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4편]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호주 원정관측 기록)
  • 조회 수: 12486, 2013-01-29 10:00:24(201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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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 : 두마리 토끼 - 남천과 일식

     

    2편 : 천국의 하늘색

     

    3편 : 멀리 있어 아름다운 것

     

    4편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5편 : 별보는 사람은 별로써 구원받는다

     

    6편 : 작고 동그란 반짝이는 것

     

    7편 : 먹을 수 있을때 먹어야 한다

     

    8편 : 하늘의 뜻

     

     

     

    ☆★☆★☆★☆★☆★☆★☆★☆★☆★☆★☆★ 4일차 (11.13 화) ☆★☆★☆★☆★☆★☆★☆★☆★☆★☆★☆★

     

    케언즈행 비행기 시간은 오후 1시반.

     

    잠깐 눈을 붙이고 8시에 레이번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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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은 여전히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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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에 닫힌 문만 구경하고 온 한국 슈퍼 Boaz는 반갑게도 문을 열었다 ㅎ (사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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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육볶음, 짬뽕.. 그리고 밥.

     

    느끼하지 않은 한국식 음식을 먹으니 맛과 별개로 감동이 밀려온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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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들으면 해외에서 몇년 산 교포인줄 알겠지만

     

    우린 이제 3일째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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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즈번에 도착하여 렌트카를 반납하고 빠듯하게 시간 맞추어 비행기 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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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안검색대 아줌마가 동양인 무리를 보니 양손으로 일식 모양을 만들며 웃는다

     

    검색대를 통과하니 다음 아저씨는 나를 보고 곤니찌와 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거 아니라고 손짓을 하니 이번엔 셰셰~ ㅋㅋ

     

    한국말로는 모른다길래 안녕하세요를 갈쳐줬다.. 나름 발음 괜찮더만 ㅎ

     

    오늘 못한 리뷰는 비행기 안에서 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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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에 처음 도착했을 때와 달리 브리즈번은 새파란 하늘인데..

     

    비행기가 북쪽으로 이동할수록 창문 밖의 구름은 점점 짙어져만 간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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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케언즈에 도착하니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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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부분은 하늘을 온통 뒤져야 구멍 조금 보이는 정도..

     

    방금 전까지 비가 왔는지 하늘에는 무지개가 보인다

     

    길조인지 흉조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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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트카 기다리는 중에 마지막 열공. 은하를 하룻밤에 73개를 보니 기억이 안 나서

     

    서로의 기억을 맞추고 있는 중 (그러나 결국 1808 하나는 유실물 처리..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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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언즈에 이미 와 있는 다른 팀들에게 연락하니

     

    낮에 한바탕 폭우가 퍼부었단다.. 젠장 ㅡ_ㅡ

     

    렌트카를 빌려서 케언즈의 숙소.. Corona backpackers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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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 보기 위해 원정간 멀고 먼 도시의 숙소 이름이 코로나라.. ㅎ

     

    우리는 과연 진짜 코로나를 볼 수 있을 것인가?

     

    카운터를 보고 있는 동양계 남자가

     

    갑자기 완벽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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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학생인지 워킹홀리데이 학생인지 모르겠지만

     

    타국에서 한국말을 들으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숙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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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인가 수용소인가! ㅋㅋㅋ

     

    우리는 새벽 일찍 출발할 예정이라 좋은 숙소를 잡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

     

    케언즈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에서 눕자마자 바로 코를..!!

     

    이동이란 별 것 안해도 참 피곤한 것인가보다 ㅎ

     

    그보다 더 마음 무거운 일은 그 한국인 알바생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우리가 관측지로 찍어 놓았던 그 비치들이 모두 내일 아침만 폐쇄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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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그럴리가!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릴 것을 우려하여

     

    거주자와 해당 비치에서 투숙하는 사람 이외에는 일식 시간에 출입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Public Beach를 어떻게 폐쇄한다는 거지?

