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나미비아 원정 후기
  • 조회 수: 134, 2026-06-28 01:28:38(2026-06-28)
  • # 준비

    야간비행 원준 님께서 나미비아 원정을 준비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1년 반 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첨엔 내가 무슨 남반구까지 가서 별을 보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멤버가 어느 정도 모이고 한 자리 정도 남았단 얘길 들었을 때 웬지 이번에 못가면 영영 못갈지도 모르겠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될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전화를 드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원정은 1년 전에 결정이 되었지만 준비는 올해가 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4인치, 14.5인치, 6인치 쌍안, 이렇게 망원경 3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지, 대상은 어떻게 할지, 호핑은 누가 할지를 3월이 되어서야 정할 수 있었습니다. 관측대상도 일별 30개씩 180개에 플러스 알파 20개 정도 해서 200개면 적당할 것 같은데 대상을 선별하고 이미지를 찾고 공부하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밍기적대며 보내는 시간은 참 빨리도 흐르더군요. 5월이 되어서야 틈나는 대로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AI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본을 해서 가져갈 생각이었는데 장수도 많고 부피도 차지하는 제본은 부담이 되어 패드에 자료를 넣고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돌이켜생각해 보건데 준비를 좀 더 잘했더라면 현지에서 우왕좌왕 하는 일은 많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출발 당일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프리카에 간다는 것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다가 공항에서 가족들과 인사하고 선배님들과 만나니 그제서야 조금 실감이 나기 시작합니다. 해외여행을 가본 게 한 손에 꼽을 정도인데 아프리카라니..그래도 이번 여행으로 이제 두 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 Kiripotib Astrofarm

    17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호세아쿠타코 공항은 나미비아 수도 빈트후크에서 약 45km 떨어져 있고, 최종 목적지인 키리포티브 아스트로 팜은 공항에서 약 142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1.jpeg 호세아쿠타코 공항 도착!


    마중나온 픽업차량을 타고 시원하게 뚫린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달립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높은 지형이 거의 없는 평평한 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그제서야 아프리카에 온 게 조금 실감이 나더군요. 이윽고 아스팔트 길이 끝나고 비포장도로를 여태 온만큼 달립니다. 여기서부터는 일명 ‘아프리칸 마사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덜컹덜컹.

    3.jpeg 길게 뻗은 도로

    4.jpeg 비포장도로. 저 언덕 사이를 지나면 곧 목적지입니다.


    1시간 4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Kiripotib Astrofarm

    5.jpeg6.jpeg 농장 입구


    나중에 액티비티 하면서 들었는데 9,000헥타르의 대지를 보유한 농장입니다. 9,000헥타르면…90제곱킬로미터로 축구장 12,600개를 합친 정도라는군요. 어마어마한 넓이입니다.

    7.jpeg입구에 보이는 누군가를 추모하는 것으로 보이는 장식들. 장식마다 이름과 일자가 적혀있습니다. 직원이 설명해 주기로 이 곳에서 명을 달리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으로 여러분들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섭섭하지 않게 제작해 주겠다는 무서운 말을…. 실상은 글라이더 비행 시 기록을 달성한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한 장식입니다. 현지 기준으로 겨울엔 아스트로 팜으로 운영하고, 여름에 해당하는 11월~2월에는 글라이더 비행을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더군요.

    9.jpeg8.jpeg

    10.jpeg

    숙소 전경. 5호실 입구는 저 건물의 왼편에, 6, 7호실은 저 건물 뒷편에 있습니다.

    개별로 숙소를 배정받고 이동합니다. 3,4,5,7호실로 배정받았는데 숫자가 아닌 동물들이 방 호수를 이야기해주네요.

