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남쪽 별그림 일기 - 별보기와 달리기의 상관관계 (47번째 마젤란 스케치)
  • 조회 수: 108, 2024-12-12 19:37:38(2024-12-12)
  • - 24년 10월 -

    별쟁이에겐 너무 힘든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다

    그러나 하늘에는 계속 끝없는 구름..

    매일 날씨만 보고 살았지만 9월 월령에는 하루도 기회를 얻지 못했고

    다시 보름을 지나 그믐이 되었다.

    SNS에도 별하늘지기에도 어디서나 혜성 얘기 뿐이다

    7월에 갔던 가정집은 동쪽 시야가 조금 애매해서,

    동쪽 수평선을 볼 수 있는 예비 관측지로 향했다

    (혜성 관측기는 지난 관측기 참조)



    오늘도 역시 주중 관측이다.

    회사에서 종일 업무 보고 해 지는 시간 맞춰서 관측지 도착.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새벽에 볼 혜성 타임랩스 연습을 하다보니

    어느새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바람도 이슬도 파도소리도 불청객도 없는 적막함

    검은 하늘을 가득 채운 채 소리 없이 움직이는 별빛

    피로와 환희가 범벅된 육신으로 아이피스를 추적하는 별쟁이.

    드디어 마젤란이 저녁 시간에도 시야에 들어온다

    퇴근하고 바로 온거라 컨디션 관리를 위해 보다 자다 반복하며

    천천히, 또 대상 하나를 완성했다

    NGC2098_Ori_241004.jpg


    타란튤라(독거미성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산개성단들의 모임이다.

    대충 쓱 보고 지나가면 전혀 느끼기 어렵지만

    천천히 망원경을 움직여보면 숨어있던 성단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이 멋진 영역을 세상의 몇 명이나 아이피스로 눈길을 주었을까.

    1994년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에 처음으로 서울 집에서 별자리를 찾기 시작했으니

    별을 보기 시작한지 이제 딱 30년이 되었다

    참 오래도 했네.

    이 힘든 일을 나는 왜 이렇게 사랑하게 되었을까?

    나는 평생 한 번도 어떤 운동에도 흥미를 가지지 못했었는데

    작년 말부터 시작한 러닝(달리기)이 내 인생을 여러모로 바꾸어 놓고 있다

    매주 참가하는 5KM 레이스도 뛸 때마다

    내가 왜 이 힘든 일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을까? 항상 후회하지만

    완주하고 호흡만 돌아오면 또 다음주 대회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보며

    별보기와 달리기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힘들다

    - 오래 해야 한다

    - 힘든 일을 오래 혼자 해야 한다

    - 노력한 만큼 정직하게 결과가 나온다

    - 별 보는 중이나 달리는 중이나 아무 생각 없이 그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 하는 중에는 이 힘든 걸 대체 왜 계속 하나 스스로에게 의문

    - 집에 와서는 다음 번 언제 나갈 날만 기다림

    - 기록을 남기는 재미

    - 어제의 나를 넘는 재미

    나이가 들며 체력이 떨어져서 온전히 밤을 새지 못한지 꽤 오래 되었는데

    러닝 하며 밤샘 체력을 다시 만들 수 있기를 ^^

    아직 봐주지 못한 아름다움이 너무나 많다

    Nightwid.com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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