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묶임과 갇힘
  • 김경싟
    조회 수: 12113, 2014-04-17 02:34:11(2014-04-11)
  • dogs.jpg

     

     

     

     

    살고 있는 근처 군()에는 LPG 충전소가 딱! 하나 있습니다.

    전체에 말이죠.

    그런데

    가격은 항상 최정상을 달리고 있습니다.

    수요가 적으면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알겠지만,

    반대로 시골이라 땅 값이 상대적으로 쌀터인데

    가스값은 왜그리 비싼지 항상 궁금합니다.

     

    기회가 되면 다른 충전소에서 충전을 하지만

    그 중 가까운 곳이라도 3배 정도 멀리 떨어져 있어

    울며겨자먹기가 어떤 느낌인지 가스를 넣을때마다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가스를 넣다보면 이 고민에 덧붙여

    한 장면이 항상 또다른 고민을 하게 합니다.

     

    주유소에는 진돗개 2마리가 있습니다.

    한마리는 밖에 목줄로 묶여 있고

    다른 한마리는 목줄은 없는 대신 철창안에 갇혀 있습니다.

     

    저는 개를 목줄로 묶여 기르는 것을 싫어 합니다.

    어렸을 때 집에서 개를 길렀는데

    경험상 묶어 기르는 개는 바보가 되어 버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성질은 사나워지고,

    어쩌다 한번 풀어놓으면 온갖 발광을 하며 지멋대로 도망가버리고

    근처에 가기만 해도 (좋아서 그런건지) 오줌을 지리고...

     

    개는 묶어 길러야 한다고 하네요.

    법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마당이 있고 너른 들과 산이 있는 시골에서도 개를 풀어 놓았을 때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람을 위협할 수도 있고

    밭작물들을 망치고

    특히 주변에서 아주~ 많이 겪게 되는, 닭 몰살 행위.

     

    그래서 작년에 집에서 진돗개를 기를 때는

    어쩔 수 없이 묶어 기르기는 하지만 대안책으로 매일 아침, 저녁으로 같이 산책을 다녔습니다.

    스트레스도 풀어주고

    덤으로 똥과 오줌도 산과 들에 뿌려주는 효과(개집 주변 똥 치울 손을 더는)도 있었지요.

     

    그러나 이는

    매일매일 산책을 다녀야 하는 수고로움에 앞서서

    또다른 걸림돌이 막아섭니다.

     

    아시나요?

    시골에 가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개 데리고 산책하는 것이라는 것을.

    새벽같이 일어나 일하는 시골분들에게 개 데리고 산책하는 이방인이

    얼마나 낯설게 느껴질런지요.

    내가 뭘하든~’이라고 고집하는 순간

    마을 사람들은 물이 되고 나는 기름이 됩니다.

     

    고민 끝에

    진돗개를 보내버리고

    맘껏 풀어놓아도 신경쓸 것 없는 발발이를 한 마리 들여왔습니다.

    요새 이놈 아주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한가지, 집 지키는 효과가 떨어져 탈이지만.

     

     

     

    주유소의 개 2마리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둘다 자유가 박탈되기는 마찬가지인데,

    그 안에서

    목줄에 묶여 있는 녀석과 철창에 갇혀 있는 녀석 중 누가 더 나을까?

     

    목줄에 묶여 있지만

    트인 공간에 나와 있고 목줄의 길이 원둘레 안에서의 행동의 자유는 있습니다.

     

    철창에 갇혀 있지만

    대신 신체를 압박하는 목줄을 차고 있지 않고, 철창 안의 공간은 자기의 공간이지요.

     

     

     

    twodogs.jpg

     

     

    물론 둘다 불쌍한 녀석이고

    의미를 따져봐야 거기서 거기인 상황이지만

    녀석들을 바라보면서 얄팍한 차이라도 차이를 두고 싶은 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양비론이란 말이 있지요.

    어느 한쪽을 주장하지 않고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고...

    문제점만 나열하기도 하거나 그 중간을 자기입장으로 하기도 합니다.

    당신의 정치적 입장이 보수냐? 진보냐? 라고 물으면, 중도라 답합니다.

    좋은 말로 중용이라고 덧씌웁니다만,

    저는 양비론이 별로입니다.

    중용은

    양쪽 각각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그걸 자기철학으로 엮어 새로운 제3의 길을 가야하는 것이지

    이것도 저것도 문제라거나 단순히 중간지점을 가자 하는 것은

    '아무 의견 없음' 밖에는 생각이 안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굳이 둘 중에 하나를 골라봅니다.

    첨엔

    직접적인 신체적 구속이 없고 작은 공간 안이지만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철창 안에 있는 개가 좀 더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목줄의 개가 더 낫겠다로 생각이 정리됩니다.

     

    왜냐?

    목줄에 묶인 개는

    목줄이 빠지거나 풀려, 또는 끊어져

    도망칠 수 있는 단 0.1%의 가능성이라도 있지 않겠냐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개에게 철창의 문을 딸 수 있는 두뇌의 진화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물고 당기고 꼬이고 하다보면 목줄은 언젠가는 느슨해질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그 도망의 결과가

    엉뚱한 사람의 살로 붙어나는 불편한 진실이 될 가능성이 크겠지만

    냄새를 찾아 맘껏 고라니를 뒤쫓아 다닐 찰라의 자유를 만끽한 기회가 주어줬으면 좋겠습니다.

    .

    .

    .

    매일매일 얼굴보는 사람 보고도 지겹도록 짖어대는

    옆집의 똘이(똘똘이에서 왔지만 이는 똘똘해서가 아니라 청이와의 구별을 위해서임)와 청이(멍청이)!

     

    너희들은

    목줄의 구속으로부터 도망칠 여러가지 방법 이외에도

    이 옆집 아저씨가 풀어주는 기회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단 말이다.

     

    알겠냐?

    이 자식들아!(라고 적고 개.새.끼.들아!라고 말한다)

     

    짖지 좀 말란 말이다!

     

     

     

댓글 1

  • 김민회

    2014.04.17 02:34

    님의 글을 읽노라면, 모습이 떠오릅니다. 차가 한산했 던 제 고향쯤으로 하죠. 먼지 풀플 날리는 비포장 신장로였습니다. 그 길에서, 입양되어 자라던 '욱세'란 아이와 소주병을 추로 삼으시 던 동네 아저씨,제 형 등은 죽음의 현장이었습니다. 조리기구 하나 봇짐에 싸서 고교졸업 후 가출할 때 고갯마루까지 배웅나온 이는 병으로 누워계신 엄니도 아니었고 시집간 누나도 아녔습니다. 국민학교까지 대문에서 귀신을 지켜주던 '워리' 의 삼대손 쯤 되었던 '메리' 였지요! 제게 강아지는 둘도없습니다. 대화도 하고, 푸념도 들어주지요. 그래서 미역국 소고기는 현재 울 '똘이'의 차지가 되었죠. 계시는 동안 철창문 키도 빼주시고, 목줄도 풀어주세요..고갯마루까지 갔다 돌아 오겠지만요.ㅎ --단원고학생들 울음소리에 우울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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