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M23] 아침이 오기를 바란 이유 [스케치]
  • 조회 수: 8213, 2016-10-05 07:12:33(2016-10-05)


  • 23번의 점들을 찍는 데는 무려 이틀의 시간이 필요했다

     

    꽤 밝은 산개성단이긴 하지만

     

    그만큼의 대작을 만들 계획은 전혀 없었고,

     

    단지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 M23과 버섯돌이 - 검은 종이에 젤리펜, 인제에서 조강욱 (2016) ]

     

    M23.JPG

     

     

    [ Description : 버섯파인가 화살파인가 ]

     

    Desc.JPG

     

     

    언젠가부터 나의 관측에는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하루에 3~4개 이상은 관측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 target이 성단일 경우 관측 준비마저도 잘 하지 않는다

     

    그저 보이는 대로, 눈에 보이는 것을 모두 크고 작은 점으로 찍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좋아진 건지 나빠진 건지도 잘 모르겠다

     

    [ 장점 ]

    - 똑같은 대상에서 더 많은 구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 남들에게 스케치 결과물로 자랑을 하기에 편해졌다

     

    [ 단점 ]

    - 하루에 3개 이상 보면 머리가 어질어질

    - 간단한 성단 하나도 30분은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오랜 기간 찔끔찔끔 메시에 스케치의 진도를 빼며,

     

    언제부턴가는 관측의 시작과 끝도 없어져 버렸다

     

    하루의 관측을 시작하면 이전 관측에서 마지막 그리다 만 부분부터 이어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164월 인제에서 밤새 집중하여 몇 장의 그림을 그리고

     

    박명 직전이 되어서야

     

    한계에 이른지 한참 지난 체력과 집중력으로

     

    졸다가 보다가 23번의 점을 찍는다

     

     

    날이 밝기 전에 23번 스케치를 끝낼 가망성은 없지만

     

    30여분의 시간을 놀리면 다음 관측에서 그만큼의 시간을 또 투자해야 한다

     

     

    흐트러진 정신을 가다듬으며 하나씩 하얀 점을 만들면서,

     

    빨리 해가 떴으면 좋겠다

     

    머릿속으로는 그 생각 뿐이었다

     

    그렇게 힘들면 그냥 때려치고 쉬면 되는거 아닌가?

     

    하하.. 왜 그건 그렇게 하기 싫을까?

     

     

    한참을 고대하던 박명을 드디어 맞이하고서

     

    편하게 앉기는 불편한 관측 의자에 길게 앉아서,

     

    chare.jpg

     

    이제는 밝아진 하늘을 보며

     

    담배연기 한 모금에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이렇게 밤새도록 온전히 집중하여 에너지를 쏟아야만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취미라니..

     

    우리는 참 어려운 길을 가고 있나보다

     

    Joe.jpg

    (이미지 출처 : 구글검색, '내일의 죠' 마지막 씬)

     

     

     



     

     

                                                              Nightwid 無雲



댓글 0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3474
  • 스케치
  • 메시에 110개 중에 가장 그리기 싫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 M24. 성운도 성단도 은하도 아닌 별이 가장 많은 은하수 조각인 24번을 대체 무슨 수로 그린단 말인가. (출처 : http://www.astrophotographos.com/photos/Star%20Cluster%20images/M24qa.jpg) 미루고 ...
2016-10-09 04:50:13 러기 / 2016-10-0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213
  • 스케치
  • 23번의 점들을 찍는 데는 무려 이틀의 시간이 필요했다 꽤 밝은 산개성단이긴 하지만 그만큼의 대작을 만들 계획은 전혀 없었고, 단지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 M23과 버섯돌이 - 검은 종이에 젤리펜, 인제에서 조강욱 (2016) ] [ Description : 버섯파인가 화살파인...
2016-10-05 07:12:33 / 2016-10-0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840
  • 스케치
  • 20년 전, 대학생이 되면 꼭 김광석의 라이브 공연에 가보고 천문동아리에 들어서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고 싶다는 두가지 명확한 소망을 가진 고3 학생이 있었다 그러나 대학교 원서 내고 오는 길에 신문 가판대에서 김광석 사망 기사를 만났고 아직 동아리방도 구하지 ...
2016-10-13 09:07:44 김재곤 / 2016-09-3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3147
  • 스케치
  • 메시에 스케치 레이스의 끝을 향해 달려가던 올해 봄, 수피령에서 차가 들썩 들썩 하는 폭풍 속에서 21번을 맞았다 바람이 이렇게나 부는 것에 비하면 이상할 정도로 시상도 괜찮고 투명도도 좋은데 바람 때문에 망원경이 계속 돌아가서 관측의 효율이 전혀 나지 않는다...
2016-09-30 02:52:58 조강욱 / 2016-09-2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4009
  • 스케치
  • 삼렬, 삼열, 삼엽, Trifid, M20, 20번.. 삼렬성운이란 것은 대체 무슨 뜻일까? 무언가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내가 궁금했다가 까먹고를 반복하다가 궁금한지 십여년만에 그 어휘를 네이버 사전으로 찾아 보았다 삼엽(이파리 세 개)의 오타가 굳어진 것일 거라는 확신...
2016-09-30 02:51:20 조강욱 / 2016-09-23
thumbnail
  • 천세환 조회 수: 6389
  • 스케치
  • 안녕하세요? 미술을 배우기 시작한지 6개월째~ 드디어 화실에서 크레이터를 그렸습니다. 첫 대상은 바닥이 비교적 편평해서 묘사하기 쉬울 것 같은 - Plato ㅋㅋㅋ (사진 보고 그린 겁니다. 크레이터를 이렇게 자세히 관측할 망원경은 없ㅋ음ㅋ) 2016년 9월 7일 기존에 ...
2016-09-27 03:39:11 관심은하 / 2016-09-2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920
  • 스케치
  • 지인 중에는 내가 110개의 메시에 대상에 대한 글을 모두 써 놓고 하루 하나씩 올리는 줄 알고 있는 분도 있다는.. ㅎ;; 그러면 참 좋겠지만.. 밤마다 11시 반쯤 노트북 앞에 앉아서 오늘은 무슨 얘기를 쓰나 반쯤은 이미 잠에 취해서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쓰다가 ...
2016-09-22 07:27:33 이름없는별 / 2016-09-2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312
  • 스케치
  • 하늘에는 자리 잘못 잡아서 손해 보는 애들이 있다. 메시에 중에도 말이다 13번 옆의 92번, 57번 옆의 56번 같은 애들.. 그리고 17번 옆의 18번도 마찬가지다 (아래 사진의 중앙 좌측은 17번, 오른쪽의 조금 밝은 별들이 모여 있는 애들이 18번이다 출처 : http://sweag...
2016-09-20 02:28:40 조강욱 / 2016-09-1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395
  • 스케치
  • 천체 스케치를 주제로 이렇게 별 대책 없는 하루살이 칼럼을 메시에 110편 완주를 목표로 하루하루 써나가고 있지만 2009년까지만 해도 천체 스케치는 그저 ‘하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막상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 그런 일이었다 매일 빼먹지 않고 어학 공부를 ...
2016-11-27 11:33:06 / 2016-09-14
thumbnail
  • 천세환 조회 수: 6008
  • 스케치
  • 눈을 사물에 고정시킨 채 그림을 그리는 기법 -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은 관찰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훈련법이지만 왠지 두려움이 느껴진다는 것이 천체스케치와 비슷합니다. 이번에는 그 심리적 장벽을 넘어보고 싶어서 월령 10일의 달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드로잉 ...
2016-09-20 02:26:47 조강욱 / 2016-09-1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