    숙소는 침대 2개, 화장실과 샤워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어컨은 있지만 난방기구는 없습니다. 처음 입장 시 에어컨 틀어놓은 줄 알았습니다. 다만 관측을 마치고 새벽에 돌아왔을 땐 의외로 따뜻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샤워실은 좁아서 씻을 때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벌레가 참 많더라구요. 오기 전에 말라리아 걱정은 안해도 된다 말해줬었는데…숙소에 입장하자마자 눈에 보이는 모기가 최소 열마리는 됩니다. 모기 외에 나방파리 비슷한 거, 노린재 비슷한 거…모기장이 있습니다만 여기 저기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요. 하루는 자고 일어나니 모기장 안에 모기가 세마리 정도 들어왔었습니다. 근데 신기한 건 지내는 동안 모기에 단 한번도 물리지 않았다는 거. 얘네들도 물갈이 하기 싫었는지 근처에만 올 뿐 물지를 않더군요.

    11.jpeg

    그래도 춥지 말라고 담요도 줍니다.


    매일 5시 반에 저녁식사가 있어 짐만 풀고 조금 쉰 다음 식당에 모여 앉았습니다.


    폴란드, 이탈리아,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온 관측자들과 함께 어울려 첫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희 빼고는 모두 사진촬영을 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자리마다 이름표와 동물장식이 놓여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하더군요. 전 성만 제대로 적혀있고 이름은 아프리카 식으로 새로 지어준 것 같았습니다. 콰쿄엥… 승희 님은 성을 갈아버리셨더군요. 이 이름표는 매 식사마다 자리에 배치하며, 전날 숙소에서 사용한 물품에 대한 영수증을 구별해 놓기 위해 쓰는 것 같았습니다.

    12.jpeg 내 이름은 콰쿄엥

    저희는 아침과 저녁을 포함하여 예약을 했는데 식사 때마다 음료는 뭐로 할 건지 물어봅니다. 전 공짜로 주는 줄 알았는데 모두 다음 날 청구서가 날아옵니다. 생수는 25NAD, 콜라는 40NAD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주스, 맥주, 와인도 있습니다.


    저녁식사는 스타터, 메인, 디저트로 구성되고 날이 좋으면 야외식당에서 짙은 노을을 배경으로 정말 멋진 풍경 아래에서 식사할 수 있습니다. 이튿날까지는 야외에서 먹었고 3일차부터는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 실내에서 먹었습니다. 메인은 뷔페식인데 가짓수가 3가지 정도입니다. 맛은 괜찮습니다. 첫 날 저녁엔 오릭스 고기가 나왔어요. 픽업타고 오는 길에 기사 양반이 저어기 보이는 동물이 오릭스라고 친절히 알려줬는데 오늘 이걸 먹을 거란 암시였던 건가.. 야들야들하니 맛은 좋습니다. 원정 기간 내 오릭스 고기 2번, 소고기 1번, 양고기 1번, 대구 1번 나왔습니다. 나머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다녀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러면 안되는데…

    아침식사는 8시부터 11시 반 정도까지 제공합니다. 리셉션 옆에 붙어있는 방에서 먹을 수 있고 호텔 조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나옵니다. 다만 농장이니만큼 대부분의 음식을 완제품을 사다 제공하는 게 아닌 원재료를 농장에서 직접 가공하는 듯 보였습니다. 소시지가 주렁주렁 걸려있는 것도 보았고, 승희 님은 우유에서 치즈를 분리하는 장면도 목격하셨습니다. 입에 맞는지와는 별도로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분명해보이더군요.

    점심식사는 별도로 신청하면 먹을 수 있습니다. 원준 님과 동근님은 몇 번 드셨고 저는 먹지 않았습니다. 비용은 좀 비쌌던 것으로 기억해요.

    점심과 저녁 사이에는 야외식당에서 간단한 빵과 커피를 제공합니다. 저희는 3시 반쯤 모여서 작전회의를 했는데 그 때 간식으로 요기를 하곤 했지요.

    13.jpeg14.jpeg 어느 날의 저녁 메뉴와 Homemade Cottage Cheese


    야외에서 보는 노을은 정말 장관입니다. "이곳이 아프리카구나!" 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꼭 자연 다큐멘터리 한가운데 들어와있는 것 같습니다.

    15.jpeg16.jpeg17.jpeg 저 구름 보고 어찌나 심란하던지...

