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토요일 저녁, 도구를 가지고 밤하늘을 쳐다본지 만 16년 만에,
연필 한자루를 들고 처음으로 천체 스케치를 했습니다
애기 재우고.. 베란다에 나갔더니 구름이 왔다갔다 하는 하늘에 월령 11일짜리 달이
가장 보기 좋은 위치 보기 좋은 각도에 떠 있어서..
예별이 스케치북을 몰래 빌려서 ㅡ_ㅡ;; 한 번 그려 보기로 합니다
멀 그릴까.. 이미 만월에 가까워지는 상황이라
멋진 구조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 상태.
어떤게 가장 그려보기 쉬울까. 일출은 약간 지났지만 가센디가 가장 잼있을 거 같다
달용이로 최고 배율(129배)로 올려도, 아이피스 안의 가센디는 1cm도 되지 않는다
이걸 똑같은 크기로 그려야 하나? 아닐거야..
그릴 수 있을만한 최대 크기로 구도를 잡는다
40여분 뒤....
다 그렸다!!!!! 내 첫 스케치.........................
그림의 quality와 상관 없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동적이다
그만 할까... 하다가 하나만 더 해 보기로 한다
달에서 가장 역동적인 구조는 일출 직후, 일몰 직전의 대상들이다
Halold hill도 그런 언급을 했었고..
깊은 그림자와 명암 대비로, 평상시에 볼 수 없는 구조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면하려고 해도, 그만 좀 걸리적거리라고 해도
슈뢰터 계곡만 계속 눈에 들어온다
용암으로 채워진 가센디는 크레이터가 깊지 않아 그리기라도 쉽지.. ㅡ_ㅡ;;;
크레이터의 깊은 음영과 실처럼 이어진 계곡을 어떻게 묘사하나..
자고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전직 미술학원 원장이셨던 처가의 막내고모님의 조언이 번쩍 하고 머리를 스친다
"아무리 어려운 대상이라도 분할하고 또 분할하면 그릴 수 있는 거야" (2009.6.28 말씀)
눈에 보이는 대로 Herodotus, Aristarchus, Schroter 계곡 부분으로 나누고..
끊임없이 4B 연필을 움직인다
그림 하나를 완성하려면 몇 번의 붓질 아니 연필질을 해야 하는걸까.
계속 보다보니, 생각도 안 하던 구조들이 계속 떠오른다
Abell 1367 볼 때 숨어있던 은하들이 하나씩 떠오르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밝으니까....
그걸 다 그리다간 해 뜰 때까지 다 못 그릴 거 같아서, 또 skill의 한계로 일정부분 포기하기로 한다..
아이피스를 한참 보면서 비례와 명암을 생각하고,
스케치북에 선 하나를 긋는다
이 과정을 무한 반복하려니 시간이 무한정으로 걸린다
슈뢰터 스케치 1시간 25분째, 아직도 눈에 보이는 것을 100% 표현하지 못했다
그런데, 힘도 들고 그림 실력이 안 되어 더이상은 못 하겠다
이제 그만!
밤샘 관측을 한 것처럼 피곤하고 뿌듯하다
선입견이 생길까봐 스케치 중에 사진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
스케치를 마치고 사진들을 검색해 보니, 내가 본 모습과 틀린 부분이 여럿 발견된다
우선 가센디.
얘는 얕은 크레이터 위를 지나가는 금 간것 같은 표면 구조로 유명한 앤데..
내 스케치에는 그 금간 길이 흔적만 표시되어 있다.
15만원짜리 망경으로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어찌 하리오.. ㅎㅎ
슈뢰터 계곡은, 스케치를 하면서도 먼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사진을 보니 알겠다. 분명 이 계곡은 두줄기로 갈라지는 앤데, 내 그림에는 한줄기만 흘러가고 있다
나머지 한 줄기가 있을 곳에는 낮은 산의 모습이..
이 산 아래에는 계곡이 흐르고 있겠지.. 일출 중이라 계곡 바닥까지 아직 태양이 비치지 못했나보다
아래는 내 첫 스케치인 가센디와 슈뢰터 계곡의 스캔본이다
이걸 공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올려 놔야 내게 더 자극이 될 것 같아 부끄럽지만 올려 보기로 한다.. ㅡ_ㅡ;;;;
그리고 참고 자료로, 비슷한 태양 각도로 보이는 NADA 그림을 링크하였습니다..
거노리 형님과 남기현 님께 사전 허락은 받지 못했는데, 링크 정도는 괜찮겠죠? ^-^;;
많은 지도편달 바랍니다.
Gassendi
거노리 형님 사진
http://www.astronet.co.kr/cgi-bin/zboard.php?id=gallery_solar&page=1&sn1=&divpage=1&sn=off&ss=on&sc=on&keyword=gassendi&&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81
Vallis Schroter
남기현님 사진
http://www.astronet.co.kr/cgi-bin/zboard.php?id=gallery_solar&page=1&sn1=&divpage=1&sn=off&ss=on&sc=on&keyword=슈뢰터&&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041Nightwid 我心如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