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00116 야간비행 신년관측회
  • 조강욱
    조회 수: 11075, 2012-02-24 01:29:29(2010-01-20)
  • 내가 신년(송년) 관측회에 처음 참석했던 것이 언제였더라?

    2004년 가을에 야간비행에 들어왔으니 2004년 12월에 매봉산장에 처음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도 신년관측회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또는 시작하는 행사였고

    목살구이와 철판볶음밥은 그때도 전통이었으며

    눈밭과 맑은 하늘은 그때도 공식이었다

    아직 역사와 전통이 그리 깊은 동호회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전통을 존중하고 이어나가는 야간비행 분위기를 좋아한다

    (물론 뜻이 맞으니까 활동을 하는 것이겠지.. ㅡ.,ㅡ;;)


    신년관측회에 한 번도 빠진 적은 없으니 올해로 벌써 6번째 참석이다

    처음 매봉산장에 갔을 때는 여친님과 같이 갔었는데,

    그 다음해에는 마님을 모시고 갔고

    또 몇 년 후에는 예별이까지 세가족이 참석하게 되었다.. ㅎㅎ;;;


    이번 관측회의 목표는 진작부터 정해져 있었다

    1. 새로 구입한 '발가락 짤라짐 통증을 예방하기 위한 장비'의 필드 테스트

    2. Leo I 관측

    3. 윤정한 형님 따라하기



    1. 생체실험

    'KAMIK'이라는 신발은 재작년부터 알고 있었다

    유난히 발가락이 추위에 민감한 나는

    최샘 사무실에 멀쩡히 앉아서도 혼자서 발가락이 시려운 수준이다

    발가락을 제외한 다른 신체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추위에 둔감한 것을 생각해보면 스스로 생각해도 기가 막힐 정도다 ㅡ_ㅡ;;

    혹자는, '외계 행성에서 왔음이 분명한 조강욱이 지구로 파견되기 전에 보너스로 온몸에 특수 방한 코팅을 완료하고 왔는데

    발가락을 잡고 코팅을 하다보니 그 부분만 코팅이 안 되었다'라는 아킬레스 짝퉁스러운 설을 주장할 정도로 ㅡ.,ㅡ;;;;;

    내 발가락은 불가사의한 부위이다.... (사실 추위에 너무나 둔감한 다른 부위가 더 궁금하다........)


    최샘이 이런 나의 신체적 결함을 불쌍히 여겨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에스키모한테 신발을 판다는 캐나다 회사를 소개시켜 주셨다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설상화. KAMIK

    최샘의 뽐뿌 꼬드김에 한 방에 넘어가서.. 그 제품을 주문하려고 보니 마침 품절이었다

    그리고 사이즈 맞는 다른 라인업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냥 포기.... 그냥 겨울에 관측 안 가고 말지.. ㅡ,ㅡ;;;;

    그러다 얼마 전 최샘 사무실에서 추위에 언 발을 녹이면서 다시 검색하기를 며칠.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40도를 보증한다는 제품을 찾아서 입금 하고 해외배송 기다리기를 또 일주일.

    마침내 회사에서 거대한 택배박스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눈밭에서의 생체 실험은 90% 정도 성공이었다

    영하 18도의 눈밭에서 2시간동안 발가락이 버틸 정도.. 그렇다고 따끈따끈한 상태를 유지한 건 아니었지만

    보통 날씨의 관측에서도 두시간 관측하면 잠깐 휴식하는 패턴이므로, 일상적인 관측활동에 지장 없는 수준이 아닐까 한다

    여기에 추가로 발수처리된 등산용 양말을 매치시킨다면..