    18.jpeg 수성 - 목성 - 달 - 금성


    # 관측 환경

    20.jpeg21.jpeg 관측지 전경

    22.png

    우상단 Astrovilla가 쉼터, 관측지 전경은 좌하단 구조물에서 촬영


    관측지는 숙소에서 200m 정도 걸어가면 있습니다. 관측지 구석에 쉴 수 있는 쉼터가 있습니다. 이 곳에는 전자레인지, 간단한 간식(빵류), 커피, 생수, 음료 등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청구서도 함께 준비되어 있어 내가 마신 음료를 체크하고 이름과 방호수를 적어놓으면 어김없이 다음날 아침 식탁에 영수증이 놓여있습니다.

    각 사이트마다 바람을 막기 위한 가림막과 콘센트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사이트에서 라면을 두 번 끓여먹었습니다. 그리고 숙소에서 제공해주는 와이파이가 관측지에서도 끊김없이 잘 연결됩니다. 중간중간 자료 찾아보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23.jpeg 보글보글 맛있는 라면


    망원경은 총 3대 대여했습니다. 24인치 / 14.5인치 돕소니언, 6인치 후지논 쌍안경. 출발 전 파인더 장착 여부 및 우리가 준비한 파인더를 달 수 있는지를 물어봤었고 파인더는 없는 대신 도브테일베이스가 있다고 답변을 받았는데… 베이스가 없습니다. 두 돕소니언 모두 텔라드만 달려있네요. 해외관측자들은 텔라드만 가지고 잘 찾아보는 건지.. 첫날밤은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지 않고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어둠이 찾아와 텔라드만 가지고 호핑을 했는데 어려웠습니다. 결국 다음날 오후에 관리자 입회 하에 텔라드 위에 준비해 온 파인더를 테이프와 케이블타이를 이용해 고정하였습니다. 나름 튼튼하게 고정이 됩니다. 관측을 하다보면 정렬이 흐트러 지는 경우가 생겼지만 텔라드로만 호핑하는 것보단 훨씬 낫더군요. 24인치에는 동근 님 evoguide를, 14.5인치에는 APM 60 파인더를 달았습니다. 참고로 14.5인치는 파인더를 달고 나니 무게중심이 안맞습니다…

    24.jpeg25.jpeg26.jpeg27.jpg_78A7302.JPG 관리자 왈, 콜리메이션은 24인치는 정확하게 되어 있으니 건드릴 게 없다고 하였고, 14.5인치는 자기도 확신할 수 없다고 하네요. 둘 모두 준비해 온 레콜로 다시 맞춰줬습니다. 24인치는 나름 괜찮았고 14.5인치는 완전히 틀어져 있었어요. 암막도 광로를 가리는 등 매우 부실하고 상대적으로 24인치에 비해 관리를 안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미러 상태는 둘 다 쏘쏘.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관측하는데 크게 지장없는 수준이었습니다.

    24인치는 대여 시 에토스 4.7, 8, 13, 21mm 포함, UHC, O-III, ND필터 2종류 포함입니다. 14.5인치는 필터는 포함이고 아이피스는 추가로 대여해야 합니다. 나글러 아이피스군인데 31mm만 빼서 24인치에 가져다 놓고 관측했습니다.

    6인치 쌍안은 성능은 발군이었습니다만..직각프리즘이 없어요. 조금만 고도를 올려도 자세가 매우 아크로바틱해집니다. 덕분에 저는 많이 찾지는 않았습니다.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14.5인치는 나머지 두 대와 동떨어져있지만 탈착식 바퀴가 달려있어 이동이 가능합니다. 6인치 사이트에 가져다놓고 함께 보았습니다.

    28.jpg29.jpg

    관측지는 해발 1,450m로 소개되어 있고, 가지고 있던 워치에는 1,385m 정도로 표시되더군요. 360도 둘러봐도 평평한 지평선 밖에 안보입니다. 오히려 사이트의 가림막이 관측에 방해가 될 정도였어요. 그래서 목성은 고도문제로 한 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낮게 뜨는 LMC는 가림막을 일부 걷고 나서야 겨우 볼 수 있었습니다.

