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201 내안에 궁수 - 울산소방항공대
  • 조회 수: 19406, 2012-02-29 07:22:52(2012-02-22)
  • 안녕하세요. 조강욱입니다

     

    지난 설날의 관측 기록이.. 무려 한 달이나 지연되었네요

     

    본격적으로 관측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역대 최장 지연 사태인 것 같습니다.. ㅎ;;

     

    회사가 어떻고 일이 어떻고 하는 것은 모두 핑계일 뿐. 관측기 쓸 시간을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죠..

     

    회사에서 쓰던 업무용 노트북을 들고 와서 버스 안에서 한달 전의 관측 기록을 올립니다.

     


     

    ====================================================================================

     

    별하늘지기에서 1년 넘게 눈팅을 하면서 많은 별나라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별쟁이들과 소통하면서도,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하게 되는 사람은 결국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보현산팀의 송교수님, 궁수님, 이혁기님, 울산의 허주립님, 부산의 이현호님 등등..

     

    이현호님은 관측을 시작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별을 보고 느끼는 감성,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내가 추구하는 그것과 너무나 흡사하여 꼭 한 번 뵙고 싶었다

     

    (위에 언급한 다른 분들은 여러 자리에서 한 번 이상씩 뵙고 인사를 드렸음..)

     

    작년 설날 울산 배내골에서 허주립님, 장경훈님과 관측하며 45번 스케치를 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설날 관측회를 계획하게 되었다.

     

    장소는 울산 시내에서 멀지 않은 울산소방항공대. 요즘 울산 근방에서 각광받고 있는 관측지이다

     

    설날 당일, 애정남의 권고대로 서울 본가에서 차례 지내고 아침밥 먹고 바로 울산으로 출발했다

     

    삼공이(i30)에다 15인치 장비를 가득 싣고 원장님과 예별님을 모시고..

     

    나름 빨리 출발한다고 했는데 중부고속도로를 들어서니 벌써 끝없는 정체가 시작되었다

     

    맑고 파란 하늘. 운전석 창으로는 따뜻한 햇살이 연신 내리쬐고.. 차는 계속 서행으로 가다서다 반복.

     

    졸면서 앞 차를 따라가다가 '쾅!!!' 하고 부딪히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앞 차 운전자도 놀라서 뛰어나오고.. 고저 연신 고개를 숙이는 수 밖에.. ㅡ,ㅡ;;;;;

     

    소리가 그렇게 크게 났는데도, 앞 차인 흰색 그랜저 범퍼에는 자세히 살펴봐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자국 밖에는 남지 않았다

     

    내 차는 살펴볼 경황도 없고.. ㅡ,ㅡ;;

     

    사람 안 다친 것을 천만 다행으로 알고, 설날 좋은 날이니 그냥 가자는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을 복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겨우 사고를 수습하고 막히는 길을 지나 좀 달리다 보니 대구 인근에서 또 엄청난 정체...;;;;;

     

    두시간여 만에 대구를 탈출하여 달리다 보니 경주에서 또 정체.

     

    평소에 KTX 타고 두시간이면 가는 울산을 무려 10시간 동안 좁은 차 안에서 가려니 원장님과 예별님도 많이 힘들어하고

     

    내 욕심 채우겠다고 무리해서 차를 끌고 갔다가 오랜 시간 운전에 내 컨디션마저 급전직하.

     

    밤 8시. 울산 처가에 도착해서는 너무 피곤해서 별도 망원경도 생각 없이 그냥 쉬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밤이 되어도 하늘은 여전히 맑고,

     

    다른 일 모두 제쳐두고 관측지에 이미 나와 계신 허주립님, 이현호님과의 소중한 만남을 저버릴 수도 없는 일.

     

    두시간여 빠떼리를 충전하고 울산 소방항공대로 출발!

     

    울산 소방항공대는 울산 시내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

     

    순식간에 관측지에 도착하여 허주립님과 간만의 해후를 나누고 이현호님과 처음 만나뵙고 인사를 드렸다

     

    (사실 온라인 상에서 많은 교감을 하여 처음 뵙는 어색함은 전혀 없었음 ㅋ)

     

    ====================================================================
    관측지 : 울산 소방항공대

    관측자 : 허주립, 이현호, Nightwid

    관측장비 : Discovery 15" Truss Dob (진삽이)

    한계등급 : 4.5~5
    시상 : 2/5

    ====================================================================

     

    도심에서 가까운 것은 좋은데.. 하늘이 너무 밝다 ㅠ_ㅠ

     

    파인더 암시야 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

     

    슬슬 세팅을 마치고 허주립님이 끓여주신 라면을 먹고 이제 본격적으로 관측을 하려니..

     

    소방항공대 당직실의 불이 아직 꺼지지 않아 암적응에도 조금 문제가 있고

     

    10시간 이동의 피로감에 몸살 기운까지 몰려와 컨디션은 관측이 거의 어려운 상태..