    '발가락 짤라짐 통증을 예방하기 위한 장비'로서는 충분히 그 성능을 만족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간 발가락용 장비로 장만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절대 신발이 아니라 관측용 장비입니다 ㅡ_ㅡㅋ)

    - 발가락용 일제 핫팩 (5분도 못 버팀)

    - 고춧가루 봉지를 양말 밑에 넣는다 (효과 없음)

    - 양말을 5겹 신는다 (신발에 안 들어간다. 발가락에 습기가 차면 한겹 신나 몇겹 신나 똑같다)

    - 안감이 인조털로 제작된 방한용 단화 (10분간 효과)

    - 무릎까지 오는 얼음낚시용 장화 (30분간 효과)


    내 계속된 장비구매 삽질에 마님마저 등을 돌릴 지경.

    정말 발가락에 대한 마지막 투자라는 나름 절박한 마음으로 생체 실험을 감행했는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성문기초영문법의 말씀이 정말 맞는 것 같다.... ㅠ_ㅠ



    2. Leo I

    진작부터 Leo I을 신년관측회 목표 대상으로 선정해놓고, 도전목록 review를 급조하며 관측 준비를 했다

    혹시나 해서 잘 나온 사진들을 프린트해서 갔는데,

    그냥 성도만 믿고 있었다가는 제다로 시도도 못해볼뻔 했다

    아래 보이는 수많은 별들 중....

    9.5등급 우라노메트리아에 표시된 별은 Regulus 빼고 한 개도 없다

    15인치로 136배에서 볼 수 있는 키스톤은 아래 노란색 원으로 표시하였다




    약간의 삽질 끝에 위치를 잡았는데.... 아무것도 없다

    한참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희끄무레한 것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검증을 위해 아이피스 한 시야 건너편을 확인해 보면, 희끄무레한 것은 거기도 있다 ㅡ_ㅡㅋㅋㅋㅋ

    아오.... 머 이런 놈이 다 있냐....

    아이피스 얼룩이 문제인가 주경 세척이 문제인가 하늘의 투명도가 부족한가 광축이 틀어졌나 구경이 모자른가 주경 정밀도가 문제인가......

    싟형님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내 망원경보다 상대적으로 모든 조건이 나을 것 같은 최샘표 18인치로 시도해 보았는데....

    역시 사자 일번놈은 흔적도 찾을 수 없다

    6등급은 충분히 나올만한 하늘이었는데도.. 이 정도로는 어림없는 것일까?

    여하간 그래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Leo I의 스위핑 길을 완벽하게 숙지하였다는 것은 큰 성과이다

    언젠가 다음 기회가 생긴다면 성도도 자료도 필요없이 신속하게 검출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3. M35

    2005년에 작성한, 윤정한 형님의 M35 관측기록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영하 10도의 추위속에, 3시간 넘는 시간 동안 이거 그리느라 고생한 기억이 난다. 다 그린 후, 몸을 펴니 온 몸에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라..."

    단지 그 이유 때문에, M35는 겨울이 오면 가장 먼저 그려보고 싶은 대상이었다

    마침 발가락도 걱정없겠다..

    35번이 발판 없이 볼 수 있는 고도가 된 새벽 2시부터 스케치를 시작했다

    스케치북 한페이지에 35번과 2158을 한 시야에 꽉 채울 수 있도록 구도를 잡고 밝은 별부터 찍어 나갔다

    원래는 M42도 그려보려 했으나....

    이 날씨에 장갑을 벗고 파스텔 문지를 생각을 하니 도저히 견적이 나오지 않는다 ㅎㅎ

    35번 본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조는 성단 중앙부를 텅 비워놓은 듯한 스타체인들이다

    두 줄기의 star chain이 υ 모양으로 반짝이며 성단을 감싸는데, 그 안에는 오히려 별이 거의 없다

    약간 암흑성운 삘이 난다고 할까.. ㅋ;;

    35번 본체를 어느정도 다 그리고 2158로 갔을 때는 이미 고도가 상당히 낮아져서,

    매봉산장 서쪽 나뭇가지에 대상이 걸리게 되었다

    그리기 편한 고도로 내려올때까지 35번을 기다린 것은 이번 스케치의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상이 천정에 있어야 그리기는 어려울 지라도 가장 좋은 상을 보일텐데.....

