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10730 성자삼천지교 - 보현산 무풍지대
  • 조강욱
    조회 수: 11457, 2011-08-01 11:19:25(2011-08-01)
  • 휴가를 맞아 울산의 처가에서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별하늘지기 회원들과 보현산 관측을 하게 되어 관측기 게시판에 글을 올립니다 ^^


    =============================================================================================

    휴가 이틀째 저녁. 저녁 시간에 마님 친구들을 만나러 차를 타고 울산 시내로 이동하다가

    하늘빛을 한 번 보고.. 무언가 남자의 직감으로 스말트폰을 들고 별하늘지기를 검색해보니

    보현산 번개가 공지되어 있었다


    참가자를 쭉 검색해보니 허주립님(블루스카이) 장경훈님(찰리74) 등 울산 별지기님들도 총출동!

    보현산도 가보고 싶고 별하늘지기 아이디만 익숙한 남쪽나라 분들도 한번에 모두 뵐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두시간여 마나님과 친구들께 충성과 재롱을 바치고 밤샘 관측권을 쟁취.. ㅎㅎ

    허주립님 차를 얻어타고 18인치와 함께 저녁 8시반에 보현산으로 출발!

    가는길에 번개 취소된 야간비행 게시판에 살짝 염장도 지르고.. ㅎ;;

    천벌을 받았는지 고속도로 위에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ㅡ_ㅡ;;

    보현산 1100m 고지는 용가리 통뼈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굳은 믿음을 가지고 전진.

    울산 출발 1시간 50분만에 보현산에 도착했다

    정상 주차장은 구름 때문에 관측 불가.

    정상 가는길에 '무풍지대'라는 공터에 이미 많은 분들이 와 계셨다

    문필터를 나눔해 주신 고마운 송재원 교수님도 뵙고

    궁수님 진국님 불량만두님 팔랑귀님 피아니스트님 등등 많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조금 뒤에 도착한 사막의은하수님까지..

    한번도 뵌 적 없는 보현산 우주관람팀의 환대를 받으며,

    정말 별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껴보았다



    그런데.. 허주립님이 망원경 세팅을 마칠 즈음..

    하늘을 덮고 있던 은하수는 점점 구름과 안개 속으로.

    보현산까지 와서 꽝을 기록할 순 없지..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에

    늦게 도착하신 장경훈님의 정보. 산 아래 천문과학관의 날씨가 기가 막히다는 것이다

    18인치 세팅 완료와 함께 바로 철수 결정! ㅠ_ㅠ

    별만 볼 수 있다면야..

    다시 산을 내려오니, 가득하던 연무가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다

    산 위는 절망인데 산 아래가 말짱하다니.. 이건 무슨 조화인가 ㅋ

    뭐가 어찌되었던, 별만 잘 보이면 됐지 뭐....

    허주립님 18인치를 다시 열심히 조립하고 있는데..

    산 능선을 타고 연무가 다시 스멀스멀.. ㅡ_ㅡ

    각자의 망원경이 세팅을 마칠 즈음, 별들은 다시 하늘 깊은 곳으로 숨어버렸다

    여러 분들이 준비해오신 라면과 김밥과 커피로 야식을 즐기며 하늘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렸지만

    야속한 보현산의 하늘은 아무도 원치않는 숨바꼭질과 밀땅질을 반복하며 사람들의 인내력을 시험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몇분이 먼저 다시 산정상 무풍지대로 ㄱㄱ

    잠시 뒤 들려오는 소식.. 위쪽은 다시 하늘이 열렸다고..

    아오 보현산 이자식을 그냥 ㅡ_ㅡㅋㅋㅋ



    새벽 1시 30분. 모두들 장비를 꾸려서 다시 정상으로 이동.

    세번째 세팅 작업을 하려니 나를 포함한 망경 설치 일일 알바생들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순식간에 18인치 재조립 완성.. ㅎㅎ

    별 한번 보겠다고 황금연휴 금요일 저녁에 이 촌구석까지 온 사람들인데

    별만 볼 수 있다면 한밤중에 망경 세팅을 세번이 아니라 몇번을 한다 해도 마다하겠는가.