    광해는 기대했던 대로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인공적인 광해가 없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시커먼 어둠입니다. 다만 일몰 후와 일출 전 황도광은 좀 거슬립니다. 전 여기서 황도광을 처음 봤습니다 ㅎㅎ


    # 기상

    원정 기간 동안 하늘은 대부분 좋았습니다. 비도 오지 않았구요. 출발 전 예보를 틈날 때마다 확인했는데 비 예보를 본 적도 있어 걱정을 좀 했었거든요. 다행이었습니다. 이틀 정도 구름이 들어와 일찍 접었던 걸 제외하면 관측에 지장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기온은 낮에는 20도를 웃돌고 밤엔 3도까지 떨어집니다. 이튿날까진 낮에 참 좋았는데..셋째 날부터 낮에 바람이 엄청 불고 추워지더군요. 이 때는 낮 기온도 15도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체력문제로 기간 내내 힘들었는데 기온까지 내려가니 더 힘들더군요. 바람은 낮 동안 신나게 불다가 밤에는 거짓말처럼 잠잠해졌습니다. 간혹 바람이 지나갈 땐 조금 추위를 느꼈지만 대부분 바람 없이 건조한 환경에서 이슬 구경 한번도 못하고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신기했던 건 번개였습니다. 셋째 날부터 동쪽~남서쪽까지 지평선 근처에 구름이 가득 끼어있었는데 번개가 여기저기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천둥 소리도 안들리는 먼 곳에서 치는 번개였지만 참 요란하다 싶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점점 번개가 가까워 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절정은 마지막날이었습니다. 번개칠 때마다 구름의 모양을 쉬이 확인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관측지까지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마지막 이틀은 초승달 때문에 시작이 좀 늦었는데 엄청 밝았어요. 그림자가 진하게 지는 것이 무슨 보름달이 떠있는 줄 알았습니다. 일정 후반 서쪽엔 초승달, 동남쪽엔 번개, 그리고 황도광까지 광해 3종세트를 보고 있자니 헛웃음 밖에는 안나왔습니다.

    30.jpg31.jpg32.jpg Photo by 동근


    # 관측

    첫 날 저녁을 먹고 부랴부랴 준비를 한 다음에 관측지로 걸어가면서 바라본 하늘은…정말 숨이 턱 막히는 장관이었습니다. 이렇게 화려하고 진한 은하수는 처음 보았습니다. 구름이 들어와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진한 은하수는 원정 기간 단연 최고의 대상이었습니다. 둘째 날인가 은하수가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뻗어 하늘을 정확히 반으로 가를 때 관측을 멈추고 의자에 앉아 하늘만 바라보는데 저 높이 하늘에 있는 누군가가 하늘을 찢어 살짝 벌려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호핑은 상대적으로 키카 큰 원준 님과 제가 주로 하고 일정 후반엔 동근님과 승희 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자연스레 호핑 담당자가 제일 먼저 대상을 보게 되는데, 내뱉는 감탄사에 따라 아래 있는(키가 큰 돕이라 대부분 관측은 사다리 위에서 했습니다.) 분들의 기대감이 들쭉날쭉 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아래는 인상깊게 본 몇가지 대상들입니다.


    NGC 3372 (에타카리나 성운)

    34.jpg https://ko.wikipedia.org/wiki/용골자리_성운#/media/파일:Carina_Nebula_by_Harel_Boren_(151851961,_modified).jpg

    가운데 선명하게 갈라진 Y 자 암흑대가 보이고 주변에 광활하게 뻗어있는 성운기가 보입니다. 암흑대 옆 주황색으로 빛나는 용골자리 에타가 있고 그 별 주변에 땅콩 모양으로 뻗어 있는 호문클루스 성운도 잘 보입니다. 관측 기간 내내 계속 찾았습니다.


