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20729 아무데나 갑시다
  • 조회 수: 1843, 2022-08-18 14:50:01(2022-08-16)

  • 뉴질랜드의 겨울(6-8월)은 조금 다른 의미에서 혹독하다
    내가 살고 있는 오클랜드는 겨울에 아무리 추워도 영하로 떨어지는 일은 전혀 없으니 추위는 큰 문제가 없지만
    밤마다 거의 빠짐없이 비가 내리는 것이 문제다

    거의 포기하고 있다가.. 금요일 밤에 괜찮을 것 같다는 동호회 형님의 연락으로 그냥 가보기로 했다. 
    장비 다 싣고 출근했다가 회사 마치고 바로 출발.

    이미 박명이 끝나고 한참 뒤에 도착한 작은 캠핑장은 겨울이라 한산함을 넘어 스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번개를 공지한 Trevor 형님 혼자 쓸쓸히 촬영 중.
    하늘은 생각보다 맑은데 초저녁부터 이슬이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내린다.
    오늘은 뭘 그려볼까? 
    이슬폭탄 속에 스케치 도구를 준비하다가 문득 생각에 잠겼다

    나는 별을 보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그림을 그리기 위해 별을 보는 것일까?
    요즘 계속 드는 고민이다
    무엇이 수단이고 무엇이 목적일까?

    계속되는 빗속에 만난 기적같은 맑은 하늘.
    오늘은 그냥 ‘아무데나’ 돌아다녀야겠다
    아무데나.jpg
    (출처 : 타짜1 - 택시를 잡아타고 아무데나 가자는 고니)

    펜을 내려놓고 오랜만에 성도를 들었다

    한국에서도 별 보러 가서는 내 별 보느라 바빠서 별친구들과 말을 많이 섞지 않았는데
    여유를 부리며 수다도 떨고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준비해 놓은 대상도 몇 개 둘러보았다
    구조 하나하나 꼼꼼히 볼 생각도 안하고 그냥 둘러보았다

    (아래 모든 사진은 Skyview에서 0.5도 화각으로 추출함)


    NGC6744 (Pavo)
    6744.jpg
    호핑이 아주 어려운 대상도 아닌데 한참을 헤멨다. 
    10년 넘게 메시에 / LMC 스케치 한다고 새로운 대상 호핑 연습을 거의 안 해본 결과일 것이다
    코어는 아주 선명하지만 사진에서 보이는 찬란한 나선팔은.. 
    Halo는 아주 넓게 흔적만 겨우 볼 수 있다. 얼룩덜룩한 것은 느낄 수 있지만, 회전 방향까지는 볼 수 없었음


    NGC4833 (Musca)
    4833.jpg
    유령같이 희미한 구상성단. 밝은 별 하나가 성단 경계에 걸쳐 있다


    NGC4372 (Musca)
    4372.jpg
    4833이 유령이면 4372는 유령 할아버지 정도 될까?


    NGC362 (Tucana)
    362.jpg
    SMC 바로 근처에 위치한 대상이다
    Skyview 사진 상으로는 전혀 구분되지 않지만, 안시로는 Z자 모양의 강렬한 스타체인이 인상적이다
    위의 유령들과는 차원이 다른 자태.. 언젠가 그림 한 장 남겨 봐야지. 오늘 말고


    NGC6087 (Norma)
    6087.jpg
    관측 준비할 때 사진 상으로는 괜찮아 보였는데,
    너무 허전해서 그냥 패스


    NGC6541 (남쪽왕관)
    6541.jpg
    사인펜으로 메모해 놓은 관측기록이 폭풍 이슬에 젖어서 번지는 바람에 글씨 해독 불가 ㅜ_ㅜ
    다음번에 꼭 다시 봐줄게


    NGC6352 (Ara)
    6352.jpg
    희미한 무언가가 상당히 많이 보인다. 
    이런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은 변태적인(?) 취향이라 할 수 있으려나..


    Trevor 형님도 주무시러 들어가시고, 
    금요일 관측이라 나도 급 피곤해져서 차에서 30분 알람을 맞추고 쪽잠을 청했는데
    일어나 보니 두 시간이 넘게 지나 있었다

    새벽 3시.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보니, 예보와는 다르게 하늘은 아직도 맑다
    LMC도 점점 고도가 올라서 관측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림 한 장 그려볼까?
    아니 그냥 오늘은 2009년부터 이어진 오래된 루틴을 깨봐야겠다

    빈둥 빈둥 설렁 설렁 오리온도 보고 M79, NGC1365, 
    남들 다 봐도 한 번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NGC1999도 찾아보고
    목성으로 눈뽕도 한 번 맞아주고 집으로.


    꽝도 아닌 좋은 하늘에서 망원경이 있는데 천체 스케치를 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14년 만이다
    빈둥대다 집에 오니 그림 그리고 싶은 생각이 더 많이 나는게.. 
    놀기 잘한 게 아닐까?



                                                    Nightwid.com 無雲

댓글 2

  • 이한솔

    2022.08.18 10:45

    딱 15년전 강욱님 관측기 보는 것 같네요 ㅎㅎ
  • 조강욱

    2022.08.18 14:50

    새로운 느낌으로 쓴건데 이거 참 안바뀌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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