     

    믿을수 없는 얘기지만 현지인이 그렇다는데 뭐 할 말이 없다

     

    수용소 침대에서 잠시 쉬다가 박한규님과 저녁 식사를 하러 길을 나섰다

     

    Pullman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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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rona Backpackers와의 이 말도 안되는 격차는 머지? ㅠㅠ

     

    호텔 로비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 중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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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신한 쇼파에서 쉬게 쫌 더 늦게 오시지. . ㅋ 박한규님 가족을 만나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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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언즈 쇼핑센터의 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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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나게 짜다 ㅋ 우리나라가 짜게 먹는다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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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규님은 가족들과 같이 와서 고민이 많다

     

    애가 힘들어해서 어디 멀리 이동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산이 가리고 있는 케언즈에 남을 수도 없고..

     

    우리도 갑론을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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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치가 폐쇄되었다는데.. 더 북쪽으로 이동할 것인가?

     

    아니면 그 비치들 중 유일하게 출입 통제 명단에서 빠진

     

    Palm Cove의 'Jetty'를  찾아갈 것인가?

     

    Pullman 호텔 프런트에서 Jetty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중 (← Jetty는 선착장에 바다 방향으로 길다랗게 나무 데크를 만든 것을 말하는 것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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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준형님 팀이 자리잡고 있을 Carbin 산에 올라갈 것인가?

     

    아니면 그냥 케언즈 시내에서????

     

    개기일식 예정 시각은 새벽 6시 38분.

     

    그리고 우리에겐 8시 10분부터 관광 일정이 잡혀 있었다

     

    포트 더글러스나 카빈산 등 1시간 이상 걸리는 곳에 갈 경우

     

    케언즈로 돌아올 1차선 포장도로는 분명히 Total 직후부터

     

    곳곳에서 몰려나온 인파로 심각한 교통 정체를 빚을 것이고..

     

    예약해놓은 시간에 케언즈에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비치도 모두 통제하고 멀리는 갈 수 없는 상황이면.. 그냥 케언즈 시내에서?

     

    아니지 그럼 동쪽 산에 가릴텐데?

     

    식사 중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직접 케언즈 시내 관측 포인트를 답사하고 결정하기로 한다

     

    식사 후 케언즈 시내 해변으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케언즈 사람들의 삶의 지혜일까?

     

    모든 건물에 넓은 처마가 붙어 있어서 갑작스런 소나기에도 옷이 젖을 일은 별로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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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 관측에 대한 의욕이 팍 꺾인다 ㅠㅠ

     

    가끔씩 기습적으로 내리는 비를 피해 케언즈 시내의 바닷가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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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시내에서 본다 해도 동쪽 산의 고도가 10도 전후라면..

     

    식의 시작 부분 어렵겠지만, 고도 15도 부근에서 있을 개기식 순간은 볼 수 있는 것..

     

    근데 어디가 正동 쪽일까?

     

    날이 이미 어두워져서 동쪽 산의 높이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아래 사진 방향이 동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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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구름이 한가득이라 별도 안 보이고,

     

    원체 광해가 없어서 그런지 산 능선의 실루엣도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의 나침반으로 확인해보니 동쪽은 엉뚱하게

     

    산보다도 훨씬 오른쪽의 높은 건물 쪽으로 나온다

     

    우리가 추정하고 있는 동쪽과는 오차가 크다.

     

    스마트폰의 오류? 아니면 진짜로 동쪽이 건물?

     

    너무 늦게 답사를 와서,

     

    현장에서 보면서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냥 이곳에서 일식을 기다릴까?

     

    아니면 북쪽 해변 중 통제하지 않은 곳을 찾아서 어떻게든 알아봐야 할까?

     

    카빈산, 포트 더글러스 등 더 멀리는 낼 아침 일정상 움직일 수가 없고....

     

    하늘에선 암담하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데....

     

    장시간 논의를 해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다

     

    다수결로 결정하기로 하여 각자 의견을 말하고 공개 투표를 했는데

     

    결과는 2 : 2 (기권 한표)

     

    중지를 모으기 위해 집중해서 논의를 하는 중에 비가 다시 내린다

     

    쩝..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밤.

