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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7일 고흥 관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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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1, 2026-04-20 21:53:54(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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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26년 4월 7일 (월령 20일)
장소 : 전남 고흥 마복산
하늘 상태
Seeing (시상) : 4/5 (별 흔들림이 거의 없고, 목성 줄무늬가 뚜렷하게 보임)
Transparency (투명도) : 4/5 (미세먼지 낮고, 머리털자리 성단을 육안으로 확인함)
장비
망원경 : ES 16인치 (초점거리 1826mm)
성도 : 스카이사파리 7 프로
아이피스 :
관측하기 전에
별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망원경도, 아이피스도 아니다.
새벽까지 별을 보고도 출근 후 거뜬히 일할 수 있는 체력과 관측 대상을 세밀하게 살펴 차이를 찾아내고
미세하게 흐린 대상을 포착하는 감각적인 시력이 훨씬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안타깝게도 나는 두 가지 모두 가지지 못했다. 새벽은 커녕 자정까지도 못 버티는 저질 체력에,
초신성이 폭발해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둔감한 감각, 그리고 남들 다 본다는 대상을
나만 못 보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저질 시력까지 갖췄으니 이 취미는 나에게 최악의 난이도다.
그럼에도 십수 년째 이 취미를 유지하는 이유는 밤하늘을 볼 때 내가 있는 공간과 살아 있는 시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며, 밤하늘의 수많은 별과 딥스카이(Deepsky) 대상들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서다.
이 순수한 호기심은 구름 한 점 없고 미세먼지 없는 날이면 나를 밤하늘로 향하게 한다.
특히 봄에는 우리 은하의 천장을 뚫고 까마득히 먼 거리를 달려온 수많은 은하의 빛을 느낄 수 있으니,
내가 별을 보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계절이다. 디테일을 확인하지 못하면 어떤가.
수천만 광년을 날아온 은하의 시간이 담긴 빛이 내 망막에 직접 닿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니 말이다.
자기 위로는 이쯤 하고(ㅠㅠ), 작년에 마련한 16인치 돕소니언과 끝판왕 아이피스들도 이제 손에 익었으니
이 봄이 가기 전에 은하를 보러 부지런히 나서야겠다.
장비 관련 해프닝
어퍼케이지와 트러스를 연결하고 나서야 암막 씌우는 것을 깜빡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ES 돕소니언은 어퍼케이지와 트러스 연결 방식이 번거로워 다시 분리하지 않고
암막 없이 관측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잘 보였다.
암막을 씌울 때면 암막이 트러스를 안쪽으로 당기는 바람에 어퍼케이지 연결이 더 힘들곤 했다.
설치 노력에 비해 광해 차단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아, 앞으로는 암막을 계속 사용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ES 30mm 저배율 아이피스는 접안부를 최대한 밖으로 빼고, 주경 위치를 최대한 낮춰야 초점이 겨우 맞는다.
검색해 보니 텔레뷰(Tele Vue)의 파라코어(Paracorr)를 사용하면 코마 수차를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초점 거리가 늘어나는 효과 덕분에 접안부를 지금보다 안으로 밀어 넣어
초점 조절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장비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 은하의 종류

1. NGC 3115 Spindle Galaxy
(렌즈형 은하, 거리 3,100만 광년, 9.1등급, 크기 7.1' x 3.0', 관측 배율 180배)
육분의자리에 위치한 밝은 은하로, 육분의자리의 별들이 어두워 물뱀자리 별들을 길잡이 삼아 찾아가는 것이 쉽다.
물뱀자리의 알파(α) 별인 '알파드'를 파인더에 넣고 동쪽의 람다(λ) 별을 찾은 뒤,
북쪽으로 파인더 시야 약 1.5배 거리를 성도의 별들을 따라 추적해 가면 발견할 수 있다.
매우 밝은 핵을 가지고 있으며 나선 은하처럼 납작한 형태지만, 나선팔은 느껴지지 않는다.
워낙 밝고 유명한 대상이지만, 모양이 다소 밋밋해 보는 맛은 덜한 은하였다.
