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한해를 詩로 맞이하며...
  • 김경싟
    조회 수: 17146, 2008-12-10 18:21:23(2008-12-10)





  • 회사에서 달력을 받았습니다.
    한해가 또 오겠네요^^

    지금까지 받은 달력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달력입니다.
    아름다운 산(山) 사진으로 가득...

    어제 받고 사진이 예뻐 좋다좋다 했는데
    오늘 다시 보니
    사진 밑에 글귀가 있네요.
    어젠 사진 설명이겠거니.. 하고 지나갔는데
    다시보니 아름다운 詩입니다.
    지리산 시인 이원규님의 글이더군요^^


    함 옮겨봅니다.



    새 아침이 밝았다.
    다시 시작이다.
    누구나 마음 깊은 곳의 일출봉에서 저마다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두 팔 벌려 저 상서로운 빛을 품어보자.

    (1월 덕유산 향적봉 일출)



    돌 속에 돌이 얼굴을 묻고 엉엉 울고 있다.
    돌아보지 마라. 두 귀를 쫑긋 세우지 마라.
    그대의 젖무덤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고픈 사람이 있다.

    (2월 부귀산 자락에서 본 마이산)



    봄이 오는 길목에서 층층나무 새싹이 그대의 안부를 묻고 있다.
    가자, 봄맞이 가자.
    주저앉아 기다리지만 말고 내가 먼저 연초록빛 마음으로 봄맞이 나가자.

    (3월 대둔산 용문골 층층나무 새싹)



    마침내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만화방창 봄이다. 온갖 봄의 전령들이 부른다.
    어서 와, 어서 와! 벚꽃 제비꽃 진달래꽃 다 지기 전에.
    '봄날은 간다' 노래하며 후회하기 전에!

    (4월 황매산 정상의 초원)



    오월의 푸른 산빛을 보노라면 눈이 맑아지다 못해 눈물이 안다.
    철쭉꽃 붉은 빛은 화룡점정.
    지금은 다만 입을 다물고 저 침묵의 푸른 산기운에 온몸을 내맡길 때.

    (5월 한라산 선작지왓의 철쭉 군락과 정상 봉우리)



    저 희푸른 선경 속에 무릉도원이 있다.
    아아, 그러나 저쪽에서 이쪽을 바라본다 해도 또한 그러하고 그러하리라.
    내가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요, 별자리.

    (6월 속리산 문장대에서 본 동쪽의 아침)



    어느 시인이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고 했다.
    그렇다. 저 산도 지금 기지개를 켜며 크게 숨을 들이쉬고 있다.
    알고 보면 우리네 삶도 한 호흡.

    (7월 북한산 영봉에서 본 삼각산의 인수봉, 만경대)



    덥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기에도 인내심이 필요할 정도로 덥다.
    휴가를 떠나자.
    반양봉을 바라보며 노고단 마고선녀가 손짓을 하고 있다.
    일탈의 계절, 야성으로 돌아가자.

    (8월 지리산 노고단에서 본 반야봉, 천왕봉)



    다시 기다림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는 가을의 초입.
    기다림은 마냥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 아니라 물안개 속을 걸어서라도 누군가를 향하여 하염없이 가는 것.

    (9월 추월산에서 본 담양호)



    침묵의 공룡능선에도 단풍이 들었다.
    이 가을에 단 한 번 만이라도 붉게 타오르지 못하고 내내 시퍼렇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
    그대의 발자국마저 더 선명해지는 가을이 왔다.

    (10월 설악산 신선봉에서 본 공룡능선 추경)



    저 산속에 누구인가 살고 있다.
    겨울잠을 준비하는 반달곰과 다람쥐, 미리미리 겨울나기 장작을 패는 사람들.
    둘러보면 그대를 위해 밤마다 마음의 군불을 지피는 사람들이 있다.

    (11월 계룡산 관음봉에서 바라본 황적봉 능선)



    눈 덮인 무욕의 겨울산이 부른다.
    설화와 빙화가 피어나는 저 산은 꼿꼿한 정신의 표상, 우리들 정신의 희디흰 밥!
    마침내 새해 새봄이 멀지 않았다.

