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새로운 댓글

조강욱

미국에서 개기일식을 보고나서 쯤이었나..

한 달 넘게 별하늘지기에도, 야간비행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관측기록도 한 줄 남기지 않았다

일식 잘 보고 와서 왜 별나라에 발길을 하지 않았을까?

그 마음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다시 글을 쓰고 싶어질 때까지, 내 마음이 원할 때까지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래도 별을 보고 싶은 마음은 다행히도(?) 변함이 없어서

지난 월령에는 무려 3번이나 관측을 다녀왔다

 

 

54일 토요일, 완벽한 예보다

밤만 되면 비가 오는 뉴질랜드의 겨울이 오기 전에,

LMC의 고도가 너무 낮아지기 전에 빨리 진도를 빼놔야겠다

관측지에 도착하니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름다운 검은 하늘.

 

LMC 작업중.jpg

마젤란 스케치 47번째는 어느 영역을 그려볼까 한참 찾아보고 있는데

시야가 갑자기 흐릿해진다

 

하늘을 보니 그 많던 별들이 모두 구름 속으로.. ㅠㅠ

뭐 잠시 지나가는 구름이겠지.

시간별 예보를 다시 확인해보니 밤새 맑음 예보가 어느새 밤새 흐림으로 모두 바뀌어 있었다;;

허무하게 집에 돌아갈 수는 없으니

예보가 이렇게 순식간에 뒤집힐 수는 없다고 스스로 세뇌를 하며 그냥 마냥 기다려보았다

 

두어 시간쯤 기다리니 별들이 살짝 나타났다.

남쪽삼각형자리(안드로메다 옆의 삼각형자리 말고 남반구의 삼각형자리)가 제일 밝길래

뭐라도 찾아보자고 NSOG에 별점 높은 아이로 아무 대상이나 급히 찾아보았다

 

NGC5844 240505.jpg

 

성도 화면을 스크린샷으로 배경에 깔아놓고 위치 고민 없이 별들을 그리고

대상만 집중해서 관측하니 천체스케치 효율이 엄청 높아졌다

화면은 확대하면 되니 노안의 영향도 줄일수 있고.. ㅠㅠ

 

얼마만의 행성상성운인지. 행성상성운 자체는 크게 형태를 볼만한 것이 없지만 (O3도 무반응)

동쪽 방향으로 삼각형을 이루는 두 별이 모두 같은 모양의 이중성인 것이 인상적이다

NGC5844 240505 description.jpg

  

  

첫 스케치를 마무리할 즈음이 되니 이번엔 전갈자리 밑에 남쪽왕관자리가 밝아졌다

한국에서도 보이는 별자리이지만 아마도 한 번도 망원경을 들이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시 구름이 덮기 전에.. 남쪽왕관에서 가장 별점이 높은 NGC6723으로.

 

아이피스를 보자마자.. ~ 이건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NGC6723 240504.jpg

 

뿌옇지만 그래도 꽤 밝게 보이는 정도를 예상했는데

7등급 구상성단은 성운기도 거의 없이 성운 중심부까지

은은한 작은 별들을 속속들이 분해해 볼 수 있었다

구름이 덮었다가 열렸다가.. 한참 숨바꼭질을 하며 겨우 스케치 한 장을 완성하고

다시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새벽 3시까지 기다리다가 허무하게 철수.

 

 

한 달에 한 번 관측을 나가는 것은 와이프님과의 오랜 약속인데..

이번 달은 너무 아쉽다.

와이프님께 억울함과 당위성을 호소하며 불쌍&충성 모드로

이번 달은 한 번 더 출동하는 것으로 결재를 받았다 ㅎㅎ

 

 

510일 금요일,

주말보다 금요일 밤이 더 좋아보여서 회사에 오후 반차를 내고

집에서 오후 내내 미리 자두고 관측지로 향했다

 

마젤란 고도가 너무 낮아지기 전에 초저녁에 진도를 빼야 하는데

망경을 다 셋업하고 나니 오늘도 예보와는 다르게 구름이 흘러온다..

설마... 2연속 꽝??

구름은 3시간쯤 하늘 전체를 흐르다 다시 완전히 걷혔지만

마젤란도 같이 산 밑으로.. ㅎㅎ

 

오늘은 그냥 마젤란 생각 그만하고 아무거나 찾아봐야겠다

혜성이 온다고 했는데.. 크게 될 놈이라고 들었는데..

워낙에 혜성 뻥에 많이 속아서 전혀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속는셈 치고. 로또를 미리 사두는 심정? 혹시 모를 테마주를 매수하는 심정?

혜성 이름만 가지고 검색을 해보니 처녀자리를 지나고 있었다.

아직 지구로 오려면 먼 아이인 듯.

C2023 A3 240511.jpg

 

그리고 10분쯤 보고 그리는 중에도 위치가 조금씩 이동한다. 10등급의 작고 귀여운 혜성이다

인생 첫 혜성을 96년 햐쿠타케와 97년 헤일밥으로 시작했더니

어지간한 혜성은 성에 찰 리가 없다

아휴 또 한 번 속아주자.

 

 

지난번 관측에서 생전 처음으로 찾아본 남쪽왕관자리를 좀 더 뒤져봐야겠다.

 

6등급짜리 구상성단 NGC 6541

구상성단 옆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별무리도, 구상성단 내부의 동서방향 스타체인도 깔끔하다

NGC6541 240511.jpg

 

다음은 발광성운과 반사성운의 조합.

마젤란과 에타카리나 외의 성운도 참 오랜만이다 (마젤란과 에타카리나에 들이고 있는 시간과 정성이 헛된 일이 아니기를.)

NGC 6726 region 240511.jpg

 

이 성운 무리에서 아이피스 한 시야만 이동하면 지난주에 감탄했던 구상성단 6723이 나온다

근처 온 김에 들러볼까 하고 찾았다가 다시 한 번 깜짝!

NGC6723 240511.jpg

 

지난주 본거랑 너무 다른데? 그때 억지로 본 것도 구름 속에서 제대로 본 게 아니었구만

다시 안봐줬으면 NGC 6723이 서운할 뻔..

NGC6723 AGIF.gif


 

갑자기 나타난 구름으로 저녁에 3시간 날린 이후로는 계속 맑았는데

SQM으로 측정한 하늘의 어둡기는 평소와 다르게 21.3을 넘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뭔가 뿌연게.. 구름도 아닌게 하늘을 밝히고 있다

 

그게 뭔지 알아내지는 못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그 뿌연 것이 무엇인지는 다음날 알게 되었는데.. 그건 다음 관측기에서.. ㅎㅎ




Nightwid.com 無雲

 

돌아가기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