    NGC 2070 (타란튤라 성운)

    35.jpg https://en.wikipedia.org/wiki/NGC_2070#/media/File:NGC_2070_ESO.jpg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성운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구멍 사이사이 얼룩덜룩한 성운기가 잘 보입니다. 필터에 대한 반응이 정말 좋습니다. 필터 장착 시 마법 부리듯 몇 배는 확장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NGC 5139 (오메가 센타우리)

    36.jpg https://ko.wikipedia.org/wiki/센타우루스자리_오메가#/media/파일:Omega_Centauri_by_ESO.jpg

    31mm, 89배에서 시야에 꽉차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합니다. 맨눈으로 쉽게 찾을 수 있구요. 흐린밤 후기에서 오메가의 눈이라고 표현되었던 가운데 살짝 비어보이는 두 부분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89배에서도 알알이 분해되는 별을 보고 있으면 거대한 산개성단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변시로 봐야 아 구상성단이구나 느낄 정도로 엄청났습니다.


    NGC 104 (47 Tucanae)

    37.jpg https://namu.wiki/jump/8bA274fXZ1v4gpB7yG8v2%2ByMVKe5PFFBGsZ4T6XkkGAlwFKJ4Es8nbmNkEPqu%2B%2B7

    오메가 센타우리와 함께 남반구 구상성단 양대산맥 중 하나. 여러갈래의 얽히고 설킨 필라멘트가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메가 센타우리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멋진 구상성단입니다.


    NGC 5128 (센타우루스 A)

    38.jpg39.jpg (상) https://en.wikipedia.org/wiki/Centaurus_A#/media/File:ESO_Centaurus_A_LABOCA.jpg / (하) https://ko.wikipedia.org/wiki/센타우루스자리_A#/media/파일:Centaurus_A.jpg

    정말 예뻤습니다. 위 두번째 사진과 거의 비슷하게 보인다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얘기할만큼 잘 보였습니다. 암흑대는 위아래 헤일로를 가르며 우측으로 갈수록 그 영역이 점점 확장됩니다. 이미지 상의 암흑대 중간 밝은 부분도 잘 보입니다. 이미지 상 좌하단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암흑대도 역시요. 무엇보다 3D 화면 보듯 은하가 둥둥 떠있는 것처럼 입체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게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NGC 4755 (Jewel Box)

    40.jpg41.JPG (상) https://en.wikipedia.org/wiki/Jewel_Box_(star_cluster)#/media/File:A_Snapshot_of_the_Jewel_Box_cluster_with_the_ESO_VLT.jpg / (하) https://www.cloudynights.com/topic/861840-a-drawing-thread-this-month-dedicated-to-open-clusters/

    우연히 흐린밤에서 스케치로 먼저 접한 대상인데 그 현실감이 정말 아이피스를 보는 듯했던 기억이 있어 꼭 찾고 싶었던 대상입니다. 가운데 세가지 색의 별이 너무나 예쁜 산개성단입니다.


    M104: 남반구에서 보면 늘 보던 그것과 다른 모습이라는 다른 분들의 후기에 잔뜩 기대를 하고 첫 날 바라보았는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실망스러웠습니다. 한국에서 볼 때와 차이점은 암흑대가 좀 더 두껍게 잘 보인다 정도? 그렇게 실망하고 둘째 날 다시 겨눠봤는데. 사진하고 똑같은 모습의 은하가 눈 앞에 나타나네요. 정말입니다. 모양만 90도 회전했을 뿐이지 사진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입니다. 가운데 밝은 핵과 그 주변에서 은은하게 뻗어 나가는 헤일로, 그 아래 얇게 지나가는 암흑대가 너무나 영롱합니다. 이래서 그렇게 꼭 보라고 했던 거구나 느꼈습니다.


    M20: 메시에 런 당시 942에서 두 갈래의 암흑대를 어렵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네요. 힘들이지 않고 사진과 같은 세 갈래의 암흑대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풍부한 성운기와 암흑대가 만나 한 송이의 꽃을 연상시키는 모습.


    M16: 인제에서 어렵게 어렵게 창조의 기둥을 봤었습니다. 그것도 봤나 싶을 정도로 강한 확신은 없었습니다. 나미비아에서도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와는 달리 노 필터 상태에서도 별 주변의 성운기가 잘 보입니다. 필터를 장착하고 사진에 나오는 위치를 노려보니 어두운 부분이 드러납니다. Z 모양으로 잘 보입니다. 필터를 빼고 비교해봤는데도 잘 보입니다. 그냥 잘 보입니다. 감동입니다. 필터 없이 창조의 기둥을 본 사나이가 되었습니다.