    (12월 오대산에서 본 횡성)

댓글 0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2269
  • 가을은 色의 계절입니다. 산 정상에서 아래로 20% 정도 내려온 시점이 단풍의 시작이라고 하고 80% 정도 내려왔을 때를 절정이라고 한다네요. 꽃으로 가서 가을을 대표하는 꽃으로 국화와 코스모스를 꼽는데는 이의가 없을 겁니다. 코스모스 질서정연한 우주를 뜻하는 ...
2016-12-29 06:47:12 voyance par mail gratuite / 2014-09-27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3384
  • (털고 난 잣송이와 수확한 잣 185개...모아두고 보니 우리나라오 일본 같은 모양이 되었군요^^) 숲을 공부하다보면 이름이 그 식물의 특징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김새로 이름을 얻기도 하고 쓰임새 때문에 불리우기도 하고 또는 맛과 향기로 이름을 부여받기도...
2015-01-08 19:53:17 정기양 / 2014-09-27
thumbnail
  • 박진우 조회 수: 6319
  • Facebook 을 보다가 LA사는 친구놈이 등산가서 찍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부럽기도 하고 별을 계속 봐야 되나 싶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였습니다.
2015-01-08 20:00:45 정기양 / 2014-07-23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9975
  • 무슨 꽃을 좋아하세요? 라고 하면 저는 그럽니다. 아니 제가 먼저 말하기도 합니다. "봄라일락가을국화! 봄에는 라일락이 좋구요, 가을엔 국화죠." 이유는 하나입니다. 은은한 향기 그런데 그 향기를 맡는 방법에 차이가 있습니다. 라일락은 길 가다가 문득 바람결에 실...
2014-05-01 00:47:44 김민회 / 2014-04-16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2114
  • 살고 있는 근처 군(郡)에는 LPG 충전소가 딱! 하나 있습니다. 郡 전체에 말이죠. 그런데 가격은 항상 최정상을 달리고 있습니다. 수요가 적으면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알겠지만, 반대로 시골이라 땅 값이 상대적으로 쌀터인데 가스값은 왜그리 비싼지 항상 ...
2014-04-17 02:34:11 김민회 / 2014-04-1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735
  • 누군가 그랬는데.. 담배는 끊는게 아니고 참는 거라고.. 내가 보기엔 지름도 참는 것이지 누구에게나 지름신은 강림하실 것이다.. ㅎ;;; 나는 그간 장비에 대한 무지와 예민하지 않은 눈을 장착하고 있는 관계로 지름과는 담을 쌓고 살았는데 이제 한살 두살 먹다보니 ...
2014-04-02 08:54:23 조강욱 / 2014-03-10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0708
  • 고등학교가 미션스쿨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는 선생님 이외에 목사님이 한분 계셨습니다. 나이가 꽤 드셨는데 약간 독특한 점이 있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른 건 기억이 거의 안나고 독특함을 넘어 약간 기이한 언행 두가지가 뚜렷합니다. 하나는 2학년 때로 기...
2015-01-08 19:58:27 정기양 / 2014-02-17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3287
  • . . . . . . . . 세상엔 참 놀랄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자동차 가격이면 뭐 그런대로 보석이라고 하면 뭐 껌값인 경우도 많으니 그런데 펜 가격이라고 하네요. 만년필. 펜의 본래의 쓰임새가 그만큼 가치가 높아진 것은 아니겠지요. 겉에 붙은 부수적인 꾸밈이 본래보...
2014-01-10 22:00:56 비단 / 2014-01-09
thumbnail
  • 김남희 조회 수: 11181
  • 가정의 평화를 위해 지난 주말 남산으로 꽃구경을 갔습니다. 저녁때까지 기다려 서울야경을 즐겼지만 전 도심 한 복판에서도 하늘을 내내 쳐다 보게 되네요. 남산에서 바라본 아르크투르스입니다...
2013-05-01 08:56:58 / 2013-05-0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3978
  • 송암천문대 바로 옆, 장흥유원지의 팬션에 놀러왔어요 7시에 눈이 떠져서 산책겸 높은 곳으로 올라오니 동쪽 산등성이가 꾸물꾸물하네요 ㅎ 다른 팬션 의자를 무단 점유하고 앉아서 일출을 감상했습니다 산능선 나무 사이가 간질간질 밝아지는 것이 이거 왠지.. 다이아...
2013-04-08 21:21:41 / 2013-03-0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