     

    내일 아침 날이 갤 확률이 얼마나 될까?

     

    카빈산이든 포트 더글러스든 팜코브 해변이든 아니면 케언즈 시내든

     

    어디 간다고 이 비를 피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리해서 멀리 갔다가 일식도 못보고

     

    길이 막혀서 예약 시간에 맞추지 못해서 관광도 못한다면?

     


     

     

    ........

     

    오랜 침묵 끝에 내가 한표를 더 얹어서

     

     

    케언즈 시내에서 일식을 기다리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오랜 시간의 토론을 마치고 시내 맥주집에서 일식 전야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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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에 가기 전에.. 박한규님 호텔에서 돌아가면서 화장실과 세면대를 이용하고.. 그냥 여기 쇼파에서 자면 안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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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 들어가서 침대에 머리를 대자마자 다시금 모두 코를 골기 시작!

     

    원정 첫날 느낀 것이지만 장거리 이동은 정말 피곤하다

     

    (공동 샤워 시설이 있긴 했지만 열악한 시설이라 도저히 씻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모두 눕자마자 코를 고는 상황이었지만

     

    나름 유일한 30대인 나는 형님들 곯아 떨어진 와중에

     

    다음 약속을 위해 길을 나섰다.. ㅎ

     

    한국 아마추어 천문학회에서 활동하시는 이혜경 선생님은 초등학교 쌤이시다

     

    해외 교환학생도 아닌 교환교사(?^^;)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호주 서쪽 끝의 아름다운 도시 퍼스에서 3개월간 호주 초딩들을 가르치던 중에

     

    일식을 위해 5시간 비행 끝에 케언즈에 오신것!

     

    (국내선에 5시간이라.. 대륙의 스케일은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쿨럭 -_-;;)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적막한 케언즈 도심.

     

    밤 11시가 넘어서 이혜경쌤을 만났다

     

    내일 일식은 배 타고 바다로 나가서 보신단다

     

    새벽에 배 타고 맑은 곳을 찾아나가서 바다 위에서 일식을 보고

     

    일식 종료 후 다이빙까지 하고 오는 패키지.

     

    음? 이 솔루션이 더 가능성 높은게 아닐까?

     

    비가 그치고 어느 틈에 하늘이 살짝 개어서 에리다누스가 보인다

     

    eridanus.png


    이 전날인가 다음날인가.. 관측 중에 별자리 이야기가 나왔다

     

    북반구에서는 너무나 희미하여 맘먹고 찾아보아야 억지로 절반쯤 그릴 수 있는

     

    존재감 없는 어려운 별자리.  에리다누스강 자리..

     

    대체 이게 왜 강일까?

     

    북반구에 사는 사람은 평생토록 하늘을 바라본다 해도

     

    에리다누스의 진실을 알 수가 없다

     

    그 참 모습을 보려면 강의 끝, Achernar가 보이는 곳까지 남쪽으로 내려와야 하는 것.

     

    누구라도 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Achernar를 보는 순간..

     

    누가 일부러 가르쳐주지 않아도

     

    왜 이 별자리 이름이 에리다누스'강' 자리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온 하늘을 굽이치며 흘러가는 아름다운 자태.

     

    강줄기 이외에 다른 것을 연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겨울 하늘의 왕좌는 오리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은 에리다누스의 것!

     

    내가 겨울 하늘에서 에리다누스를 가장 좋아한다 하니 한솔님이 한 표를 보태 주셨다.. ㅎ

     

    한솔형님과 나는 별 보는 취향에서 비슷한 점이 너무나 많다

     

    그러니 같이 노는 것.. ㅋ;;

     

    여튼, 비 맞다가 갑자기 떠오른 구름속의 에리다누스를

     

    이혜경 쌤과 한참 같이 보다가 헤어졌다

     

    반나절 뒤 아침의 성공을 기약하며....

