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001 노가다와 완성도의 상관관계 - 인제
  • 조강욱
    조회 수: 11769, 2011-10-15 23:22:07(2011-10-15)
  • 우기나 다름없던 여름이 지나고

    드디어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을이 되었다

    (저주받은 날씨가 가을이라고 갑자기 맑아지는 것도 신기하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아직 존재하나보다)

    그런데... 추석이 지나고 관측 시즌이 시작될 무렵,

    회사업무가 미친듯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9월 마지막 주. 별빛에 목마른 별쟁이들은

    각자의 장소로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필사의 대탈출!

    하지만 나는... 새벽부터 새벽까지 퀭한 눈으로 사무실에서 파란 하늘만 구경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천벌받을, 분통 터지는 일이 있을까.


    미친듯한 레이스가 끝나고 월요일 오후부터 평화가 찾아왔는데..

    하늘은 계속 맑은데 주중이라 마음껏 볼 수가 없으니 이건 더 큰 고문이다

    매일 매일 주말 연휴 날씨만 모니터링한다

    1 2 3일 중 맑은 날이 나오면 무조건 나간다...


    기다리던 토요일이 되었는데, 그 파랗던 하늘이 오후가 되어갈수록 점점 구름에 덮여간다

    야간비행 예보관 최샘도 애매하다는 말씀 뿐.

    한달에 한장의 카드밖에 쓸 수 없는 입장이라, 갔다가 꽝이면 그냥 이번 시즌을 날릴 것 같고..

    내일이 더 좋을것도 같고 구름이 올것도 같고..

    갈팡질팡 하다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진리의 말씀.

    "먹을 수 있을때  우선 먹고 본다"

    내일은 내일의 별이 뜨겠지.. 그냥 출발!!


    황금 연휴 첫날 오후. 가는 길마다 엄청난 차량의 행렬..

    두시간이면 갈 인제를 4시간이 걸려서 겨우 도착.

    전날 새벽에 졸면서 달관측 준비도 다 해놨는데..

    저녁 8시 20분에 관측지에 도착해보니 달은 이미 안녕.

    이미 다들 딥관측 모드로 전환한 상태였다


    ===================================================

    관측일시 : 2011.10.1 20:30 ~ 05:00

    관측장소 :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관측자   : 최형주, 김경싟, 최승곤, 김원준, 김정원, Nightwid
               윤석호, 안정철, 유호열, 토성, 동은아빠

    관측장비 : Discovery 15인치 Dob

    한계등급 : 6.0  
    시상     : 3/5
    운량     : 1/10

    특이사항 : 이슬 다량, 자정 이후 영하권 진입

    ===================================================


    효율적인 관측을 위해 Atlas 크레이터와 31번, 33번, 34번, 77번, 71번, 56번의

    밑그림용 자료사진을 뽑아 왔는데.. 달은 이미 없고,

    다른 애들은 안시로 밝게 보이는 별들과 사진상의 밝은 별들이 매치가 되지 않아 무용지물.. ㅠㅠ

    딱 하나.. 31 32 110의 상대적인 정확한 nucleus 위치만 유용하게 참조할 수 있었다

    첫 관측은 56번. 메시에 마라톤이 아니면 눈길 한번 줘본 적 없는 대상이다

    (사실 메시에 대상의 70%는 같은 처지인 듯. 내가 스케치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은 구상성단. 하지만 V자 모양의 inner chain과 그 바로 아래 별들의 밀도가 적은 부분을 관측할 수 있다

    특히 inner chain이 outer chain과 길게 연결되는 특이한 구조가 인상적이다

    요즘 ASOD 스케치를 보면서 느낀 것은,

    스케치의 생동감을 위해서는 아이피스 내의 별들을  최대한 많이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 자체는 간단한 애였지만, 주위 별들을 정확히 찍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M56 Sketch]



    [M56 Description]



    별을 좀 더 정성들여 찍다보니, 흰 바탕보다 검은 바탕으로 역상을 만드는 것이 더 생동감이 살아난다.

    역상으로 만든 김에.. 좀 더 전통적인 방식에 충실하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M56 Sketch, 클래식 버전]



    아.. 난 이게 더 나은 것 같은데.. 어떤가요? ^^;;;




    다음 대상은 71번.

