가 될 수 없듯이

    1년 12개월 365일 자연의 단순한 변화가 또한 ‘이야기’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저자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결국 그 차이는

    저자가 얼마나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일하며, 일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또한 그 속에서 자기 만이 아닌 조화의 따뜻함을 가지려 노력한 점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 이야기가 의미있게 씨줄과 날줄로 엮여진 것 아니겠는가.

    그게 인생의 이야기건, 자연의 이야기건, 그 무슨 이야기건 간에.

     

     

     

    그나저나 홋가이도는 삿뽀르만 있는 줄 알았더니, 많더라.

    가면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

     

    -이른 봄, 온기와 냉기, 그리고 빛이 만들어 오호츠크해의 신기루

    -시끄러워서 잠도 못잔다는 바다사자의 코고는 소리

    -2월의 호수, 호수 기슭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 나와 아침마다 물안개 속에 파묻힌다.

    -물안개 속에서 깃털을 손질하는 백조들.

    -세렝게티 초원의 누 떼를 연상시키는 사슴 무리의 이동

    -하이얀 눈밭을 걸으며 대지의 백지 위에 새겨진 동물들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속에서 물보다 더 많은 송어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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