    서쪽 나뭇가지에 걸린 2158은 주변시로도 겨우 보일 정도로 볼품이 없다

    8인치로 봐도 이것보다 잘 보이겠다.... 2158의 굴욕이랄까 ㅡ,ㅡ;;

    2158은 보통 나한테는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보이는데

    이 날은 그냥 어두운 성운기로만 관측되었다

    아쉽다 아쉽다…. 35번의 핵심은 2158에 있는 것인데….

    이것 때문에 35번을 다시 그려?  윽 그걸 어떻게 해..

    그럼 2158만 다시 그려? 그게 무슨 의미 ㅡ,ㅡ;;

    지금 그린 스케치에다 차후에 2158만 덧칠을 하면 가장 좋겠는데,

    깨끗하게 수정이 되지 않는 검은색 파스텔의 특성상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두시간여 동안 샤프로 점 120개를 찍고 새벽 3시 50분경 허리를 펴고 일어나려니,

    윤모 형님처럼 뼈 부러지는 소리는 나지 않는데 저절로 비명이 나온다

    영하 18도 눈밭에서 이게 정말 할 일인가..

    바람직한 일이 맞을 거라고, 이 정도는 해야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주문을 외우며

    정신을 가다듬고 내가 찍은 점들을 보니, 위치가 틀린 애들이 있어서 지우개로 수정을 좀 하려는데

    지우개마저 얼어서 돌처럼 딱딱하다..

    돌 지우개로 지우다가 괜히 종이만 구멍날 것 같아서 지우개 녹인다는 핑계로 산장에 들어와서

    배 밑에 지우개를 깔고 누웠다가 그냥 잠이 들었다

    아마 마음 깊은 곳에서는 빨리 그냥 잠 좀 들었으면 좋겠다고 아우성을 쳤을지도 모른다

    [M35 & NGC2158]



    [Description]



    내가 그린 그림에서는 υ 모양의 스타 체인이 그렇게 두드러지지가 않는다

    생긴대로 똑같이 그렸는데 왜 난…… ㅠ_ㅠ

    그냥 기계적으로 똑같이만 그리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거기에 하이라이트를 강조하고 감정을 더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래 링크는 윤정한 형님의 35번 관측 기록이다

    http://blog.naver.com/adhara/18393195

    같은 대상을 보고 쓴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이지만…. 콜록 ㅡ_ㅡ;;



    4. 불로소득

    이 날은 윤호씨의 새로운 선수, 2인치 H-beta의 first light 날이기도 했다

    저녁 시간에 고기로 찢어지게 배를 채우고, 모두들 배를 두들기며 말머리 구경하러 밖으로 나갔다

    IC434의 표면 밝기는 H-beta를 사용했음에도 상당히 어둡다.

    직시로 성운의 윤곽이 겨우 보이는 정도..

    잘 보고 있으면 말 머리가 들어간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관측 기록은 본인 장비로 관측한 윤호씨가 써 주겠지.. ㅎㅎ

    H-beta가 ‘유용하다’고 알려진 대상은 단 두 개.

    말머리(B33)와 캘리포니아 성운(NGC1499)이다

    일전에 윤호씨와 얘기한 대로, 그냥 속 편하게 2인치 H-beta를 파인더 대물렌즈 앞에 대니..

    IC434보다 희미한 무언가가 휙휙 지나간다.

    성도를 보고 정확한 위치와 크기를 확인하고 다시 보니 어떤 놈인지 확실히 알겠다

    그렇다고 사진처럼 선명하게 보이는 건 아니지만..

    이 역시 아이피스로 더 자세히 관측한 윤호씨에게 pass~~



    아침에 일어나보니 냉동 돕소니언이.. ㅎㅎ


    전신에 눈꽃


    키티야 미안.. 추웠겠다 ㅠ_ㅠ



    야간비행 언니오빠들 간만에 모두 함께 모이니 너무 즐거웠습니다.

