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M13]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프로펠러 [스케치]
  • 조회 수: 11447, 2016-09-08 05:11:55(2016-09-05)
  •   

    북반구 중위도에 사는 관측자에게 M13은 특별한 존재이다

     

    하늘에서 가장 밝고 큰 보기 좋은 구상성단이기 때문이다.

     

    과연 진짜로 그럴까?

     

    전 하늘에서 가장 밝고 큰 구상성단부터 순서를 매겨 보자.


    top10.jpg

     


    13번의 위치는 Top 5에도 들지 못하고 겨우 7번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대상 중에서도 22, 5번보다 밝기가 어둡다.

     

    다만 앞 등수의 위인들보다 하나 우세한 것은 남중고도 뿐.

     

     

    왜 그런 것일까? 밤하늘의 왕건이 구상성단은 모두 하늘의 남쪽에 있다

     

    아무리 13번이 멋져도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는 5139 104에는 비할 바가 못 되는 것..

     

    그리고 남반구의 높은 고도에서 보는 22번 또한 북반구의 13번보다 화려한 위용을 자랑한다

     

     

    뭐 어쨌든, 대부분의 별쟁이들은 북쪽 땅에 산다. 그래서 과거부터 13번에 대한 관측 기록도 많고,

     

    현재도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든 별이든 터를 잘 잡아야 한다

     

     

     

    19세기 최고의 별쟁이이자 구경병의 조상님이었던 아일랜드 로스경의 스케치를 보면

     

    성단 사이의 갈라진 틈, 일명 벤츠 로고를 잘 볼 수 있다

     

    [ Rosse's Propeller (1850년대) ]

    Rosse.jpg

      


    근데 하나 의아한 것은.. 로스경의 (실은 조수가 한) 스케치에선


    성단 정중앙을 장대하게 지나가는 암흑대가 표현되었는데


    현대의 관측자들은 한 귀퉁이에서 암흑대를 찾는다는 것이다

     

    미국 관측자들은 주로 프로펠러라고 한다


    [ M13, Roger Ivester (연도 미상) ]

    Roger.jpg


     

    우리나라 별쟁이도 한 번!


    [ M13, 임광배 (2013) ]

    임광배.jpg  

     

    19세기 로스경의 스케치는 그냥 대충 그린 것일까?


    아니면 시선방향으로 훨씬 가까이 있는 암흑성운이


    150년 사이에 슬금슬금 옆으로 이동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

     


    ※ 13번의 프로펠러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김민회님의 멋진 글로 대신한다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179803




    나도 프로펠러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여 


    2012년 인제의 어두운 하늘에서 2시간 동안 꼼짝 않고 앉아서

     

    샤프로 점을 찍어 보았다

     

     

    [ M13 - 인제에서 조강욱 (2012) ]

    M13.JPG


     

    13번의 구조는 그 크기와 밝기 만큼이나 다채롭다


    여러 줄기의 스타 체인과 빽빽한 내부 별들.


    휴 이걸 언제 다 그려....



    별이 더 많은 오메가 센타우리는 어떻게 찍었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

     

    [ 오메갓! 센타우리 - 호주 원정에서 조강욱 (2010) ]

    5139_s.jpg



     

    전체적인 모습은 다리 긴 빛나는 거미 같은 형상으로 보이는데,

     

    프로펠러는 한참 봐도 찾기 어렵다



    결국 같이 갔던 프로펠러 본 남자들의 코치를 받고서야 한쪽 구석에서 쪼끄만 프로펠러를 찾았다


    애걔.. 겨우 요만한 거네~


    북반구 최고의 구상성단의 위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프로펠러..

     

    보기가 어렵다기보다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습과 요령을 몰랐던 것이다

     


    (Description)

    Des.jpg

     

     

    M13 근처에는 볼만한 (또는 볼만하지 않은) 은하 두 개가 위치해 있다

     

    하나는 13번만큼 사랑받은 NGC 6207번 은하다. (6~8인치로도 잘 보인다)

     

    작지만 밝은 측면은하라 아이피스에 13번을 잡아놓고 그냥 휘휘 돌려도 얻어 걸리기도 하는 정도인데..

