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밤 용인 축구 센터에서 가벼운 관측 시간을 가졌습니다.

달이 휘영청 밝게 떠있었지만 아주 맑고 깨끗한 하늘이었습니다. 용축 대장님이신 김철규님 말씀에 의하면 남쪽으로 낮게 보이는 산의 윤곽이 뚜렷이 보이는 날이 거의 없는데 이날은 잘 보인다고 하십니다.

달이 있는 동안은 밝고 큰 대상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맥주도 한캔) 시간을 보냈는데 막상 달이 질때쯤 되니 구름이 잔뜩 몰려왔습니다. 구름이 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관측의자에 기대 앉아 구름들과 그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근처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시는 소리가 자장가가 되었나봅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의자에서 떨어질뻔해 깜짝 놀라 보니 잠이 든 거였더군요. 모여 계신 곳으로 갔더니 김남희님께서 "잤어요?" 하고 웃으시네요 ㅎㅎ

이후로는 잠이 깨지 않아 비몽사몽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구름 사이로 드러난 하늘에 망원경을 겨누고 열심히들 보고 계시고 저는 제 망경은 버려두고 기웃기웃거리며 구경만 신나게 하다 돌아왔습니다. 잘 안보이는 것들을 척척 찾아서 잘 보시는데, 저는 옆에서 가르쳐주셔야 눈에 좀 보이더군요. ㅎㅎ 눈곱 때문인지 잠 때문인지 열심히 쪼아 보려는 의욕이 좀 약했습니다.  ^^;

그러나 뭔가 허무할 듯도 한 관측 시간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나름 괜찮았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밖에서 별보며 잠깐 자는 것도 나쁘지 않군요.

준비해간 관측 대상은 딱 한개 보고 왔습니다.

[ NGC6709 (사진 출처: Wikipedia;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8/8d/NGC_6709_large.png) ]

독수리자리에 있는 산개성단 NGC6709입니다. 정말 예쁜 성단이어서 한참을 이것만 보았습니다.
바라보고 있으니 한마리 기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긴 다리를 쭉 뻗고 도도하게 고개를 든 모습이 상상됩니다. (초보씨님은 보시자마자 '쌍두사네요 쌍두사' 하십니다. ㅎㅎ 사실 쌍두사가 더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그러나 상상은 각자의 자유라고.. 쿨럭~) 중앙을 흐르는 별들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Y자 모양이어서 NSOG에는 Wishbone 모양이라고 서술이 되어 있습니다. 아래 그린 그림의 기린 발에 해당하는 두쌍의 별들이 밝고 인상적으로 보이는데 특히 앞발에 있는 주황색 별이 눈에 띄게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 내가 그린 기린 그림 ]

[ 기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