     

     

     


     

    ☆★☆★☆★☆★☆★☆★☆★☆★☆★☆★☆★ 5일차 (11.14 수) ☆★☆★☆★☆★☆★☆★☆★☆★☆★☆★☆★

     

    새벽 1시가 넘어서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감자마자 핸폰 알람이 울린다 -_-ㅋ

     

    폰이 고장났나 하고 시간을 보니 벌써 새벽 4시가 넘었다

     

    새벽 5시쯤 되면 날이 밝을텐데..

     

    서둘러서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나서니

     

    뭉게구름 사이로 별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렇게 시시각각 비가 오다가

     

    몇 시간만에 맑은 하늘이 보이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아직 하늘의 나머지 절반은 두꺼운 구름이지만)

     

    여튼 10%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일식 관측의 가능성이 50%를 넘었다고 생각하니

     

    기대감에 가슴이 뛰고 설레어온다

     

     

    바닷가에 도착하니 동쪽의 산은 우려했던 것만큼 높지는 않다

     

    그래도 케언즈의 지형 구조상 도심 해안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조금이라도 동쪽 산의 고도를 낮출 수 있기에

     

    해안가 전망대 같은 곳에 1차 후보지를 선정하여

     

    한솔님과 지현님이 자리를 잡고

     

    SAM_0066.JPG

     

    나머지 세명은 더 북쪽에 좋은 point가 있는지 2차 답사를 떠났다

     

    케언즈 도심 해안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시야가 최대로 확보되는 해변가를 발견하여

     

    일식 관측지로 최종 확정하여 동훈님은 사진 장비 세팅하고

     

    _SAM0551.JPG

     

    1차 후보지에서 대기중인 한솔님 지현님을 태우러 갔다

     

    호주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차량은 좌측 통행을 해야 하여

     

    우리나라의 운전 환경과는 정반대이다

     

    집중하여 운전을 해도 차선을 벗어나거나 좌회전 우회전을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이미 날이 밝았는데 아직 자리도 못잡고 운전을 하고 있으려니 마음만 급해진다

     

    (이런 답사는 당연히 어제 다 해놨어야 하는 것을....)

     

    급한 마음에 운전에 집중할 수도 없고

     

    갓길에 양쪽 가득 차들이 주차해 있는 좁은 왕복 2차선 길을

     

    역주행에 무단 우회전에 사정없이 엑셀을 밟으며 앞만 보고 달렸다

     

    일방통행 길을 잘못 들었는데도 그냥 역주행으로 달리니

     

    정차해있던 택시가 빵빵거리고 창문 열고 소리지르고 난리도 아니다

     

    그 난리통에 본 아이덴티티의 유명한 자동차 추격신이 떠오르는 것은 대체 왜일까 ㅡ_ㅡㅋㅋㅋ

     

    bourne.jpg

     

    파리의 아름다운 강변도로를 멋지게 역주행하던 맷 데이먼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ㅎㅎㅎ

     

    극적으로 선발대를 만나 차에 태우고 다시 CIA 특수요원 Bourne이 되어 관측지로 향한다

     

    car.jpg

     

    과속방지턱 무시. 차선유지 무시.

     

    갓길에 주차된 차들과 몇 번 아슬아슬하게 사고를 모면하고 최종관측지 도착!

     

    [한국 원정 팀들 관측 위치]

     

    place.jpg

     

     

    이미 날은 완전히 밝았지만 태양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저 산 사이의 움푹 파인 부분에서 떠오를 예정인데,

     

     _SAM0563.JPG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보니 머리 위쪽은 아주 청명한데

     

    태양이 떠오를 동쪽에만 짙은 구름이 계속 흘러간다

     

    _SAM0558.JPG

     

    저것만 흘러가면....

     

    _SAM0580.JPG

     

    구름의 이동 방향을 보니 동서로 횡으로 이동한다기보단

     

    저 멀리 동쪽에서 시선 방향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

     

    그래 09년 항저우에서도 구름이 많았지.

     

    그래도 그 와중에 일식 관측에 성공했으니..

     

    여기서도 조금만 구름 두께가 얇아진다면.......

