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관측) 2003.2.8 ~ 2.9 덕초현 천문인마을 [2003.2.10]
  • 김경식
    조회 수: 10291, 2003-04-15 20:58:24(2003-04-15)



  • □장  소 :  횡성군 덕초현 천문인마을

    □장  비 :  12.5인치 돕소니언, 14mm 아이피스(104배)



    물론 별을 보기 위해 관측을 갔지만,

    관측후의 뿌듯함과 나른한 피곤함,

    새벽하늘의 아름다운 때깔과 새벽공기의 차가운 상쾌함,

    아침 햇살 하나로 추위를 날려버리는 놀라움이 기억에 더 남네요.


    지난주 수요일, 하늘이 좋아 번개관측을 가려고 했으나 번개동지 최형주님이 사정상 힘들다 하여

    결국은 못갔습니다. 퇴근할때는 혼자라도 가야지 했으나, 퇴근하는 도중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토요일 월차를 받아 금요일 밤에 덕초현으로 가야지 하고...

    그러나 일기예보는 계속 비관적으로 변하고 미리 받아논 월차도 회사일로 날아가 버려,

    이번 관측주간도 끝이구나 싶은 생각에 며칠간 계속 풀죽어 지냈습니다.


    그러나 토요일, 기상청에서 날씨를 조회해보니 강원도 원주가 밤 12시부터 구름조금에 아침 6시부터는

    맑음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가 좋아지므로 최소한 새벽 2~3시간 정도는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천문인마을에 전화하니 함박눈이 온다고 합니다. 별을 못보면 눈이라도

    구경하면 되겠네 싶더군요.


    원주 처가에 별찌를 떨구어놓고 아내와 밤 9:30경 원주 출발...서울에서 원주 내려갈때 내리던 비는

    더이상 내리지 않았으나 새말IC를 빠져나오면서 길이 미끄럽더니 안흥 넘어가는 고개에서부터는 눈이

    쌓여 있습니다. 고개를 넘은 이후부터는 사방이 눈천지더군요. 월현리 마을 못미친 언덕길에서

    미끄러진 뒤로 차가 올라가지 않아 체인을 채우고야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월현리부터

    천문인마을까지의 몇km는 워낙 눈이 수북이 쌓여 앞서 지나간 차바뀌 자국을 벗어나면 전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눈을 헤치고 달리는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천문인마을 거의 도착해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길가에 눈사람이 있는데 다음날 내려올때 세어보니

    총 14개더군요. 틀림없이 정병호님이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들어 맞았습니다.

    밤새 정병호님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이들 눈사람들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천문인마을엔 이건호님 가족이 와계셨고, 중앙천문대 쪽에도 몇분이 오셨다고 하네요.


    하늘은 가슴이 벅찰 정도로 별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눈이 온 뒤라 습도가 높은데 더욱이 밤새

    몇번 안개가 훑고 지나가(파인더를 몇번이나 드라이기로 말려야 했습니다) 관측상황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요 근래에 많이 경험하는 '눈으로는 멋진 하늘인데 아이피스로 보이는 대상은 실망스러운'

    전형적인 날씨였습니다. 그래도 별상은 또렷하여 대상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단 세부적인 관측은 불가능했습니다. 거의 그만그만한 크기에 비슷비슷한 모습으로만 보였으니까요.



    원래 계획했던 대로 머리털자리, 처녀자리 은하들을 훑어보았습니다.


    ①사자자리 데네볼라에서 머리털자리 T자를 찾아간 다음 M98, M100, M99, ngc4302,4298

    (희미한 흔적만 확인하고 두개로 구별 못함), ngc4212, ngc4216을 보고,


    ②「The Markarian's chain」으로 가서, M84+M86+ngc4402+ngc4387+ngc4388,

    ngc4438+ngc4435,  ngc4458+ngc4461, ngc4473+ngc4479+ngc4477, ngc4459, ngc4474를

    관측했습니다. 그러나 멤버중에서 ngc4425, ngc4413, ngc4468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③M87을 찾아가려는데 기존의 T자 기준 대신에 ε별에서 찾아가 봤습니다. 27번별, 30번별로 찾아가

    30번→27번별 방향으로 위로 올라가서 M60+ngc4647을 보고 M59, M58, M89, M90, M87로

    이동했습니다.


    ④ε별 근처의 다른 ngc 대상들로 ngc4866, ngc4754+4762, ngc4647, ngc4710, ngc4698을 보고,


    ⑤M49 근처에서 ngc4526, ngc4535, ngc4570, ngc4365, ngc4224를 보고,


    ⑥다시 머리털자리 T자로 돌아가 M100 동쪽의 ngc4293, ngc4450, ngc4419, ngc4473을 보고,


    ⑦마지막으로 처녀자리 다리 근처의 ngc5746, ngc5566, ngc5813, ngc5838 등 몇개를 봤습니다.



    몇십개의 은하를 봤으면서도 정말 인건비 안나온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습니다.

    그나마 메모해 놓은 대상이 위에 첨부한 M60+ngc4647과 ngc4754+ngc4762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기록을 해보려 했으나 종이가 축축해져 기록도 못하고 세세한 관측도 안되어

    대상확인에 만족했습니다.


    2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아침에 일아나 해뜨기전에 본 덕초현의 설경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더군요.

    아내와 둘이서 '좋다 좋다'만 연발했습니다.

    푹푹 빠지는 눈밭을 산책하는 기분은 더더욱 좋습니다.

    정병호님이 길에 옆에 조성한 눈사람 이외에 산위 헬기장에 새로 만들었다는 거대한 눈사람 2개는

    보일듯말듯 하더니 해가 뜨자 기적과 같이 그 멋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덕초현의 새로운 景으로 등록해도 될 것 같습니다.

    출발전 카페테리아에서 커피 꿀차 한잔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산아래 안개가 자욱한 것이 보이던데

    월현리 마을에서부터 안개가 시작되어 원주까지 계속 안개속이었습니다.

    또한 저녁에 올라오는 길에 보니 서울까지 계속 안개더군요.

    그 맑던 덕초현의 아침을 생각하면 정말 잠시 딴 세상에 다녀온 기분입니다.




    ※윤용일님과 전은경님은 통나무학교까지 왔다가 되돌아 가셨다는데 너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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