2. NGC 3190 (Hickson 44 은하단)
(나선은하, 거리 7,900만 광년, 10.9등급, 크기 3.6' x 1.2', 관측 배율 180배)
사자자리의 감마(γ)별 ‘알기에바’와 람다(λ)별 중간 부근에 위치해 파인더로 겨냥하기는 쉽다.
NGC3190은 거리가 멀어 상당히 어둡고 측면 방향으로 보이는 작은 나선은하다.
바로 위의 NGC 3193 타원은하는 쉽게 확인했으나,
NGC 3185와 NGC 3187은 잘 보이지 않아 다음 관측을 기약하며 포기했다.
하늘 상태가 괜찮았고 예전 10인치 돕소니언으로도 NGC 3185는 봤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이번에는 정확한 위치를 놓친 듯하다.
3. NGC 3242 목성의 유령
(행성상 성운, 3,600광년, 7.3등급, 0.7' x 0.6', 관측 배율 180배)
물뱀자리 뮤(μ)별에서 남쪽으로 반 파인더 거리이며, 파인더상에서도 별처럼 밝게 확인된다.
왜 '행성상 성운'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바로 이해되는 대상이다.
행성처럼 둥근 모습에 유령처럼 아른거리는 느낌이 난다.
마침 머리 높이 떠 있는 목성을 보고 난 후 다시 찾아보니
'목성의 유령'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어 관측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4. M95, M96, M105
(M95: 3,200만 광년, 9.7등급, 7.2' x 4.5' / M96: 3,500만 광년, 9.3등급, 7.5' x 5.2'
/ M105: 3,400만 광년, 9.3등급, 5.3' x 3.8', 관측 배율 180배)
사자자리 앞다리에 해당하는 로(ρ)별에서 동북쪽으로 1파인더가 약간 넘는 지점에 위치한다.
성도에서 밝은 별과 관측 대상 사이의 거리 비율을 유추하거나 가상의 삼각형을 그린 후
파인더 중심을 맞춰 갔는데, 로(ρ)별에서 거리가 멀고 주변에 밝은 별이 드물어, 찾기 쉬운 편은 아니었다.
M95와 M96은 정말 멋진 나선은하로, 밝고 크기도 커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M95는 중심 막대와 나선 구조가 보이는 SBb 형태였고,
M96은 밝고 둥근 핵 주위로 가는 나선팔이 보이는 Sa 형태로 보였다.
주변시가 서툰 나에게도 직시로 보여 참 고마운 대상들이다. M105는 전형적인 타원은하라 그리 큰 감흥은 없었다.
5. M97 올빼미 성운
(행성상 성운, 1,700광년, 9.8등급, 3.4' x 3.3', 관측 배율 180배)
큰곰자리 베타(β) 별 ‘메라크’에서 동쪽으로 반 파인더 정도 거리에서 찾을 수 있다.
16인치로도 올빼미 눈이 즉시 확인되지는 않았다. 포기하고 아이피스에서 눈을 떼려던 찰나, 눈 모양이 보였다.
올빼미 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외계인의 커다랗고 푹 패인 눈을 보는 느낌도 들었다.
으스스한 악당 외계인 같으며 관측기를 쓰는 지금까지도 잔상이 선명하다.
6. NGC 4038 안테나 은하
(특이 은하, 6,800만 광년, 10.3등급, 3.4' x 1.7', 관측 배율 180배)
까마귀자리 감마(γ)별로부터 서쪽으로 약 1파인더 거리에 있으며, 주위에 밝은 별이 없어 찾기가 꽤 힘들었다.
다행히 6등성 하나가 파인더에 들어와 그 별로부터 위치를 특정해 찾아낼 수 있었다.
보는 순간 감탄이 나오는 대상이다. 크기가 비슷한 두 은하가 충돌하는 모습이 두 눈으로 바로 확인된다.
6,800만 광년 너머에서 벌어지는 은하 충돌이라니, 놀라운 광경이다.
