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만년필
  • 김경싟
    조회 수: 13361, 2014-01-10 22:00:56(2014-01-09)
  • pric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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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참 놀랄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자동차 가격이면 뭐 그런대로

    보석이라고 하면 뭐 껌값인 경우도 많으니

    그런데

    펜 가격이라고 하네요.

    만년필.

     

    펜의 본래의 쓰임새가 그만큼 가치가 높아진 것은 아니겠지요.

    겉에 붙은 부수적인 꾸밈이 본래보다 더 값어치가 높아진,

    그래서 너무나 손쉽게 가격을 높힌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본래의 바탕이 강하니까 그게 통하겠지만요.

     

    저는 펜 욕심이 있습니다.

    문구점에 가면 한번씩 안둘러 볼 수가 없지요.

    필기감이 좋은 것

    잡는 감촉이 좋은 것

    어떤 것은 디자인이 예쁜 것

    아주 세필이어서 아님 굵고 유려하게 나와서 어떤 것은 똥^^이 안나와서 등등

    그래서 참 많은 펜을 사보고 또 사보지만,

    문제는 얼마 못가 뭔가 맘에 안든 점이 불거지고 외면당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 제게 펜 욕심을 끊게 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만년필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못쓰는 볼펜 대롱에다 펜촉만 끼워 오선지 비슷한 공책에 영어 필기체를 소 밭갈듯이 끊임없이 갈겨썼었죠.

    몇글자 쓰고 잉크 묻히고 몇글자 후 잉크 묻히고를 반복하면서

    만년을 쓰지는 못해도 공책 한권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하며

    만년필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입학 시험을 보러 도시에 나가서 처음 신기의 음식 만두를 먹었던 시골 촌구석 아이에게

    만년필은 그냥 꿈이었습니다.

    그저 줄기차게 잉크병을 들락날락 할 수밖에요.

    더구나 어느순간 필기체 연습을 안하면서 만년필에 대한 꿈도 희미해졌습니다.

     

    회사생활

    맘대로 펜을 바꿔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펜들 사이에서 싫증과 싫증이 반복되면서

    어느순간 만년필이 다시 제게로 다가왔습니다.

     

    초보에게 추천하는 (일단 가격이 저렴한) 만년필을 구입하였습니다.

    그 옛날 펜글씨를 쓰다

    펜이 그 하나 거칠 것 없는 평평한 종이위에서 돌부리에 발 걸리듯 걸리는 경험을 보상이나 하듯

    너무나 매끄럽게 써집니다.

    만년필은 Waterman

    그 중에서도 초보용으로 가장 싼 만년필임에도 말이죠.

    그 뒤부터 거의 모든 경우  만년필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만만치 않은 문제를 일으키더군요.

    의외로 유지비가 많이 듭니다.

     

    잉크비? 뭐 그리 많이 들지 않습니다. 또 만년필을 구매할 때 하나씩 끼워주기도 하구요.

    바로 펜촉

    쓰다보면 펜촉이 닳아 글씨가 너무 굵게 나옵니다.

    절대 만년, 아니 1년도 쓰기 어렵다는거.

    그러나 실제로는 펜촉이 닳아서가 아니라 떨어뜨려서 펜촉을 못쓰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떨어졌다 하면 신기하게도 열에 아홉은 펜촉부터 바닥에 헤딩을 하더군요.

     

    손에 잉크가 묻어있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냥 손에만 묻으면 괜찮은데 가끔은 손톱 사이에 끼어 민망할 때도 있지요.

    더 큰 문제는 나는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아내가 와이셔츠에 잉크 묻었다고 지적할 때입니다.

    뭐 립스틱 묻혀오지 않은게 다행이긴 합니다만.

     

    제일 큰 문제가 생깁니다.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펜 욕심이 없어졌다고 했는데....

    이제는 만년필 내에서 이 만년필 저 만년필로 또 다른 욕심이 생겼다는 겁니다.

    일반 펜들하고는 단가의 차원이 다른 만년필 욕심이^^;

     

    인생 하고는...!

    pen.jpg

     

    제가 지금 쓰고 있는 만년필입니다.

     

    WATERMAN 워터맨

    처음 사용했던 만년필로 가장 애착이 강한 녀석입니다.

    물론 처음 그 녀석은 아닙니다.

    동일 제품으로 (펜촉 뿐만 아니라 통째로도) 계속 바뀌었으니까요.

    단종된다고 하여 펜촉만 여유로 2개를 추가 구매해뒀습니다.

     

    AURORA 오로라

    회사에서 받은 녀석입니다.

    펜촉이 예쁘다고 별찌가 탐내고 있는 녀석입니다.

    LAMY 라미

    이상하게 필기감이 안좋아 한동안 안쓰다가 최근에 다시 쓰는데 아주 잘 나갑니다.

    이 녀석의 장점은 가볍고 그립감 좋고 막써도 좋게 생겼다는 거지요.

    어디 갈 때 주머니에 쉽게 넣고 다닙니다.

     

    PLATINUM 플래티넘1

    14K 펜촉이라는 것에 혹해서 구입한 제품인데, 도금이겠죠?

    별찌가 하도 만년필 하나 달라고 졸라서 넘겨줬습니다.

     

    PLATINUM 플래티넘2

    이건 극세필을 자랑한다고 하여 구매한 녀석입니다.

    만년필이라 생각되지 않을 만큼 정말 가늘게 나옵니다.

    오래써서 좀 무뎌진 관계로 펜촉을 따로 구매하려고 했더니 극세필 펜촉이 없네요.

    극세필은 만년필을 구매할 때만 끼워져 나오고

    펜촉만 구입할 때는 그보다 한단계 더 두꺼운 것부터 나옵니다.

    뭐 이런 호랭이 물어갈 놈들 같으니라고!

     

    눈 돌아가는 만년필 많습니다.

     

    MONT BLANC 몽블랑

    GRAF VON FABER-CASTELL 그라폰 파버카스텔

    PARKER 파카

    OMAS 오마스

    CROSS 크로스

    Pelikan 펠리칸

    FABER CASTELL 파버카스텔

    SHEAFFER 쉐퍼

    PILOT 파이롯트

    SAILOR 세일러

    CARAN d'ACHE 까렌다쉬

    VISCONTI 비스콘티

    Kaweco 카웨코

    ONLINE 온라인

     

    어떤 제품은 가장 싼 것이 몇십만원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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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제 별찌가 만년필 욕심을 내서 큰일입니다^^;

댓글 1

  • 이원세

    2014.01.10 22:00

    만년필 하나에 1억이라니. high-end는 뭐가 되었든 비싼것 같습니다.
    전에 소리의 황홀 이라는 책을 봤었는데 오디오에 관련된 책이었죠. 거기에 보면 앰프와 스피커를 연결하는 선의 가격이 잠깐 언급되었었는데 천만단위였던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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