     

    참조 : 항저우 개기일식 원정 관측기록 (http://www.nightflight.or.kr/xe/32627)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고..

     

    SAM_0074.JPG

     

    _SAM0570.JPG

     

     

    엽기 커플. 처음에는 둘이 한참 요가를 하다가 저 자세로 앉아서 끝까지 버티고 있다

     

    SAM_0759.JPG

     

    그리고 그 뒤엔.. ㅎ

     

    SAM_0762.JPG

     

     

    장비 4대를 동시에 돌리느라 정신없이 바쁜 김동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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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분일식 중의 태양이 구름 사이로 등장!

     

    _SAM0585.JPG

     

    이 상태로 쭉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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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얼굴을 보여준 태양은 개기일식을 정확히 10분을 남기고

     

    6시 28분, 다시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_SAM0587.JPG

     

    철마는 달리고 싶다.. 셔터는 눌리고 싶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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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짙은 구름이 지나가고 다음 구름덩이가 오기 전에 개기일식의 순간이 걸린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구름 이동 속도로 보아....

     

    121114_063507_00999.JPG 

     

    5분전.

     

    3분전.

     

    1분전....

     

    30초전....!

     

    걷힐듯 하던 구름이 마지막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

     

    10초전

     

    5

    4

    3

     

    2....

     

    Total의 순간이 되었다

     

    하늘도 순간적으로 빛이 약해지고..

     

    [ 김동훈 作, 개기일식 중의 하늘 ]

    121114_063836_10008_stitch.jpg

     

     

    하지만 아직 태양은 구름속에....

     

    근데 이상하다.. 2009년 항저우 개기일식은 순식간에 완전 밤이 되었는데..

     

    지금은 약간 어둑어둑한 정도..

     

    개기일식도 얼마나 많이 가리느냐에 따라 배경 하늘의 어두움에 차이가 있는 것일까?

     

    첫번째 다이아몬드 링(2nd contact)은 놓쳤지만

     

    구름은 점차 엷어지고

     

    아직 개기일식은 진행중이다

     

    어느 순간 구름이 엷어지다가 개기일식 중의 검은 태양이 얼굴을 내밀었다

     

    eclipse1.gif

     

    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eclipse2.gif

     

    구름 틈새에서 반쯤 보이던 검은 태양은 감질맛만 잔뜩 보여주고 다시 짙은 구름 사이로 숨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예정된 시간..

     

    121114_063637_10004.JPG

     

    구름 안에서 태양이 있을 위치가 갑자기 밝아지더니

     

    어둑했던 하늘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121114_063721_10005.JPG

     

    마지막 다이아몬드(3rd contact)도 결국 못 보고 끝!

     

     

    그렇게 개기일식의 순간은 끝이 났다

     

    아.. 아쉽다.. 조금만 더 개었으면 좋았으련만..

     

    이번에도 다이아는 제대로 못보는구나....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고

     

    케언즈에 온 다른 원정팀이 궁금해서 몇군데 연락을 했다

     


     

    NDAD 임상균님은 포트 더글러스에서 마지막 다이아몬드만 제외하고 첫번째 다이아와 코로나 관측 성공!

     

    r_lim.jpg

     

    (내가 판단하는 일식관측 성공의 기준  : 개기일식 중의 검은 태양 전체의 모습과 코로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다이아몬드 링을 보았는가?)

     
     

    아마추어천문학회 이혜경님은 바다에 배타고 나가서 성공.

     

    r_lee.jpg


     

    어딘가 케언즈 시내 멀지 않은 곳에서 보고 있었을 박한규님도 성공

     

    r_park.jpg

     

     

    계속 연락이 되지 않던 카빈산 황인준님 팀에서도 김상욱님의 문자가 도착했다

     

     r_kim.jpg

     

    황인준님 팀 관측사진 Link 

     http://cafe.daum.net/eclipsekorea/5Xxd/19

     

    (개인적 친분이 없어서 연락은 못 해 보았지만 포트 더글러스 인근 산에서 관측한 권오철님도 성공했다 함)

     

     

     

    어 그렇다면 우리만 빼고 모두 본 거야?

