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마젤란 은하, 출처 : Wikipedia)
바다는 넓고 깊다.
우주는 더욱 넓고 깊다.
그 우주의 바닷가 해변에는 셀 수 없는 모래알 같은 별들이 빛난다.
그리고 그 별들의 해변 바로 앞에 빛의 섬, 대마젤란 은하가 있다.
01. NGC2070 (Tarantula Nebula)

그 빛의 섬에는 또 하나의 바다가 존재한다.
셀 수 없는 별들과 성운과 성단으로 이루어진 보석의 바다.
그 바다에 깊이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지도 지구의 시간으로 2년이 넘었다.
아무리 남반구의 별빛이 쏟아져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마젤란으로 망원경을 향한다.
02. NGC2164 영역 7개의 성단

Large Magellanic Cloud.
이름이 너무 길어서
남반구의 별쟁이들은 그냥 줄여서
LMC라고 부른다
03. NGC2065 영역 9개의 성단

우리 은하의 이웃이라고 하는 안드로메다 은하가 2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데
LMC는 불과 16만 광년 위치에 있다. 물론 16만 광년도 엄청난 거리이지만
처녀자리의 무수한 은하들이 보통 6천만광년 이상 떨어진 것을 생각하면
우리은하의 옆집 정도도 아니고 작은방에 하숙하는 정도의 거리가 아닐까.
04. NGC2074 영역 (타란튤라 남쪽)

가까이 위치한 죄로 LMC는 지구의 별쟁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준다.
좀 적당히 보이면 더 좋을텐데.
별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눈에 뻔히 보이는 수많은 가스들과 별들의 모임과 미성들을 외면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05. NGC1858 영역

북반구에 살며 가끔씩 호주 원정을 떠나던 시절에는
그저 아이피스 안에 스쳐 지나가는 무언지 모를 것들을 별 생각 없이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남반구에 살게 된 이상 주마간산으로 LMC를 보는 것은
이젠 천벌을 받을 일이다.
06. NGC2032 영역 Dragon's Head

Tarantula를 시작으로, 망원경 한 시야에 보이는 만큼을 한장씩 그림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안드로메다 은하를 모자이크로 찍는 천체사진가처럼
한 달에 한 번, 장비를 챙겨서 관측을 떠나고
LMC를 떠돌며 검은 종이에 흰색 로트링 펜으로 작은 점을 찍는다
07. NGC1935 영역

메시에 110개 대상 스케치를 마무리할 무렵,
마지막까지 남겨진 대상은 M24였다.
별이 너무 많이 보여서 이걸 다 표현하는게 엄두가 나지 않아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저 미뤄 두었던 것이다.
M24 Star Cloud

결국 이틀밤에 걸쳐 5시간 동안 점을 찍어서 마지막 스케치를 완성했는데..
LMC에는 M24 같은 영역이 수십개가 있다.
M24를 한 번 그리는 것도 힘들었는데, 벌써 LMC 안의 모래밭을 17개째 그림으로 남겼다
앞으로도 M24들을 15개 정도는 더 만나야 LMC 스케치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08. NGC1968 영역

LMC를 관측하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관측 정보의 절대 부족이다.
ESO나 CTIO와 같은 남반구 천문대의 연구결과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천체관측과는 큰 상관이 없는 얘기이다
09. NGC1763 영역

별쟁이의 관측 기록은 천체사진은 그래도 간간히 찾아볼 수 있지만
안시관측 기록은 더더욱 찾기 어렵다.
남반구 별쟁이들도 이 엄청난 대상을 제대로 보기는
엄두가 안났을지도 모른다
10. NGC1983 영역
LMC의 각 영역들을 그리면서
수많은 성운과 성단들과 만난다.
그 중에 밝은 것들은 NSOG에서도, 그리고 잘 찍은 천체사진에서도
이게 무엇인지 NGC 몇번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11. NGC1910 영역 S Nebula

조금 흐릿하거나 크기가 작은 대상의 경우,
어디서도 정보를 찾을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관측 준비의 끝판왕인 NSOG에서조차
내가 보기엔 16인치로 볼 수 있는 LMC 내부 딥스카이 대상들 중 70% 정도만 언급이 되어 있다.
12. NGC1876 영역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는데..
눈에 뻔히 보이는 대상을, 그림까지 선명하게 그려 놓은 대상을
무엇인지 몰라서 '신원미상'으로 남겨놓는 것은
북반구에선 느껴보지 못한 답답함이다.
13. NGC1918 영역

공개된 자료로는 갈증을 풀 길이 없어서
책이라도 사보겠다고 검색을 해 보았으나
영어로 쓰여진 책 한 권 구할 수 없었다
전 하늘을 통틀어서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대상인데 이렇게 정보를 찾기가 어려울 수 있을까?
14. NGC1939 영역

식당 간판 중에 '맛집 찾아 헤메다 내가 차린 집'이 생각난다
언젠가 LMC 여행을 마친 이후엔 내가 그 자료를 만들어 봐야겠다
백년이 지나도 전세계 별쟁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레퍼런스를 만들어야겠다
15. NGC1972 영역

5월, 남반구의 겨울이 다가온다.
밤은 점점 길어지고, 그래봤자 영상이지만 기온도 내려간다.
LMC는 주극성이라 계속 하늘에는 있지만 고도가 너무 낮아서
효율적인 관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16. NGC2100 영역

간만에 마젤란의 바다를 탈출해서
에타 카리나도,
남반구의 보석들도 어루만져 주어야겠다
몇달 있으면 마젤란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17. NGC2122 영역

세상의 그 누구보다
마젤란을 자세히 쳐다본 사람이 되어야겠다
우주에 흔적을 남겨보자
꼭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