     

    그리고, M13NGC 6207 사이에는 훨씬 더 작은 은하가 하나 있다

     

    아래 빨간 동그라미에 있는 아이다.

     

    ic4617_6.jpg

    (자료 출처 : 야간비행 김경싟)

     

     

    이름은 IC 4617. 본인 망원경이 15인치 이상이라면 


    아래 정도 디테일의 사진 성도와 함께 한 번 시도해보자

     

    언젠가는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ic4617_5.jpg

     

    (가장 좋은 방법은 야간비행의 4617번 관측기록들을 검색하여 읽어 보는 것이다)


     

     

    다시 내 그림 얘기로 돌아가서..

     

    13번을 관측한 날, 주중의 무리한 번개 관측이었음에도 하늘이 좋고 점이 잘 찍혀서(?)

     

    노래를 부르며 집에 돌아왔다. 회사에서도 피곤한줄도 졸린줄도 모르고 하루를 보냈다

     


    며칠뒤 노동절, 울 마나님과 오붓하게 과천 현대미술관에 놀러갔다


    (딸님은 당시 유치원에 다녔는데, 유치원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서 안 쉰단다)


    마침 한국의 단색화전을 하고 있어서


    이우환 화백 그림의 원작을 감상하고 싶은 소망을 품고 멀리 과천까지 출동한 것인데,


    맨날 새끼손가락만한 사진으로 그림을 보다가 2미터가 넘는 원작들을 감상하니


    감동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역시 그림은 크게 그려야 제 맛.

     


    하지만 전시회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은 작품은 이우환 화백이 아니라


    뜻밖에도 곽인식 화백의 점그림 연작이었다

     

    곽인식.jpg

    (출처 : 구글 이미지)



    작품의 '공식적인' 의미는 물론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


    나에게 그 작품들은 완벽한 별그림 그 자체였다


    어떻게 저렇게 간결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점을 찍을 수 있을까?



    집에 돌아와서 미술관에서의 영감이 희미해지기전에


    간만에 유화지와 아크릴 물감을 꺼내들고, 옆에 13번 스케치를 펼쳐놓고


    아크릴 물감으로 13을 재구성한다


    큰 붓으로 동일한 크기의 묽은 점을 겹쳐 거칠게 찍고,


    세필을 들고 M13임을 증명할 수 있는 몇 가지 상징을 표시했다


     

    [ M13, 캔버스지에 아크릴 - 조강욱 (2012) ]

    아크릴.jpg

     

    , 이 그림은 올해 천문연구원 천문달력에도 실려 있다 (자랑 자랑)

     


    나는 2시간 넘게 쥐잡듯이 샤프로 정밀묘사를 한 M13보다

     

    큰 붓으로 거칠게 표현한 M13이 더 마음에 든다

     

    내 눈으로 아이피스를 통해 본 모습과 더 유사하기 때문이다.


    재구성.JPG

     

     

    천체스케치를 함에 있어서 표현의 한계는 없다.

     

    다만 무슨 짓을 해야 더 사실감이 살아날지 무한한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Nightwid 無雲

     

댓글 2

  • 김민회

    2016.09.08 02:45

    천문달력에 실린 그림은 참으로 멋진 작품예요. m13의 특징과 더불어 느~낌도 들어 있어요. 곧 멋진 그림 따라 잡을 거예요. ㅎㅎ
  • 조강욱