    보현산에 찾아올 정도면 우리는 모두 비슷한 정도의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겠지만

    땅만 보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 입장에선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충분히 나올만한 일이다


    이날 보현산의 하늘은.. 연무가 살짝 끼었는지 베스트를 보여주지는 못했는데,

    경험적으로는 수피령의 맑은 날과 비슷한 정도의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육안 한계등급 5.5에 시상 3/5 정도.. (경험에 의한 추정치)

    오늘은 망원경도 스케치북도 없이 맨몸 순정품으로 온지라

    아무 욕심 없이 여러 분들의 망원경을 돌아보며 동냥 관측에 주력.. ㅋ;;

    주로 허주립님 18인치, 궁수님 16인치, 송재원 교수님 14인치, 장경훈님 12인치 곁에서 놀았다

    7789를 좋아하시는 분이 참 많았다

    장미꽃이란 해석에 동의해 주신 분도 있었고.. ㅎㅎ

    내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산개성단 7789..

    처음 7789를 보았던 1997년 가을의 감동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넓은 영역에 일정한 밀도와 밝기를 가진 셀 수 없이 많은 자잘한 별들의 집합.. 그 위에 무질서하게 뿌려진 암흑대!

    아.. 대체 이것은 무엇인가.. 깨진 유리조각? 검은 장미? 아니면..?

    그 후로도 7789의 느낌은 항상 달라지는데.. 이날 보현산에서의 느낌은 한 송이 장미 ㅎㅎ


    궁수님이 페가수스자리 은하들을 찾고 계시길래 7479를 추천하여 드렸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없게 보인다.  아.. 아까운 관측시간.. 인건비 ㅠㅠ

    궁수님은 16인치를 장만하신 이후 은하 관측에 주력하고 계신다

    같은 취향을 가진 분을 만나니 너무 반갑고 즐겁다

    역설적으로 16인치를 가지고 구경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은하 공략이 제일 효과적인 것.. ㅋ

    송재원 교수님은 자전거 바퀴를 이용하여 멋진 망원경을 만드셨다

    야간비행식으로 이름을 짓는다면 자전거 휠로 하는 삽질,  '휠삽' 정도가 어울릴 것 같다 ㅎㅎ

    베가의 스펙트럼 상을 보여주셨는데..

    보는 순간 든 생각.. 이걸 어떻게 그리냐..  ㅋㅋㅋ

    무지개색 스펙트럼 사이로 세로의 가는 흡수선들이 보일듯 말듯 숨어 있다

    난 항상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아무 생각 없이 스펙트럼을 보고 있는 내가 딱 그렇다

    왜?라는 물음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 그저 신기한 영상 하나 본 정도의 수준밖에는 되지 않는다

    사막의 은하수, 박홍국 교수님은 뮤론 250을 쓰고 계신다

    아! 언제봐도 아름다운 뮤론의 자태..

    우리 흰둥이(뮤론210, 2004년 헤어짐)는 누가 입양해 간지도 모르겠고..

    다만 열정적이고 시간 많은 주인 만나서 행복하게 별 많이 보고 잘 살았으면..

    만약 누군가의 베란다 창고에서 숨죽여 울고 있다면,

    내가 다시 데려와서 꼭 필요한 분께 재입양이라도 시켜줬으면 좋겠다

    언젠가 입양시키게 될 우리 진삽이(15인치 돕)도.. ^^


    백조가 남중을 막 지났길래 허주립님 18인치로 베일을 잡았다

    동베일(6960) 위로 날카로운 성운기가 겨우 보이는 정도..

    100배에 UHC면 딱인데.. 마침 그 조합이 없다

    아쉬운대로 80배에 O3를 장착하여 보니

    살짝 아쉽긴 하지만 베일 성운의 세부 구조를 어느정도 관측할 수 있었다

    나는 호주 아웃백에서 본 베일의 후유증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감흥이 덜했지만.. 많은 분들이 보시고 즐거워해 주셨다

    27번, 399번, 6781번, 목성 등 여러 대상을 가볍게 보고 있으려니 벌써 날이 밝아온다

    그도 그럴것이.. 전례없는 맹모.. 아니 성자삼천지교를 실행한 직후라 실 관측시간은 채 2시간도 되지 않았다.. ㅋ


    밝아오는 하늘 아래.. 기념사진으로 암적응을 깨끗이 정리하고..