    정말 이것이 구상성단이 맞을까?  그럼 11번은? ㅋㅋㅋ

    휴대폰에 남희님이 추천해주신 별이 생각나는 음악,

    굴드 버전의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담아서 스케치 할때마다 반복하여 들었다

    [Glenn Gould]



    러닝타임 52분. 연주를 들으며 몇 분 정도 지났는지 인지하고 있으니

    시계 본다고 암적응 깨지 않아도 되고

    모래시계처럼 시간 관리를 하는 용도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ㅎㅎ

    CD를 구입한 뒤 출퇴근 길에 한 60번 정도 들은 것 같은데

    음악에는 전혀 지식이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있다

    피아노 선율을 흥얼거리면서 점을 찍으니 그림이 더 잘되는 것도 같고.. ㅎㅎ


    처음 관측할 때는 구형의 산개성단처럼 보였는데,

    점점 찌그러져서 30분 정도가 지나니 완전 쐐기 모양이 되었다

    내가 그동안 본 가장 신기하게 생긴 구상성단으로 임명하노라.. -_-ㅋ


    [M71 Sketch]



    [M71 Description]






    막간을 이용해서 분야별 미운오리를 찾아보자..

    행성상성운 돌연변이의 최고봉은 생각할 것도 없이 5189번.

    은하는?

    4485/90? 7479? 5128? 55? 6822? 6045? 2207? 4449? 아님 Arp?

    너무 후보가 많은 것도 문제.. ㅎㅎ


    산개성단은? IC 2156/7


    발광성운은? NGC2359



    서천동 안정철님께서 제조하신 야전 라면을 한사발 먹고 가을 대상 관측 시작.

    진삽이는 주인과는 달리 키가 너무 커서 천정 부근을 볼 때는 2단 발판을 꼭 사용해야 한다

    그 때문에.. 장시간 집중 관측이 필요한 스케치 작업시에는

    불가피하게.. 발판이 필요 없는 남중이 지난 대상이나 떠오르는 대상을 관측해야 한다

    31 33은 완전 남중이라 시간을 좀 더 기다리기로 하고, 우선 먹음직스럽게 떠 있는 M77부터..

    77번은 정면 나선은하인데다, 나선팔도 가늘고 희미해서 정말 재미없는 대상인데,

    스케치도 그릴 것이 별로 없다.

    110개를 다 그리려면 재미있는 놈도 없는 놈도 있겠지..


    [M77 Sketch]



    [M77 Description]




    놀라운 사실은 며칠 뒤 매수팔에서 알게 되었다

    뉴멕시코 원정 관측을 다녀온 김병수님.. 77번의 희미한 나선팔은 '당연히' 보인다는 것이다

    (개그콘서트 서울메이트 식으로 말하자면.. '미국 M77은 돌아가는 소리가 달라' 정도의 분위기랄까? ㅋ)


    자정이 넘어가고 기온은 영하가 되었다

    더이상 이슬은 내리지 않는다. 얼어서.. ㅡ_ㅡㅋㅋ

    아 잘난 카믹 방한화 챙겨올걸.. 설마 10월 1일에 영하로 떨어질 줄 알았나..

    발 녹인다고 차에 들어가서 한숨 자고 나오니 어느덧 시간은 새벽 3시.

    마지막 피치를 올릴 시간.. 굴드베르크 변주곡을 틀어놓고 31번을 잡았다

    내가 가장 미워하는 은하인 31번.. (안드로메다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110번은 좋아하기 때문이다 ㅎㅎ)

    1분 이상 31번을 관측한 것은 별을 본 이후로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3번과 42번 스케치의 실패에서 배운대로..

    큰 대상을 그릴때는 최대한 넉넉한 배율로 그려야겠다..

    40mm XL을 장착하니 좀 허전한듯 하지만 31, 32, 110이 여유있게 한 시야에 들어온다

    그냥 커다랗고 뿌옇기만 한.. 110번 방향으로 있는 암흑대 한줄기 외에는

    볼만한 구조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스케치 시작 후 한시간 정도 지나니, 하늘에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투명도를 조금씩 잃어간다

    재미도 없는 31번.. 이쯤에서 마무리 해야겠다..

    생각보다 나선팔이 덜 보여서 의도한 화각이 덜 채워졌는데..

    괜찮아.. 넘치는 것보다는 한눈에 들어오는게 낫지..