    2016.09.08 05:11

    빨리 오세유

    심심해요 ㅎㅎㅎ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정병호 조회 수: 9885
  • 스케치
  • 2003년에 그린 것들입니다. 조자폐님의 스케치를 보고 생각이 나서 올립니다. 셋 다 3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M7 은 그리면서도 좀 문제 있다 생각했는데, 고치자니 너무 방대한 작업이 되겠길래 그냥... ㅎㅎ 스케치 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에요 ㅋㅋ
2016-08-30 07:55:00 조강욱 / 2016-08-2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925
  • 스케치
  • 문예단의 명성을 들어본 지는 한참 되었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거리 때문에 가 볼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는데 정말로 우연한 기회에 가 보게 되었다. 망원경도 차도 없이 맨 몸으로.. 그리고 그 곳에는 엄청난 하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서둘러 ...
2015-08-18 18:39:07 조강욱 / 2015-08-1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022
  • 스케치
  • 궁수자리의 (공식적인) 진짜 모양을 하늘의 별들을 이어서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윗부분의 찻주전자, Teapot, 또는 돈데크만을 사랑하지 않는 별쟁이 또한 드물 것이다 그 귀여운 생김새는 물론이고, 황홀한 은하수 중심과 맨눈으로도 보이는 수많은...
2017-06-04 05:55:33 / 2017-06-0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046
  • 스케치
  • M7은 기원전 그리스 시대부터 알려져 온 유서 깊은, 밝은 산개성단이다 하지만 육안으로 보이는 모습은 항상 아쉬움만 자아낼 뿐.. 원래 어떻게까지 보여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아는게 병일까.. 7번은 적위 -34.5도로 메시에 110개 대상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대상이...
2016-08-25 19:44:30 / 2016-08-2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046
  • 스케치
  • 내가 별나라에서 가장 헷갈리는 것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막대세포와 원뿔세포의 기능이고 또 하나는 M65와 M66의 모양이다 어찌 그리 봐도 봐도 헷갈리는지 ㅠㅠ ※ 출처 : 구글 검색 막대세포 원뿔세포는 책을 만들면서 정리하니 이제 안 까먹을 것 같고 ㅎ 65 66은...
2017-04-14 16:08:00 조강욱 / 2017-04-1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152
  • 스케치
  • 하늘이 가물가물한 어느날 수피령에 홀로 자리를 펴고 M53을 그렸다 집에 와서 보니.. 근데 왜 이걸 그렸을까? 지난달 벗고개에서 이미 그린 아이인데.. 벗고개에서 밤새 관측을 하고 마지막 대상으로 비몽사몽간에 집중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그렸던 것이긴 하지만 또 ...
2017-02-03 04:22:06 / 2017-02-03
thumbnail
2017-02-11 23:00:23 김재곤 / 2017-02-0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170
  • 스케치
  • 2016년 벗고개의 봄, 메시에 스케치 연작 중 봄철에 남은 은하들을 모두 정리해보니, M64, 검은눈 은하 하나만 마지막으로 남아있다 이 명작을 내가 왜 이리 오랫동안 남겨두었을까.. 64번의 포인트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린 것이지. 검은 눈의 화룡점정...
2017-04-03 05:31:03 / 2017-04-03
thumbnail
  • 김영대 조회 수: 10221
  • 스케치
  • 5월 황금월령 기간을 이용해서 사모님을 모시고 신혼여행으로 서호주에 다녀왔습니다. 주변 지인들은 신혼여행으로 서호주 사막에 가는걸 이해하지 못했지만 (천문인들 빼고 일반인들...) 사모님이나 저 역시 즐겁게 남반구 하늘을 충분히 즐기고 왔습니다. 역시 남반구...
2016-07-11 04:45:56 김영대 / 2016-05-1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256
  • 스케치
  • 30번을 처음 본 것은 아마도 1999년에 병장 휴가 나와서 처음 봤을거고 (이 휴가에서 뱀주인과 염소를 마지막으로 첫번째 메시에 완주) 매년 메시에마라톤 때만 찾아봤는데.. 난 2001년 1회 마라톤부터 한 번도 30번을 찾은 적이 없다 어떻게 생긴 아이였는지 기억조차 ...