    계획했던 것, 그리고 불로소득까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어서 기분도 좋고.. ㅎㅎ

    그리고 특히 몸도 안 좋으신데 내색도 안하고 즐겁게 하룻밤을 보내준 마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부록. 2008년 신년 관측회 때의 사진입니다.


    예별이가 요만할 때도 있었나… ㅎㅎㅎ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10

  • 최승곤

    2010.01.20 18:48

    강욱씨(양?) 스케치를 옆에서 지켜본 1인으로.. 혹 동상걸려 고생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서더군요.
    손난로 투자도 고려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 김남희

    2010.01.21 00:22

    설상화와 M35 스케치의 성공을 축하 드립니다.
    등바닥의 따뜻함에 빠져 새벽 관측을 놓친게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H-beta를 사용한 말머리는 그날의 이벤트 행사가 분명했던것 같습니다.
    여러사진중 마지막 사진이 제일 멋있네요.^^
  • 유혁

    2010.01.21 00:23

    제가 따뜻한 방에서 '탱크 지나가는 것보다 약간 조용한 크기의 소리"로 코 골며 쿨쿨 잠자고 있는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군요.

    그나마 잠자기 전에 말머리라도 볼 수 있었기에 참으로 다행입니다... ^^;;

    아침에 이야기가 나온 것처럼... 'JP교 세계정복'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 관측기를 영어로 쓰는
    연습을 해보는건 어떤가요... ^^;;

    처음에는 영어, 한글 번갈아 쓰다가... 나중에는 2개국어로... 쓰는거죠.
    장기적으로는 중국어, 일본어 관측기도 보태구요... ^^;;
  • 조강욱

    2010.01.21 09:22

    승곤님 - 저는 발가락만 괜찮다면 다른 부위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

    손가락은 시리면 주머니나 품 안에 넣어 놓으면 되니까요.. ㅎㅎ
  • 조강욱

    2010.01.21 09:44

    남희님 - 저는 말머리는 제가 찾아서 본 것이 아니라 그런지 그다지 감흥이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다음 관측시에 윤호씨에게 H-beta를 탈취(?)하여 찬찬히 한 번 뜯어봐야겠습니다..
  • 조강욱

    2010.01.21 09:44

    유혁님 - JP교 세계정복 프로젝트.. 흥미있는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계산해봤는데.. Nightflight 11 정도로 아이디를 만들어야겠는데요.. ^^;;;

    포럼들을 살펴보니, 스케치 관련 재미있는 작업들이 많더군요

    새로운 꿀단지를 찾은 기분입니다 ㅋ
  • 이준오

    2010.01.22 10:05

    신발만 봐도 정말 이젠 야간비행이 아니라 " 야간전투" 같아요, 거기다 냉동 돕까지....night fight..!
    글구 jp교 세계정복 프로젝트가 몬지는 잘모르겠지만, 저는 언제나처럼 한국어 부문에만 전념하도록 하겠습니다...^__^ㅋ

  • 조강욱

    2010.01.22 18:01

    신년관측회에서 못뵈어서 정말 아쉬워요....

    못 오신 대신 벌금은 횡성한우로... ㅡ.,ㅡ+++
  • 김경싟

    2010.01.24 04:09

    강욱씨 야전화와 최선생님의 전투복으로 무장하면...추위쯤이야 걱정없을 것 같은데^^

    강욱씨는 발이 시려우니
    다음부터는 열씸히 공중부양을 연습해서
    발이 땅에 닫지 않게 하고 볼 수 있도록 해보시오.

    M35.....ㅎㅎ
    난, 별을 찍어가다 보니
    나중에는 머리가 혼미해져서
    이쪽과 저쪽의 간격이 다~ 달라서..............^^;
    맨정신으로 하기 어려운 작업입디다.

    멋지요.!
  • 조강욱

    2010.01.26 03:22

    공중부양 학원을 다닐까 하고 알아봤는데, 개설된 과정이 없더라구요 ㅡ,ㅡ;;

    비례 잘 못 맞추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에요 ㅎㅎ
    진짜 맨정신으로는 어려운 일임에 틀림 없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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