     

     

     

    근데......

     

    근데......

     

    지금 내가 뭘 한거지?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거지?

     


     

    갑자기 무엇에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멍해지고 눈앞이 흐릿해진다

     


     

    나는..... 나는 최선을 다 하지 않았어

     

    누구나 똑같이 충고하고 우리도 똑같이 인지하고 있던

     

    일식 관측시 있어서는 안되는 곳. 케언즈 도심..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이럴거면 그 엄청난 준비는 대체 왜 한거지?

     

     rr_1.jpg  rr_2.jpg  rr_3.jpg

     

     

    ......

     

    냉정히 말하면 그 당시 상황은 복불복이었다

     

    다른 성공한 팀들도 구름 사이에서 정말 '극적으로' 성공한 것이고

     

    우리는 운이 없었던 것일 뿐이다

     

    운이 조금 더 좋았다면

     

    케언즈 도심에 있던 우리만 관측에 성공하고 다른 팀들은 고배를 마셨을 수도 있었겠지.

     

    이건 운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 하지 않았다

     

    별을 보러 와서 별보기 외의 다른 것에 마음을 나누고 있었다

     

    관광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 스스로 기회를 포기하고 제한했다

     

    무엇을 위해서?

     

    이 세상의 그 무엇이 개기일식의 순간과 바꿀 수 있는 가치가 있을까?

     


     

    누구를 탓할 이유도 없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던 케언즈에 눌러 앉기로 결정한 것은 나 자신이다

     

    팀의 결정이 그렇게 났다면

     

    새벽에 두시간 먼저 일어나서 혼자 해뜰 때까지 갈 수 있는 만큼 북쪽으로 그냥 걸어갈 수도 있었다

     

    내 비용을 들여서 더 멀리 갈 수도 있었겠지.

     


     

    상하이에서 항저우까지 새벽에 200km를 이동한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도쿄에서 밤새 일기예보를 분석하고 잠을 설친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쿠나에서 마일즈까지 이틀밤낮을 떠돌아다녔던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고 싶던 이유.

     

    자신이 할 수 있는 100% 이상의 노력을 해야만

     

    도도한 별들의 아름다운 미소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내가 뭘 한거지?

     

     

     


     

    멍..한 상태로 뭘 먹었는지도 모르게 아침을 먹고

     

    도심 부두가에서 배를 타고 관광을 다녀왔다

     

     

     

    이 얘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야간비행에서 이런 얘기를 해도 될까?

     

    1996년에 첫 망원경을 구입한 이후로 200여 차례의 관측회에서 한 번도 관측기록을 빼먹은 적이 없었는데,

     

    관측기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던 것은 내 기억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그냥 있는 그대로

     

    내가 느낀 그대로를 풀기로 했다

     

    그게 성공이든 실패든

     

    이건 내가 내 의지로 실행한 행동이고

     

    앞으로의 관측 활동에 강렬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며칠 뒤 밤, 관측 준비중에 김동훈님과 일식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다

     

    수많은 일식 관측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일식 매니아, Eclipse Chaser 김동훈님..

     

    사진을 꼭 제출하기로 약속했던 곳들도 있고

     

    일식에 대한 열망은 나보다도 더 강렬했을 것이다

     

    형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부족했던 한 가지는 마지막까지 목표에 집중하는 것.

     

    마지막 순간에 목표가 흐려지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다.

     

    그와 함께 우리는 자동으로 다음 일식에 대한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2013년 중앙아프리카, 2015년 북극권 스발바르 제도..

     

    험난한 일정들을 상상하니 지난 케언즈에서의 선택에 더더욱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이후, 나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

     

    내 능력이 닿는 한,

     

    앞으로 全세계의 모든 개기일식을 찾아 다닐 것이다 (황인준 형님 말씀에 영감을 받음)

     

    그 일정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정해준 대로 움직이는 것..

     

     

     

    진인사대천명이라 했던가?

