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축 마운트 돕소니언 제작기 ①


3축 마운트 돕소니언 제작기


Dobsonian's Hole

 

돕소니언을 운용하다 보면 유난히 관측하기 어려운 구간이 있습니다. 바로 천정 부근입니다. 하늘에서 천정 부근은 대기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좋은 관측 영역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돕소니언에게는 가장 다루기 어려운 곳이기도 합니다. 천정 가까이에서 대상을 찾으려면 망원경을 끌어 안다시피 해서 통째로 방위각 방향으로 돌려야 합니다. 천정에 가까워질수록 작은 시야 이동에도 큰 방위각 회전이 필요하고, 파인딩이나 고배율 추적도 어려워집니다. 흔히 이를 Dob's Hole 또는 Dobsonian's Hole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상당히 독특한 방법으로 해결한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아마추어 천문가 멜 바텔스(Mel Bartels)입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Sky & Telescope에 소개 되었고, 저도 그 기사를 처음 보았을 때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언젠가는 저 아이디어를 이행해 보겠다고 마음 속에 담아두었다가 이제야 실행에 옮겨 보았습니다.

 

A 25-inch Breakthrough

 

앞서 말씀드린대로, Sky & Telescope 20192월호Astronomer's Workbench에는 바텔스가 만든 독창적인 망원경이 나옵니다. 기사 제목은 A 25-inch Breakthrough. 25인치 F/2.6 돕소니언입니다. 25인치, 즉 구경 635mm의 대구경이면서 F/2.6이니 초점거리는 약 1,650mm밖에 되지 않습니다. 25인치 돕소니언인데도 천정을 볼 때 접안부가 사람 눈높이보다 낮습니다. 그런데 이 망원경의 혁신은 단순히 F/2.6이라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사에서는 이 망원경에 적용된 세 가지 breakthrough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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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T 2019/02월호>

 


첫 번째 혁신, 25인치 F/2.6

 

바텔스는 오래전부터 크고 얇은 미러와 극단적으로 빠른 F수의 망원경을 만들어 왔습니다. 13인치 F/3을 시작으로 10인치 F/2.76인치 F/2.8을 직접 만들었고, 그 다음 단계가 25인치 F/2.6이었습니다. 바텔스는 이런 망원경을 richest-field telescope라고 부릅니다. 대구경의 집광력과 짧은 초점거리에서 얻을 수 있는 넓은 실시야를 동시에 얻으려는 것입니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 중 하나가 에탕뒤(étendue)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망원경의 집광 면적과 한 번에 볼 수 있는 하늘의 범위를 함께 고려한 값입니다. 따라서 구경이 크면서도 넓은 실시야를 확보할수록 에탕뒤가 커집니다. 바텔스가 대구경이면서도 극단적으로 빠른 F수의 망원경을 추구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개념입니다. (에탕뒤는 바텔스의 홈페이지에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그래서 바텔스가 특히 관심을 갖는 대상 중 하나가 은하 시러스(Galactic Cirrus)입니다. 우리은하에 속한 매우 희미한 성간 먼지 구름으로, 하늘에 새털구름처럼 가늘고 복잡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표면밝기가 매우 낮고 넓은 영역에 퍼져 있기 때문에, 대구경이면서 넓은 실시야를 얻을 수 있는 바텔스의 ‘richest-field telescope’가 특히 위력을 발휘하는 대상입니다.

 

실제로 바텔스는 이 25인치로 M51 주변의 희미한 은하 시러스(galactic cirrus)를 추적했고, M57에서는 직접 관측으로 색까지 확인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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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T 2019/02월호>



더 놀라운 것은 이 25인치 F/2.6 미러를 직접 연마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손으로 연마했지만 대구경 초박형 미러를 제대로 연마하기 위해 아예 연마기를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42인치 미러까지 작업할 수 있는 연마기를 1년에 걸쳐 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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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T 2019/02월호>



25인치 미러는 연마 패드를 이용해 74시간 동안 표면을 광택내고, 다시 피치 연마판(pitch lap)으로 69시간을 더 연마하여 구면을 만든 뒤, 포물면 수정에만 다시 181시간을 들였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론키 테스트(Ronchi test)와 실제 별을 이용한 스타 테스트(star test)를 반복했고, 최종적으로 코마 코렉터를 사용하면 시야 가장자리까지 별상이 점으로 맺히는 미러를 완성했습니다.

 

여기서 바텔스가 남긴 말이 재미있습니다. 계속 손대면 조금 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애써 만든 면을 다시 망가뜨릴 수도 있습니다. 바텔스는 이 때를 재미있게 표현합니다.