    B 72 (The Snake Nebula)

    42.jpg https://en.wikipedia.org/wiki/Snake_Nebula#/media/File:Snake_Nebula.jpg

    처음 본 암흑성운입니다. 그닥 어렵지 않게 뱀모양의 성운과 주변의 구멍뚫린 듯 깜깜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꼬불꼬불 따라가면서 보고 그 주변도 스위핑하면서 보면서 계속 감탄을 했었습니다.


    B 86 (Inkspot Nebula)

    43.jpg https://noirlab.edu/public/images/noaoann09007a/

    별도 많고 꺼먼 부분도 많아 다른 분들이 감탄하고 있을 때 엉뚱한 부분을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흠 별론데 왜 저렇게들 감탄하시나 이러고 있었는데 사진을 보고 제대로 된 대상을 찾고나니 저도 호들갑을 떨 수 밖에 없었네요. 사진을 아이피스에 가져다 박은 듯 합니다. 나비 모양의 시꺼먼 구멍이 아주 잘 보입니다.


    마지막 날은 전반에 쇼피스들 다시 보는 시간을 가지고 후반엔 승희 님과 함께 남반구 콜드웰 런을 진행했습니다. 일찍 보아야 했던 NGC 1851은 아쉽게 놓쳤지만 나머지는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남쪽이 뚫린데서 남은 하나를 도전해봐야겠어요.


    제일 마지막으로 본 대상은 NGC 6888 초승달 성운이었습니다. 초승달 모양의 성운기와 가운데 별까지 이어지는 브릿지를 확인하고 모든 관측을 마쳤습니다. 준비해온 대상은 많았는데 최종적으로 확인해보니 110여 개의 대상을 보고 왔습니다. 생각보다 저조한 기록에 지금도 아쉬움이 좀 남습니다.


    # 눈동냥

    돕소니언의 눈동냥 봉사는 아프리카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저희 빼고 모두들 촬영을 하시는 지라 인사도 할겸 겸사겸사 오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와서 직접 대상을 콕 찍어서 보여달란 분들도 계셨고, 그냥 지금 보고 있는 거 보여달란 분들도 계셨습니다. 대상을 특정한 무리는 솜브레로를 원했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저희가 보았던 사진과 비슷했던 모습은 못보여드렸고 첫날 봤던 모습과 유사한 모습을 보고 돌아갔습니다. 숙소에서 일하는 독일에서 온 탈리타 씨는 마지막 날 사이트에 동행해 관측 초반을 함께 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폴란드 부자였습니다. 아빠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아들 이름은 세바스티안이었어요. 저희와 비슷한 일정으로 방문했던 가족이었어요. 아들이 11살이었는데 꾸준하게 밤을 새워가면 관측하더군요. 아빠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 같았구요. 저희 사이트로 두 번 놀러왔는데 올 때마다 호들갑떨지 않고 나지막히 내뱉던 아이의 감탄은 진정 관측을 즐기는 듯 했습니다. 승희 님은 나중에 아이와 친해져 저희를 볼 때마다 배시시 웃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나이대엔 맛있는 간식에 장사가 없나 봅니다. 마지막 날도 모든 관측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철수하던 세바스티안네 가족과 만났는데 마지막 황도광을 잠시 감상하다 화구에 가까운 별똥별을 함께 보았습니다. 꽤 근사한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Activity

    키리포티브 아스트로 팜에서는 여러 액티비티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마지막 날에 선다우너 게임드라이브를 다같이 체험했습니다. 오픈카 타고 하는 사파리투어라고 보시면 됩니다. 광활한 농장을 가로지르며 스프링복, 쿠두, 얼룩말, 기린 등을 관람했습니다. 관리하는 농장에서 뛰노는 애들이라 천적 걱정없이 먹고 자고 싸는 이곳이 진정한 천국이겠구나, 참으로 부럽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 때쯤 차를 세우고 준비해 온 간식과 음료를 꺼내줍니다. 간식은 감자칩과 견과류. 이 때 마시는 음료는 액티비티 이용료에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생수 하나만 마셨는데 더 챙길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노을을 바라보며 포토타임을 가지고 복귀했습니다. 나중에 가실 분들에겐 추천할만 합니다. 다만 날이 춥고 오픈카라 바람을 몸으로 때려 맞으니 따뜻하게 입고 나가세요.