     

    언젠가는..... 세상 어딘가에서

     

    그 '결정적 순간'을 진정으로 느껴볼 날이 있을 것이다.......

     

     

     

     

     


     

                         Nightwid 無雲

     


     

     

     

    ==============================================================================================

     

     

    1편 : 두마리 토끼 - 남천과 일식

     

    2편 : 천국의 하늘색

     

    3편 : 멀리 있어 아름다운 것

     

    4편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5편 : 별보는 사람은 별로써 구원받는다

     

    6편 : 작고 동그란 반짝이는 것

     

    7편 : 먹을 수 있을때 먹어야 한다

     

    8편 : 하늘의 뜻

     

     

댓글 10

  • 정기양

    2012.12.09 21:57

    아... 그랬군요... 너무 안타깝네요.
    하지만 이번에 너무 완벽했으면 다음을 기다리는 마음이 덜 간절할지도...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으니, 비록 집중이 떨어졌더도 그 것도 사람하는 일이니
    이제는 다음 번에 하늘이 기회를 주시는 것을 기다려야겠네요.
    어쨋든 애 많이 쓰셨고, 나머지 소중한 관측기도 기다리겠습니다.
    홧팅!!!
  • 조강욱

    2012.12.10 17:56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지 않은 것 같아서 계속 마음이 불편한 것이죠.. ^^

    몇 번의 일식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 임상균

    2012.12.09 23:37

    운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개기식이 짧았던 만큼 그 몇 초에 따라 볼 수도 보지 못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해변이라도 몇 백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보지 못할 수도 있구요. 개인적으로는 지난 일본 금환일식때도 구름사이로 겨우 봤으니 말이지요.....사진을 보니 케언즈 생각 많이 나네요. 한국 식당 코레아코레아 보리차 맛도 그립네요.ㅎㅎ 조만간 함 뵙지요~ (아, 그리고 저 서천동 소속 아닙니다. ㅎㅎ NADA & 별하늘지기 입니다. ㅎㅎ)
  • 조강욱

    2012.12.10 17:59

    그날 아침의 상황은 운이라 봐야 맞는 것이겠지만..

    여러가지 상황들이 우연치 않게 겹쳐지게 되어 아쉬운 상황이 발생했죠

    글고 보니 임상균 님과는 중국에서도 일본에서도 호주에서도 늘 근처에 있었지만 한 번도 만나뵙지를 못했네요.. ㅎ

    내년 11월은 어떻게 하시나요? ^^;;

    (참, 소속은 수정했습니다.. 제가 왜 서천동으로 알고 있었을까요? ;;;)

  • 김재곤

    2012.12.10 15:02

    소중한 관측기 잘 봤습니다. 현장의 안타까운 마음이 저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 조강욱

    2012.12.10 18:00

    안타깝긴 하지만 제게는 앞으로의 관측을 위한 좋은 약이 되었어요.. ㅎ

  • 김경구

    2012.12.10 21:03

    이번 관측기도 함께 동행한 것 같은 착각이 드네요. ^^
    다음에는 진짜로 동행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ㅎㅎ
  • 조강욱

    2012.12.11 17:09

    네 꼭 함께 할 수 있기를.. ^^

  • 권오철

    2013.01.27 10:58

    제가 본 곳은 지도 밖 왼쪽 위입니다. 전날부터 도로와 식심이 만나는 곳까지 왔다갔다 하다가 길가에 차 세우고 산속으로...
    거기서 내려다본 아래 도로에 김상구님 계셨다고 하네요.
  • 이혜경

    2013.01.29 10:00

    오늘에야 관측기를 봤네요. 조강욱님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제 마음이 더욱 안타까워요. 전날 밤 구름사이로 에리다누스 강을 그려주던 모습이 다시 떠오릅니다. 개기식중에 세상이 2009년과 비교하여 얼마 어둡지 않은 이유가 바닷물 때문인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시내에서도 훤했었군요. 달의 크기가 어둠의 정도를 좌우하는가 봅니다. 관측기를 읽으니 함께 그자리에 있었던 듯 착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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