     

    발가락 녹인다고 차 안에 들어가 한 시간을 넘게 자고 났는데도 몸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냥 접고 집에 갈까.. 하는 생각이 커지다가,

     

    원장님과 우리별 1호까지 그 고생을 시키면서 망원경을 가져왔는데 이렇게 철수하면 너무나 허무할 것 같아서

     

    뭐라도 하나만 보고 가자는 마음으로 가장 그리기 쉬운 산개성단이 뭐가 있을까 하늘을 뒤졌다

     

    마차부가 알맞게 떠 있는 것을 보고.. 37 36 38번을 차례로 보니 36번이 제일 심심하다

     

    더 고민할 것 없이 36번 스케치 시작.

     

    스케치를 시작할 때는 몸살에 피로, 오한으로 샤프 잡기도 힘들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점을 찍으면 찍을수록 몸의 아픔과 추위는 점점 사라지고 편안한 상태가 되었다.

     

    차범근 감독 어록 중에 '축구 선수는 축구로 구원 받는다'는 명언이 생각난다

     

    별보는 사람은 별을 통해서만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닐까. 36번을 관측하며 나는 작은 기적을 경험한다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함께 한시간여의 관측 끝에 36번 스케치를 마쳤다


     

    [M36, 흰 종이에 샤프]

    M36_Res_120124.jpg


     

    이 작은 성단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M36_Des_120124.jpg

     

    나는 36번에서 궁수자리를 보았다.

     

    학교 다닐 때 진짜 신기하게 닮았다며 낄낄거리던 그 돈데기리기리 돈데크만.. ㅋㅋ

     

    dondekman.JPG

     

    내가 처음으로 36번과 만난지 17년 정도 되었을텐데.. 그동안 내 기억 속에 36번은 어떻게 남아있었을까?

     

    에이 몰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오늘부터 나에게 36번은, 36에 대한 테이스팅은 '내 안에 궁수' ㅋㅋㅋㅋ

     

    관측을 마치고, 허주립님/이현호님과 반가운 이야기들을 조금 더 나누고 먼저 장비를 철수하고 집으로 복귀.

     

    (하기 문장은 이현호님 관측 기록에서 인용)

    [입장을 바꿔 생각해봅니다. 나같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수피령까지 가서 딱 1개 보고 철수한다면......

    별을 본다는 건 뭘까? 사람들은 왜 별을 볼까? 또다시 그런 의문이 듭니다......]

     

    사실 나는 한 개 관측에 성공했다는 것에 너무나도 기뻤다

     

    아무것도 못하고 철수할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라.. ㅎㅎ;;

     

    그리고 그 한 개의 관측에서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들을 찾고 느꼈으므로.. 아무 미련 없이 (사실 조금 미련이 남았지만)

     

    망원경을 접을 수 있었다

     

    아.. 겨울 애들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겨울 산개성단들 스케치를 더 해야 하는데..

     

    그 이후 두 번의 천문인마을은 모두 꽝 ㅋ

     

    메시에 스케치 진도를 화끈하게 좀 빼야 하는데..

     

    해가 가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핑계 거리만 늘어간다

     

     

     

     

     

                          Nightwid 無雲

     

     

댓글 4

  • 김병수

    2012.02.24 23:46

    사고가 있으셨군요;;; 현호님의 후기에서 읽었는데 그런 일이 있으셨네요. 잘 마무리 되셨길 바라구요.후기 잘봤습니다. 스케치도 예술이네요^^ 저도 참고하겠습니다 ㅎㅎ; 또다른 것을 찾아 상상하시는부분도 참...

    저도 스케치를 할때면 순간 빠져들어서 묘하게 집중이 잘될때가 조금 있는데요.많은 시간이 지나도 스케치를 하고 집중하고 있는 나를 볼때가있습니다. 그때가 관측중에 제일 좋은거 같습니다.

    느낌인 즉슨, 관측은 확인을 하는 것이고, 스케치는 우주로 나가서 돌아다니는 느낌입니다.
    스케치가 다끝나면 그때서야 주변을 돌아보며 지구로 온 느낌이 들어 담배한대를 물고 맨눈으로 하늘을 또
    보곤 합니다.
  • 조강욱

    2012.02.29 07:19

    스케치를 하게 되면, 그 순간은 더 깊은 심연의 우주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놀라운 것은 자기가 최고의 노력으로 만든 스케치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심연의 우주가 다시 보인다는 것이죠..

    스케치에는, 힘들어도 또 연필을 잡게 되는 마약과도 같은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김남희

    2012.02.25 04:12

    딴지1.. 15" 로 본 m36 .. 성단의 별 갯수가 너무 작아서 무효.....

    딴지2.. 유효기간 지난건 천벌 대상 일 것 같아 무효....... ㅋㅋㅋ
  • 조강욱

    2012.02.29 07:22

    해명 1 : 울산소방항공대에서는 저정도가 제일 많이 보인 거라고요 ㅎㅎ

     

    해명 2 : 유효기간은 지났어도 일단 쓰면 감형이 되기 때문에.. 생각해보니 지금 아픈게 다 천벌 때문이었군요.. 역시 무서워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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