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4.14~15  덕초현 천문인마을


딸내미 별찌와 단둘이 관측을 다녀왔습니다.
아빠와 둘이 관측을 가면 심심한 줄 알면서도, 놀러가는 것이 좋아서 결국 따라나서네요.
혼자 자다가 깨서 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지 애비를 닮아 어디를 가서도 잠은 잘잡니다.

낮부터 하늘이 범상치 않아 굳이 멀리 천문인마을까지 가게되었습니다.
밤 10:30경 도착.
옥상엔 박병우님이, 마당에는 고창균님만이 사진을 찍고 계셨습니다.
맑은 하늘임에도 의외로 조용했습니다.

하늘은...
일년 365일 중, 많이도 바라지 않고 한달에 한번만이라도 이런 날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번 양평번개시 어두운 대상에 시달려 침울해진 마음이 싹 가셨습니다.
Abell 은하단! 덤비라 이거죠!!

12시 관측시작하여 새벽 5시까지 관측중 사자자리 머리에 잠깐 구름 한조각이 지나간 것 이외에는
맑고 시상도 안정되었습니다.
특히나 새벽 3시경에는 바늘로 찍어놓은 것 같은 별상과 까만 밤하늘로 거의 완벽한 상태가 연출되었습니다.
은하수는 어찌나 크고 찐하던지 일부분은 구름으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초반에는 사자자리 꼬리 위쪽에서 머리털자리의 경계의 어두운 은하무리들을 관측하고,
후반에는 밝은 대상들을 찾아 이곳저곳 유람하였습니다.


밤하늘을 관측하면서 지금까지 멋있다고 감탄을 했던 적이 몇 번이나 되었었나 생각해봅니다.
까만 하늘에 깨알같은 별들이 흝뿌려져 있는 산개성단을 봤을 때나,
중심까지 속속들이 분해되면서 눈이 부신 구상성단을 봤을 때,
토성의 고리를 봤을 때도 느끼기는 했으나,
아마 처음 망원경으로 달을 봤을 때가 가장 충격적이지 않았나 합니다.
망원경으로 처음 본 대상이기 했지만,
익히 보고 지내온 대상이 이런 모습이었나 하는 놀람이 또한 컸습니다.
또한 달은 어느 망원경으로 봐도 잘 보이잖습니까?

어제 관측하면서 충격과 감격에 가슴이 두근거린 또다른 대상이 있었으니 바로 베일성운입니다.
그 충격의 정도는 처음으로 달을 봤던 감동, 바로 다음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늘보던 대상이 완벽한 하늘과 궁합을 맞춰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이 하나의 대상으로 그날 관측한 다른 대상 모두를 내다버려도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사진출처: http://skyview.gsfc.nasa.gov)


아침에 별찌와 같이 한방씩 찍었습니다.

워낙 부끄럼이 많아 박병우님이 사진에 담을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아빠 뒤에 숨고, 고개를 돌리고 하여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망원경을 바꾸고...같이 찍어봤습니다.
같이 찍은 사진이 없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