    아침부터 이어질 정상적인 휴가 일정을 위해 쉬지않고 달려 새벽 6시 울산 도착!

    잔뜩 찌푸린 울산 하늘에 썩소 한번 날려주시고.. ㅋㅎㅎ 관측 끝!




    울산의 별지기님, 허주립님과 장경훈님께 벌써 두번이나 신세를 지었습니다

    충분히 불편하실법도 한데 늘 반갑게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송재원 교수님, 궁수님을 비롯한 보현산 우주관람팀 여러분들,

    과분한 환대와 열정을 보여주셔서 너무나 즐거운 관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백야드님.. 못 뵈어서 아쉽습니다

    삼성 똑딱이 디카도 챙겨서 갔는데.. ㅎ

    사막의 은하수님. 저는 지금 가족들과 경주 블루원 리조트에 있습니다

    경주에 오니 마치 오래된 지인처럼 교수님이 생각나네요.. 경주의 맑은 하늘에서 다시 뵙기를 기원합니다!



    간만에 느껴본 시끌벅적한, 수많은 별쟁이들의 향기와 열정을 취하도록 느낄 수 있었던 밤이었습니다

    비록 성과주의를 추구하는 일면으로는 스케치 한 장 그리지 못한.. 관측이자 관측이 아닌 것이기도 하지만

    여러 별지기님들을 알게 된 것이 훨씬 큰 성과가 아닐까요?

    그날 삼세번 좌판을 폈다 접었던 모든 분들,

    앞으로도 즐거운 관측 되시고 종종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Nightwid 無雲

댓글 8

  • 김남희

    2011.08.01 19:02

    왜 충성과 재롱을 바친다는 말이 맘에 와 닿을까....ㅋㅋ
  • 김병수

    2011.08.01 19:28

    '세상에 이런일이'있군요.
    그래도 강욱씨는 하늘 한 번 봤잖아요.

    망원경이 차 뒷트렁크에서 덜렁거리는지 열흘이 넘어가는데...
    곰팡이 폈는지 한번 열어봐야 겠어요...ㅠㅠ
  • 최승곤

    2011.08.01 21:20

    29일밤.. 제주도에서 화려한 밤을 보냈습니다.. 망원경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숙소가 한라산 중턱이라 날씨의 변화가 많았지만.. 그날밤은 매우 좋아 주위의 하늘이 모두 열리고..
    은하수까지 멋있게 보이더군요.. 온통주위가 가로등 불빛인데도..

    관리하시는 분께 하늘 별빛이 너무 좋으니.. 혹시 가로등을 끌수 있는지 부탁하니..
    이곳에 오신분들은 이 불빛을 더 좋아 한다네요.. ㅠ.ㅠ..
    다행히 12시가 되니 가로등 1개빼고 모두 소등... 양평벗고개 정도 or 좋은 하늘... 황홀한 밤이였습니다.
  • 조강욱

    2011.08.02 18:14

    남희님 - 충성과 재롱도 별보기의 Process상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요? ㅎㅎㅎ
  • 조강욱

    2011.08.02 18:46

    병수님 - 미러박스에 물먹는하마 꼭 넣어놔야겠습니다 ^^조만간 강원도 인근에서 뵙게 되길 기원합니다!
  • 조강욱

    2011.08.02 18:51

    승곤님 - 그 전날에는 제주도가 열렸었군요
    숙소에서 벗고개 정도라면 조금만 더 찾아보면 엄청난 하늘을 찾을수도.. ㅎㅎ
    어쨌든 즐거운 여행&관측 축하드립니다 ^^
  • 정기양

    2011.08.03 17:12

    어제 박교수님, 송교수님과 저녁을 함께 했는데
    두 분 모두 강욱님의 글숨씨와 열정에 감탄들을 하시더군요.
    저야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처가에 가서 점수도 따고, 별도 보고...
    일석이조의 휴가를 보내신 것 축하드립니다.

  • 조강욱

    2011.08.05 03:20

    기양님 - 언제 남쪽 지방까지 내려가셨나요? ^^;;
    여유롭게 식사하면서 별이야기 할 기회가 또 있으면 저도 불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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