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012년 Nightwid 관측계획
  • 조회 수: 12973, 2012-01-05 20:17:13(2012-01-02)
  •  


    광명을 찾겠다고 스스로 수술대에 오른지 이틀이 지났다.

     

    아직 회복이 덜 되어서 약간의 번짐은 있지만

     

    안경을 통해서 보던 것과 거의 같은 형상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하지만 25년의 습관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일까..

     

    아까 회사에 갔다가, 퇴근하려고 가방을 챙기다가.. 한참을 안경을 찾았다

     

    어디 앉았다 일어나기만 하면 내 안경 어디갔을까 두리번거린다

     

    TV를 볼 때도,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도 안경 벗었을 때의 제일 잘 보이던 자세..

     

    고개를 약간 숙이고 눈을 위로 뜨는 습관이 나도 모르게.. ㅎㅎ;;;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윤정한 형님께 메신저로 자랑질을 해댔다

     


     

    "형님, 저 오늘 라식 수술해요"

     

    "왜?"

     

    "새로운 하늘을 보려고요"

     

    "새로운 하늘이 꼭 더 좋을까?"

     

    "...."

     

     

     


     

    이미 저지른 일. 뒤돌아볼 여유는 없고.. 아직 흰자가 빨간자인 상태라 내 눈이 무서워서 거울을 못보는 것 말고는.. OK ㅎㅎ

     

    아이피스 초점 조절로는 어찌할 방법이 없는 고도난시가 어느 정도까지 개선이 될지는..

     

    진짜로 새로운 하늘이 보일지는, 또 그 하늘이 진짜로 좋을지는

     

    몇달 더 있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2011년이 시작하는 시점의 내 관측 목표는 두가지였다

     

    첫째로는 메시에 스케치의 진도를 최대한 많이 빼는 것,

     

    두번째는 별풍경 스케치를 시도해 보는 것이었다

     

     

     

    우선 메시에 스케치부터 보자..

     


     

    11년에 관측을 나간 총 횟수는 8회,

     

    그 중 신년관측회는 꽝이었으니 열외.. 그럼 7회가 남고

     

    그중 두 번은 울산 처가집에 갔다가 원장님의 배려로 망원경도 없이 울산과 대구의 별쟁이들을 만나서 논 것이니 열외,

     

    나머지 5번 중 한 번은 메시에 마라톤이었으므로 제외

     

    그러면.. 1년에 내 망원경으로 필드에 나가서 제대로 관측을 한 것은 4번 밖에 되지 않는다.

     

    일년간 완성한 스케치의 갯수는 총 10개.

     

    주어진 환경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택도 없이 부족하다.. ㅎㅎ

     

    마치 드라마에서 의사선생님의 대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같은 느낌도 들고.. ㅋ;;

     

    빨리 메시에 다 그려야 22인치로 업글 할텐데.. 이정도 스피드로는 10년 갈 듯 ㅠ_ㅠ

     

     

     

    두번째는 별풍경 그림.

     

    09~10년에 걸쳐 나에게 뎃생을 가르쳐 주셨던 별그림 선생님을 다시 뵈었다

     

    파스텔, 색연필, 아크릴 물감에 캔버스..

     

    학교 다닐때 그렇게 싫었던 미술을 내가 원해서 다시 배울 줄은.. 그것도 밤새워 노력하며 배울 줄은 정말 몰랐다.. ㅎㅎ;;

     

    그림 그리는 것에 소질도 없고 흥미도 없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울 어머니도 내가 스스로 그림을 배운다는 것을 놀라워하시고.. ㅡ,ㅡ;;;

     

    늦여름의 마지막 일요일, 마지막 미술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께 혼자서도 계속 꾸준히 연습하겠다고 했는데,

     

    사람의 마음이 원래 그런 것일까.. 그 뒤로 미술 도구를 다시 손에 잡지 못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또래들보다 조금 빨리 회사 생활을 시작한지도 이제 햇수로 10년째가 되었다... 헉......

     

    헉.... 10이란 숫자의 무게.

     

    연차가 올라가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별보기라는 취미는 월급쟁이에게 사치가 되어간다

     

    별보는 선배들을 봐도 그렇고 회사 선배들을 봐도 그렇고

     

    갈수록 한없이 빨라지기만 하는 광란의 질주 속에서,

     

    시간은 원래 만들어 써야 한다는 내 오랜 믿음도 물리적인 한계 앞에서 점점 타협과 체념을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

     

     

    불평 불만 넋두리는 여기까지만 ㅡ,ㅡㅋ

     

    2012년의 관측 기조는 무엇으로 잡아야 할까?