 

어느 순간에는 관측자제작자에게서 미러를 빼앗아 코팅하러 보내야 한다

 

더 잘 만들어보겠다는 욕심을 멈추고 이제는 망원경으로 별을 볼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겠지요. 자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꽤 공감할 만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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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inch 미러, 출처: https://www.bbastrodesigns.com/>




두 번째 혁신, 고도축을 하나 더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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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inch Dob, 출처: https://www.bbastrodesigns.com/>


 

이제 이 제작기의 본론입니다. 25인치 F/2.6이면 천정을 보더라도 접안부가 눈높이보다 낮습니다. 바텔스는 여기서 남는 높이를 활용해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던 Dob's Hole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합니다. 해결책은 놀랄 만큼 단순했습니다. 고도축을 하나 더 만드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돕소니언은 Alt + Az 이렇게 두 축으로 움직입니다. 여기에 기존 고도축(Alt)90° 방향으로 움직이는 또 하나의 고도축(Alt)을 추가합니다. 따라서 Alt+ Az + Alt의 세 방향으로 움직이는 망원경이 됩니다. 바텔스는 기존 경량화된 로커박스(flex rocker) 위에 두 번째 로커박스(flex rocker)90° 방향으로 올리고 그 위에 망원경 경통세트를 얹었습니다. 그렇게 Alt-Az-Alt 마운트가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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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bbastrodesigns.com/>



천정에서는 어떻게 움직일까?

 

이 구조의 재미있는 점은 세 축을 각각 의식해서 조작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낮은 고도에서는 일반 돕소니언과 똑같습니다. 위아래로 움직이면 첫 번째 고도축(Alt), 좌우로 움직이면 Az입니다. 그런데 고도가 약 60°를 넘어서면서부터 두 번째 고도축(Alt)이 자연스럽게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방위각 회전은 줄어들고 제2고도축의 좌우 움직임이 증가합니다. 그리고 천정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밀어도 사실상 제2고도축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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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bbastrodesigns.com/>

 


여기서 제2고도축의 전체 움직임은 약 15°, ±7.5°입니다. 기존 고도축 역시 천정을 약 7.5° 넘어갈 수 있도록 해놓아서 천정에 도달한 대상을 방위각 방향으로 망원경 전체를 돌리지 않고 그대로 천정을 통과해서 추적할 수 있습니다. 기사의 저자인 Jerry Oltion이 베일 성운(Veil Nebula)이 거의 천정에 있을 때 실제로 사용해 보았는데, 볼 마운트 망원경(과거 Portaball Telescope*가 유명했지요) 처럼 쉽게 움직였다고 평가합니다. 25인치 망원경으로 천정을 관측하면서도 두 발은 계속 땅에 붙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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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1Portaball Telescope>

 출처:https://theamateurengineersg.wordpress.com/2018/03/06/how-to-build-a-portaball-telescope-part-1-conception/

 


세 번째 혁신, 코마코렉터가 포커서가 되다

 

F/2.6에서는 코마코렉터가 필수적입니다. 바텔스는 텔레뷰사의 코마코렉터인 2인치 파라코어보다 더 넓은 시야를 얻기 위해 3인치 코마 코렉터를 사용하려 했습니다. 문제는 3인치 포커서가 크고 무겁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지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코마코렉터의 몸통 자체를 포커서의 드로우튜브(drawtube)로 사용하자는 거죠. 비스듬하게 배치한 베어링에 3인치 코마코렉터 몸통을 올리고 회전시키면 코렉터 자체가 안팎으로 이동합니다. 헬리컬 크레이포드 포커서(Helical Crayford focuser)입니다. 제가 이 형식의 포커서는 좀 다뤄봤습니다. Kineoptics라는 곳에서 생산하는게 있는데 똑같은 아이디어입니다. 여기에 마찰면을 미세하게 이동시키는 장치를 추가해 약 32:1의 미세초점 기능까지 구현했다고 합니다. F/2.6처럼 초점 심도가 극도로 얕은 망원경에는 상당히 유용한 장치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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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 Bartels, 3-inch two-speed helical Crayford focuser, 출처 : S&T 2019/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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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eoptics, HC2 헬리컬 크레이포드 포커서>

 


결국 이 한 대의 망원경에는 25인치 F/2.6 초단초점 미러, Alt-Az-Alt 3축 마운트, 3인치 헬리컬 크레이포드 포커서라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아이디어가 한꺼번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새롭고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였죠. 그래서 S&T기사 제목에서 보듯이 Breakthrough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단연 제 눈을 가장 끈 것은 역시 두 번째였습니다. 고도축을 하나 더 만든다는 아이디어요. 구조는 단순한데 효과는 상당히 커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미 가지고 있는 내 돕소니언에도 제3축을 붙여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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