    44.jpeg45.jpeg46.jpeg47.jpeg48.jpeg49.jpeg


    # Tip

    웬만한 팁들은 원준 님께서 이미 설명해 주셨으니 그 게시물을 보시면 됩니다. 추가로 몇 개 더 이야기 하자면,


    1. 비자를 미리 안받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호세아쿠타코 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밟을 때 줄이 엄청 깁니다. 모두 한손엔 여권과 미리 발급받은 비자를 들고 있는데요. 도착해서 비자를 받는 Visa on arrival은 창구가 두 개정도 밖에 없지만 줄이 엄청 짧습니다. 저희가 수속을 완료하기 전에 Visa on arrival 은 텅텅 비어있더군요. 비용도 대행사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조금 쌀테니 시간과 비용에서 모두 이득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첫 방문자의 관찰에 따른 결론이니 너무 신뢰하진 마시고 그럴 수 있다 정도로만 봐주세요.


    2. 제가 숙소에서 퇴실 시 정산한 비용은 액티비티 포함 205유로였습니다. 승희 님도 비슷했고, 점심식사를 몇 번 챙겨드신 원준 님과 동근 님은 좀 더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카드결제도 가능합니다. 예상 비용 계산 시 참고하세요.


    3. 숙소에 기념품 가게가 있습니다. 퇴실 전 구경을 하며 이름표가 달려있던 동물장식 몇 개를 구입했습니다. 참고로 식사 때마다 저희 앞에 놓여있던 이름표와 장식은 주인장께서 저희에게 선물로 줘서 집에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4. 데이터유심은 필히 공항에서 구입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국내에서 Saily라는 앱으로 6만원 주고 eSim을 구매했으나 한 번도 써보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키리포티브에선 와이파이가 빵빵해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만 차로 이동할 때 필요하다면 공항에서 구입하세요. 그리고 카카오톡이 수신은 되는데 확인이 안됩니다. 이건 vpn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이 곳에서는 와츠앱을 많이 이용하는 것 같더군요. 저희도 와츠앱을 다운받아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첫 날 저녁식사 때 옆에 앉아있던 이탈리아 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도중에 물어보더군요. 안시하다보면 사진찍고 싶어지지 않냐고. 승희 님과 저는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역으로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촬영하다보면 저 아름다운 대상을 직접 보고 싶지 않냐. 물론 영어가 짧은지라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ㅋ 한국에서 이 곳처럼 대상을 볼 수 있다면 분명 안시하는 분들이 지금보다는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렇지 못하니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다만 전 아직 눈에 담고 싶은 마음이 크네요. 한번 다녀오고 나니 2~3년 후에 준비 더 잘해서 한 번 더 오고 싶다는 마음이 강합니다. 그 전까지는 이 곳에서 밝은 어둠과 씨름을 더 해야겠지요.


    걱정이 가득했던 나미비아 원정이 끝났습니다. 아직도 숙소, 사이트 걸어가던 길, 망원경, 사다리끄는 소리, 밤마다 요상하게 울어대던 새,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웅장한 은하수가 머리속에 콕 박혀서 떠나질 않고 있습니다.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늦기 전에 결심을 한 나를 칭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들도 한 번 다녀오시는 것을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

댓글 0

위지윅 사용
번호 제목 이름 조회  등록일 
정화경 134 2026-06-28
1562 김승희 522 2026-05-26
1561 서경원 564 2026-04-20
1560 조강욱 510 2026-04-04
1559 류혁 958 2025-12-23
1558 김남희 1060 2025-11-16
1557 조강욱 2399 2025-09-14
1556 조강욱 3655 2025-07-30
1555 김승희 3199 2025-07-29
1554 정화경 2688 2025-06-0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