     

    (회사에서 마케팅 전략 업무를 하다 보니 별나라에서 발표를 할 때도, 목표를 세울 때도 회사에서 하던 습관대로 흘러가는 것 같다.

     지난번 윤호씨의 DSW 발표를 보면서 직업은 참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1. 메시에 스케치

     

    스케치, 특히 메시에 스케치를 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로 정말로 봐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10여년간 최고의 가치로 숭배(?)했던 '도전대상'에 대한 욕심은

     

    등산에 비유한다면 정상을 밟는 행위인 것. (정복이란 표현은 차마 쓰지 못하겠습니다)

     

    그럼 정상을 밟기 위해 거쳐간 산길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산중턱에 핀 들꽃과 나무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면 내가 그 산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가 있을까?

     

    메시에를 보는 것은, 그리고 그것을 더 관심있게, 애정을 가지고 즐기고 공부하고 뜯어보는 것은 정상 정복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메시에 全대상 스케치는 09년 여름부터 시작한 장기 프로젝트이지만.. 아직 진도는 20% 수준.

     

    오늘 친가에 가서 진삽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1년반 만인가..

     

    강원도에 갈 시간이 잘 나지 않을지라도.. 은평뉴타운에서 1시간 거리로 갈 수 있는 경기 북부 관측지를 찾아보려 한다

     

    성운이나 은하는 어려울지라도

     

    밝은 산개성단은 가능하지 않을까

     

    마음 같아선 천문인마을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한 열흘 낮에는 자고 밤에는 스케치 4장씩 하면 바로 40장인데.. ㅎㅎ

     

     

     

     

    2. 별풍경 그림

     

    Deepsky 스케치는 이제 스스로 알아서 할만한 정도가 되었지만..

     

    색조가 들어가는 별풍경 그림은 아직도 너무나 어렵다. 거기에 노력도 부족하고....

     

    머릿속에도 그릴 그림이 몇 개 있는데

     

    달스케치와 마찬가지, 테크닉보다 시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여유을 가지는 일인 것 같다..

     

     


     

    3. 관측 교류

     

    해외 관측자들의 활동을 지켜보면.. 대략적인 통계를 추정해 볼 수 있다

     

    (편협한 생각일 수 있으니 틀리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안시관측의 관점에서 지구상의 별보는 사람이 100명이라 한다면, 그 중 80명은 미국과 캐나다에 사는 백인이고

     

    나머지 20명 중 15명은 유럽에 사는 백인이고

     

    나머지 5명 중 2명은 호주에 사는 백인이고

     

    나머지 3명이 아시아(한국 일본 이란)와 남미에 사는 사람인 것 같다..

     


     

    ASOD에 올라오는 혁신적인 개념의 스케치, Cloudy Nights의 경험 많은 열성 관측자들을 보며 느낀 것은

     

    정말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과 관측 경험을 교류하고 화두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내 별보기가 한단계 더 발전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문제는 내 영어 실력.. ㅡ,ㅡ;;

     

    좀 틀려도 어설퍼도 뜻은 통하겠지만...

     

    별보기는 근본적으로 아날로그적인 활동인데..

     

    한국말로 하는 것과 같이 완벽한 뉘앙스의 전달이 되지 않는다면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는 것이 문제.

     

    많이 부딪혀보고 들이대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정 답답하면 자기들이 한국말을 배우겠지....

     

     


     

    4. 메시에마라톤

     

    메시에마라톤 은퇴(?)를 번복하고 새로운 구실을 만들어 작년에 다시 메시에마라톤에 참가했다

     

    그 구실은 성도 없이 하는 마라톤.. ㅋ;;  일본풍의 영어로 '휴먼 메시에 마라톤'이다

     

    작년에는 61개의 기록을 남겼는데, 호핑길을 까먹은 것도 있고 날씨도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올해는 좀 더 정교하게 성도를 외워서 도전해 볼 계획이다

     

    성도를 외우니 하나 좋은 점은.. 어짜피 요즘은 메시에만 보기 때문에

     

    관측 갈 때도 아예 성도가 필요 없어진 것.. ㅋ;;

     

     


     

    5. 개기일식

     

    11월 14일 호주 케언즈에서의 개기일식....

     

    나는 중국에서 다이아몬드 링을 놓친 천추의 한을 풀기 위해.. 무조건 갈 예정이다

    (참조 : http://www.nightflight.or.kr/xe/32627)

     

    유혁대장님~~ 어디 계신가요~~ 원정대가 다시 뭉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ㅋ;;;

     

    유격 관측 일정은 병수님이 짜주실 거에요.. ㅎ;;;;

     


     

    근데.. 5월 21일 도꾜에서 있을 금환일식 시간을 보니.. 아침 7시 반이네???