    그리고 한방에 메시에 스케치 3개를.. ㅎㅎㅎ

    다 그려놓고 보니 8인치로 본 안드로메다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206도 없고 성운기도 약하고 이중 암흑대도 없고..

    뭐 어때. 나는 보이는대로 정확히 그렸다고... ㅡ.,ㅡ;;;

    아담하게 들어오는 구도를 보니.. 42번과 33번을 다시 그려야하나.. 고민이 된다


    [Andromeda Sketch]



    [Andromeda Description]



    어쨌든 저녁 9시부터 새벽 4시반까지 스케치 4장을 했다

    이제 웬만한 대상은 한시간 내로 스케치를 완료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렇다 해도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밤새 그릴 수 있는 스케치는 5장 내외가 최대일듯.

    안시로 보이는 별들과 최대한 비슷하게 보이는 성도나 사진을 구한다면

    사전 준비 작업을 통해 시간은 좀 더 단축될수도..

    세어보니 2009년 시작 이래로 총 22장의 스케치를 만들었다

    휴.. 이 스피드로 언제 110개 다 채우고 구경 업글 하나.. ㅠㅠ



    결과는? 나름 만족.. ㅎㅎ

    다만 관측의 효율을 위해서 좀 더 신뢰성 있는 세부 성도를 구해서

    배경별들 위치를 스케치 용지에 사전에 표시해 놓아야 할 듯..


    그리고 항상 뵙고 싶던 윤석호님..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음엔 좀 더 시상 좋은 하늘 아래에서 같이 행성 관측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Nightwid 無雲

댓글 6

  • 김남희

    2011.10.17 07:38

    m56에 V가 숨어 있었군요. 전 강욱님을 통해서 다 그렇고 그런 비스무리한 대상들의 특징,포인트를 잡아내는 특유의 예리함을 참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57보면서 그저 생각나면 한 번 훓어보는 대상이었는데..... 담에 꼭 V를 찾아 보겠습니다.

    스마트 폰으로 볼때 굴드 모습이 스케치가 아닐까 혹시 하고 다시 봤습니다.ㅋㅋ (나 스마트 폰 바꿨음^^)
    전 영화는 거의 안보는 편인데 영화 한 편 강욱님께 소개해볼까 합니다.
    "피아니스트" 조용하고 깊은 저녁에 예별이 재우고 원장님과 캔 하나 따며 감상해 보시지요.
    여기에 골든 베르그가 잠깐 나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곡을 듣는 순간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전율을 느꼈습니다.
    소개 링크 할께요.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5187#story
  • 윤석호

    2011.10.18 02:48

    세상의 모든 업적은 노가다로부터 나온다. 요거 진리인 것 같습니다.
    별보기에서 노가다의 진수는 역시 스케치. 근데 저는 못합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요즘은 별보러 가면 망원경 들여다보는 시간보다 그냥 멍하니 하늘 쳐다보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네요. 그냥 그런게 좋아서 그러고 있는데 강욱님 노가다 작품집을 그날
    보니 내가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 이형섭

    2011.10.18 21:00

    그 날 집중하며 그리신 작품이군요...

    관측 전 사진으로 본 대상, 관측하며 본 대상, 강욱님 께서 스케치로 그린 대상..
    모두 다른 매력으로 느껴집니다.

    그날 보여주셨던 포트폴리오를 생각 하니, 무수히 많은 날들을 노가다 하셨을 모습이 그려집니다.. ^^
  • 조강욱

    2011.10.19 09:51

    남희님 - 그렇고 그런 비스무리한 대상들의 특징을 잡아내려면 스케치가 가장 속편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선거할때 사돈의 팔촌까지 뒤지면 뭐 하나는 걸리는 것처럼 계속 보다보면 무언가 특징이 하나씩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 꼭 찾아서 볼께요 감사합니다 ^^
  • 조강욱

    2011.10.19 09:52

    석호님 - 저도 멍하니 하늘 바라보는 여유 좋아하는데..
    성격상 그게 잘 안됩니다.. ㅋ;;
    다음엔 행성 관측 한수 갈쳐주세용~ ㅎ
  • 조강욱

    2011.10.19 09:53

    형섭님 -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날들을 노가다를 해야 합니다.. ^^
    노가다도 하면 조금 느는 것인지..
    기존에 했던 노가다들이 아쉬워서
    갈수록 스스로 더 빡신 노가다 기준을 만들어 가는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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