2016-11-03 04:49:57 / 2016-11-0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342
  • 스케치
  • 밤하늘에는 혼자 사는 아이들도 있지만 여럿이 몰려 다니는 아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중 딱 '커플'로만 한정해 본다면 단언컨대, M46과 NGC2438은 세계 최고의, 아니 우주 제일의 조합일 것이다 (출처 : 내 스케치) NGC7789에 비견될만한 자잘하고 빽빽한 별...
2017-01-04 16:20:28 / 2017-01-04
thumbnail
  • 민경신 조회 수: 10386
  • 스케치
  • 월령 10일경에, 카시니 분화구에서 약 60 km정도 더 간 곳에 위치하는 칼리퍼스 임니다. 2011.1 월경 시상이 좀 안좋은 날 본것은 휘어진 절벽위에 올라탄 거대한 5km 크기의 돌공이 보였는데, 후일 이곳에서 5장의 스케치를 했고 그중 하나가 이 장면임니다. 돌공의 정...
2013-04-08 21:25:03 백야드 / 2012-11-18
thumbnail
  • 임광배 조회 수: 10395
  • 스케치
  • 임광배입니다. 김경식님께서 관측후기 올려주신 것을 읽어보면서 지난 메시에 마라톤 전날 스케치했던 것이 생각나 올려봅니다. 다음에는 Hoursglass 꼭 도전해 보아야겠습니다.^^
2013-08-14 21:16:12 rocky / 2013-05-2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438
  • 스케치
  • 별로 친하지 않은 마의 '9번' 라인에서도 39번은 정말 한숨이 나오는 대상이다 이 성긴 별들의 무리가 왜 메시에 넘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Melotte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외뿔소자리의 크리스마스트리, NGC2264 외에도 39번도 종종 크리스마스 트리로 불리기...
2016-12-05 15:06:03 / 2016-12-0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438
  • 스케치
  • 구름을 좋아하는 별쟁이는 아마도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불청객들이 달과는 의외로 잘 어울린다. 그것도 초승달 말고 보름달. 무엇이 달의 바다이고 무엇이 하늘의 구름일까? [ Too much Luna Mare, 스마트폰에 터치펜 - 조강욱 (2017) ] Nightwid 無雲
2017-02-12 04:38:10 조강욱 / 2017-02-1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465
  • 스케치
  • 2번, M2는 호핑길을 외우기 참 힘든 아이다. 근처에 쉬운 호핑 시작점(물병 Beta)도 있는데 말이다. 이유는.. 물병자리 별자리 그림 자체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수메르에서는 이걸 보고 어떻게 물병을 연상했을까.. 내가 물병자리...
2016-08-17 09:39:20 / 2016-08-17
thumbnail
  • 유혁 조회 수: 10512
  • 사진
  • 이건호 님이 찍으신 남반구 여름 은하수 사진입니다~ 너무 밝아서 썬글라스 끼고 관측했구요~ 얼굴이 타는 것 때문에 썬크림도 바르며 관측을 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참고로 올린 사진은 후보정 "무"이며 리사이즈만 한 사진입니다~
2013-04-08 22:58:43 / 2010-07-15
thumbnail
  • 국일호 조회 수: 10552
  • 스케치
  • 첫 천문관측 스케치/Deneb & Tauruss 지난 봄에 조광욱님의 스케치 세미나를 듣고 벌써 몇달이 지난 후에야 겨우 첫 스케치를 해봤습니다. 그때 선물도 받았는데 이제야 첫 스케치를 하다니 송구합니다. 계속 하늘을 보고 있었으며 스케치도 시작했다는 보고도 드릴...
2013-10-23 23:54:00 국일호 / 2013-10-2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629
  • 스케치
  • 15번은 가을 하늘에서 가장 찾기 쉬운 구상성단이다. 페가수스의 가장 눈에 띄는 별인 Enif 바로 근처기 때문이다 보이는 모습 또한 그냥 저냥 준수하고 말이다 (뱀주인 구상 애들처럼 히마리 없지는 않다) 물론 그 크기와 밝기는 더 남쪽의 M2를 능가할 수 없지만.. 지...
2016-09-20 02:23:38 조강욱 / 2016-09-0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664
  • 스케치
  • 42번 오리온 대성운과 함께 31번 안드로메다 은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대상이다 (굳이 꼽으라면 Barnard 33번 말머리성운과 함께 3인방이라 할까?) 그러나 안시관측으로도 초보나 고수나 일반인이나 모두를 만족시키는 오리온 성운에 비해서 안드로메다 은하를 아...
2016-11-10 12:56:48 / 2016-11-1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