두 은하의 핵과 충돌로 인해 찌그러진 모양까지는 확인 가능했으나, 충돌 경로를 알려주는 긴 꼬리는 보지 못했다.
16인치로도 꼬리까지 잡아내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7. M98, M99, M100 & NGC 4298/4302
(M98: 5,200만 광년, 10.1등급, 9.8' x 2.8' / M99: 5,000만 광년, 9.9등급, 5.3' x 4.6'
/ M100: 5,200만 광년, 9.4등급, 7.5' x 6.1', 관측배율 180배)
사자자리 베타(β)별 ‘데네볼라’로부터 동쪽으로 2파인더 정도 이동해 'T'자 모양의 별무리를 찾은 뒤,
성도의 관측 대상 위치에 파인더 중심을 맞춰 찾았다.
T자 별무리가 파인더에서 잘 보여 데네볼라로부터 거리가 먼데도 불구하고 찾을 만했다.
M98은 제법 밝은 핵을 가진 측면(Edge-on) 나선은하이며, M99와 M100은 정면(Face-on) 나선 은하다.
M100이 크기나 밝기, 나선팔의 형태가 좀 더 잘 보여서 셋 중 가장 볼만했다.
M99 옆에서는 뜻밖의 수확인 NGC 4298 & NGC 4302를 찾았다.
두 은하가 겹쳐 보이는데, 안테나 은하처럼 실제 충돌 중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서로 3,0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으나 지구에서 보는 시선 방향이 우연히 겹쳐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밝기나 구조가 뚜렷하진 않지만, 겹쳐 있는 모습 자체가 정말 신기했다.
8. Markarian's Chain (마카리안 체인)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 5,000~6,000만 광년, 관측 배율 130배)
앞서 찾은 T자 별무리의 세로축 방향으로 별 간격의 2배 정도 더 나아가
은하단에서 가장 밝은 M84/M86을 먼저 찾고, 동쪽으로 이어지는 은하 무리들을 추적하면 된다.
은하단까지의 거리가 멀고 타원은하가 많아 세부 구조를 파악하기보다는,
그보다 낮은 130배율로 죽 훑으며 은하들을 관측하는 재미가 일품이다.
성도를 보면 별보다 은하가 더 많아 길을 잃을 정도로 은하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9. NGC 4631 고래은하
(나선 은하, 2,000만 광년, 9.2등급, 15.2' x 2.8', 관측 배율 180배)
머리털자리 성단으로부터 북쪽으로 1.5파인더 정도 위치에 있는데 찾기가 쉽지 않다.
은하는 파인더에 보이지 않으므로 성도상의 별무리를 정확히 파악한 뒤,
주변 별들과 가상의 이등변 또는 직각삼각형을 그려 그 꼭짓점에 파인더 중심을 맞춰 찾아냈다.
밤하늘에서 내가 가장 애정하는 대상이다. 2,000만 광년의 우주 공간을 헤엄치는 고래라니, 믿기 힘든 광경이다.
위성 은하인 NGC 4627(아기고래)은 한눈에 들어오진 않지만,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옅고 둥근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야말로 완벽한 조합이다.
10. NGC 4656 후크은하(하키스틱 은하)
(특이 은하, 2,100만 광년, 10.5등급, 15.3' x 2.4', 관측 배율 180배)
고래은하 관측 후 근처의 후크은하를 보았다.
나선팔이 휘어진 특이한 형태의 측면 은하로 마치 올챙이 같은 느낌을 준다.
고래은하와 가까워 서로의 중력 상호작용으로 인해 후크은하는 휘어지고 고래은하는 부풀어 올라,
일반적인 은하와는 다른 독특한 형태가 되었다고 하니 그 모습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작년에 마련한 16인치 돕소니언과 끝판왕 아이피스들이 제 성능을 발휘하는 것 같아 뿌듯한 하룻밤이었다.
호핑(Hopping) 과정은 힘들고 시력은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성도 속의 관측 대상들이 아이피스 안에서 생생하게 보여질 때는 감동이 배가 된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남은 은하들을 만나러 부지런히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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