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멋있게 늙고 싶다
  • 김경싟
    조회 수: 16811, 2013-04-09 00:19:27(2012-01-09)
  • aging.jpg

     

    당당하게 늙고 싶다 ...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리수출판사)

     

     

    멋있게 늙고 싶다는 소망을 많이 했다.

     

    외모적으로도 편안함과 여유가 묻어나는 얼굴이었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다름을 인정하는 넓은 마음과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 TV 드라마에서 비슷한 모습을 찾아보기도 한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였다.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알았을 때,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고 이해도 어려웠지만

    어머니는 생각한다.

    세상이 모두 적이 될 지라도 지지해주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하는 것이 가족 아니겠냐고.

    그리고 그런 아들을 그렇게 받아들인다.

     

    숙제이다.

     

    늙는다는 것!

    어느 누구도 좋아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늙은 사람의 모습에서 연상되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하기 때문이다.

     

    신체가 나약해져 굼뜨고 남의 도움이 없으면 생활하기 힘들며

    고집은 세어지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으며,

    생각은 편협해진다.

    경제적으로 궁핍하여 궁상맞아 보이고

    할 일없이 밥만 축내고

    냄새도 난다.

    한마디로 나이는 먹어가지만,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린아이가 된다.

    ..............

     

    현실이다.

     

    정말 늙음이 멋있게 느껴지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차라리 번개를 맞는 것이 쉽겠다.

     

     

    서점에서 빈둥거리다가 제목이 눈에 띄였다.

     

    ‘당당하게 늙고 싶다’

     

    맘잡으면 1시간, 길어봐야 2시간 안에 국수마냥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미래의 나를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책 한권 읽었다는 성취감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하고

    75세 이상은 후기고령자로 별도로 분류한다고 한다.

    저자는 1931년 생이므로, 올해로 82세가 된다.

     

     

    저자는 노인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이기심만 커지고 인내심은 사라진다.

    분별력을 갖춰야 하고 세상물정에 통달해야 할 나이에 금방 화를 내기 일쑤이다.

    자기 입장과 견해에 집착한다.

    다른 사람이 해주기를 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무엇무엇을 해주지 않는다며, 푸념은 늘어난다.

     

    그리고 주장한다.

     

    고령은 자격도, 지위도 아니다!

    고령은 젊음과 마찬가지로 육체의 상태를 보여주는 수치에 불과하며,

    나이 듦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며, 자격도, 지위도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자에게 주어진 권리는 포기하라! 라고.

     

    그리고 ‘당당하게 늙으라’고 주문한다.

     

    물론 목표를 가르키기만 하지 않는다.

     

    이미 저자는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계로록)’라는 책을 40여년 전에 펴냈다.

    이 책에서는 후기고령자가 된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에 비추어 길을 제시한다.

     

     

     

    책의 뒷면을 보니

    친절하게도 ‘당당하게 살기 위해 갖추어야 할 7가지 능력’ 이 제시되어 있다.

    책의 내용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항목을 뽑아놓은 듯 하다.

    저자가 그리한 것인지

    아님 하나,둘,셋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려는 인간의 세태에 발맞춰 출판사에서 해놓은 것인지 모르겠다.

     

    여하간 ‘친절한’ 요약은 아래와 같다.

     

    -자립할 것!

    -죽을 때까지 일할 것!

    -늙어서도 배우자, 자녀와 잘 지낼 것!

    -돈에 얽매이지 않는 정신을 가질 것!

    -고독과 사귀며 인생을 즐길 것!

    -늙음, 질병, 죽음과 친해질 것!

    -신의 잣대로 인생을 볼 것!

     

     

    책을 읽고 나 나름의 7가지 항목을 뽑아봤다.

     

    -자립한다.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지혜로 생을 꾸려간다)

    -죽을 때까지 일하고 배운다.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고민한다.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되면 행복하다)

    -주변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건강유지를 임무로 삼는다. (나이가 들어서도 손해 볼 줄 아는 기력과 체력을 유지한다)

    -고독과 사귄다.

    -생각의 유연성을 갖는다. (열린 사고를 한다)

     

    3개는 중복된다.

    6개는 책에서 뽑은 것이다.

    마지막 ‘생각의 유연성을 갖는다’는 나름의 것을 추가했다.

     

    한줄로 줄인다면...

    멋있게 늙은 사람은,

    “다름을 인정하는 넓은 마음과,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사람”으로 정의하고 싶다.

     

     

    나이들면 당연히 늙어진다.

    그러나 생각마저 미리 늙어질 필요가 있겠는가?

    지금 내 나이(40대 초반)에 늙음을 걱정하는 것에 사서 고생한다 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주위에서 늙음이 아름답지 만은 않은 상황이 너무나 많이 보이는 것은

    멋있게 늙는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 아닐까.

     

    그러니 준비하고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댓글 1

  • 김경싟

    2012.02.05 20:28

    (최인호님의 '산중일기'에 소개된,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문이 같은 바램 아닐까 합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 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에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을 향해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제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 주소서.
    제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 가고 그것들에 대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들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 주는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마는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제 기억력을 좋게 해 주십사고 감히 청할 수는 없사오나
    제게 겸손한 마을 주시어 제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부딪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저도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해 주소서.
    저는 성인까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렇더라도 심술궂은 늙은이는 그저 마귀의 자랑거리가 될 뿐입니다.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는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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