     

    다이아몬드링이 없는 개기일식은 고기 없는 스테이크요 떡 없는 떡볶이이긴 한데..

     

    스테이크 사이드메뉴라도, 떡볶이 양념이라도 맛보러 갈까?? 하는 자체 뽐뿌가 갑자기 진행중입니다.. ㅎㅎ

     

    일요일 밤 마지막 비행기로 떠나서 하네다 공항에서 몇시간 눈 붙이고,

     

    아침에 오다이바 정도로 이동해서 일식 보고 다시 하네다 공항으로 이동하여 바로 귀국,

     

    회사에는 월요일 오전 반차만 쓰고 오후에 아무일 없었다는 듯 출근하는 것.. ㅋ

     

    내 머리는 왜 이런 쪽으로만 돌아가는지.. ㅡ,ㅡ;;

     

     


     

    6. Writing & Speaking

     

    스케치에 대한, 관측 추천대상에 대한, 별보기의 본질에 대한 글 등.. 생각나는 대로 흘러가던 대로 쓰던 글들을

     

    좀 더 체계화하고 정교하게 써서 나 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정리하고 싶다

     

    그리고 스스로 확고하게 정립한 내용을 바탕으로

     

    가끔 있는 세미나 or 강의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더 본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얘기를 하고 싶다

     

     


     

    7. 야간비행 100선

     

    메시에 스케치 프로젝트 틈틈히.. 야간비행 100선에도 일조를.. ㅋ;;

     

     


     

    8. DSW 세미나

     

    내 순서 맞춰서 발표 준비하기도 급급한 현실이긴 하지만..

     

    최대한 자주 참석해서 새로운 insight를 얻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

     

     


     

    9. 미술 & 음악

     

    이제 해가 지나 별보기를 시작한 햇수가 19년이 되었다

     

    항상 해마다 나름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종류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모든 활동의 초점이 '스케치'로 모여진 지금,

     

    별그림에 도움이 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판이다.. ㅡ,ㅡ;;;

     

    원래부터 그림에 센스가 있었던 사람도 아니고,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작년 한해 느낀 것은.. '미술'과 '음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별그림의 발전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전공한 사람은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지

     

    기회가 될 때마다 관심있는 전시회에 가 볼 생각이다

     


     

    음악은..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듣고 영감이 떠올라 그림을 그렸던, 꼭 그런 직접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여러 종류의 음악을 들으며 별그림 그리기에 필요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보충해 나가려고 한다

     

    한솔형님과 남희형님, 최샘..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

     

     

     


     

    쓰다 보니,

     

    내 올해 관측 기조는 별보기의 본질을 찾는 여행이 될 것 같다

     

    혼자 하는 노력, 여러 사람들과의 교류, 거기서 얻는 배움과 깨달음..

     

     

     


     

    1년 뒤에,

     

    별보기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찾게 될까?

     

    (참고로.. 현재의 내 답은 '감질맛'이다.)

     


     

    스스로 기대되면서도..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또 무엇일까? ㅡ,ㅡ;;;;

     

     

     

     

     

     

     

     

     

                                   Nightwid 無雲

     

     

댓글 6

  • 김경구

    2012.01.02 19:09

    경기북부에 좋은 관측지 발견하시면 같이 다녀요. ~~

    저도 올해 목표가 메시에 목록 스케치 하기랍니다.

    달밝은 날은 쉬지않고 달 그리구요.

    조강욱님의 식지않는 열정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조강욱

    2012.01.05 20:15

    김경구님, 댁이 경기북부 쪽이시면 서로 도움될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

    좋은 관측지 같이 찾아보시죠.. ㅎㅎ

  • 류혁

    2012.01.03 00:15

    드디어... 라식수술을 하셨군요... ^^

     

    지금은 조금 불편해도 시간이 가면 갈  수록 훨씬 편해질껍니다.   밝은 불빛 주변의 둥그런 번짐의 크기도 갈수록 줄어들고요.

     

    새로운 안시관측 장비의 도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 조강욱

    2012.01.05 20:16

    ㅎㅎ 궁극의 장비를 하나 장만했는데요..

     

    아직은 번짐이나 충혈 때문에 그렇게 만족할만한 성능은 아닙니다.. 기다려 봐야죠 ^^;;

  • 박한규

    2012.01.03 18:52

    저는 노안이 어느정도 정착된 후에 손을 댈려구요.

    망막에 손대는 것 보다 렌즈 삽입술이 어떨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단 축하드립니다.

  • 조강욱

    2012.01.05 20:17

    저는 노안이 한 10년 남았다는 판단 아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서 도전해 보았죠 ^^;;

    천문인마을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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